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4.24 01:21 ㅣ 수정 : 2025.04.24 01:21
취임 후 줄곧 강경일변도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중국 관세 인하 가능성 내비치며 무역협상 군불 떼기 시작,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던 시진핑 주석이 어떤 화답을 내놓을지 관심
대중국 관세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이후 중국에 부과했던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중 무역협상의 물꼬가 다시 트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하원 중국위원회가 제안한 ‘단계적 접근법’을 참고해 국가 전략 물자에는 100% 이상의 관세를 유지하되,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품목에는 35%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은 강대강 대치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145%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매우 높다”며 “협상을 하게 되면 그 정도로 높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이는 강경 일변도의 무역 압박 전략에서 한발 물러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역시 “미국과 중국은 ‘빅딜’을 성사시킬 기회가 있다”며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탰다. 그는 “지금의 관세 전쟁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가까운 시일 내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태세 전환은 중국의 강경하면서도 일관된 대응과도 무관하지 않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궈자쿤은 “싸운다면 끝까지 맞서겠지만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미국의 ‘극한 압박’에 굴하지 않는 태도를 재확인했다.
중국은 초반부터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단기전이 아닌 ‘전략적 장기전’으로 규정하고, 위안화 절하, 대미 수출 조정, 내수 진작 등을 통해 충격을 흡수하며 장기전에 돌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농민과 제조업계 등 트럼프 지지 기반이 직격탄을 맞았고, 트럼프 정책에 대한 미국인들의 전반적인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완화 움직임이 미중 관계의 ‘리셋’은 아니더라도, 내년 중간 선거를 의식한 ‘전략적 휴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데이비드 돌러 연구원은 “트럼프는 대중 강경책이 가져온 경제적 여파와 소비자 물가 상승의 정치적 대가를 인식하고 있다”며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안정과 시장 친화적 이미지를 동시에 가져갈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중문대의 천위런 교수는 “중국은 일관되게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핵심 국익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았다”며 “이제 미국이 정책 수정에 나서면서 양국 간 협상이 다시금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록 구체적인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유화적 제스처와 중국의 신중한 환영 태도는 양국 간 실질적 접점 가능성을 시사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술 안보, 반도체 공급망, 희토류 등 전략 분야에서의 대립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소비재 및 농산물 등 일부 품목에서의 관세 완화와 시장 개방 협상은 일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무역거래가 불가능한 고율의 관세가 유지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국과 미국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미국은 스테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와 증시 급락 등 이미 몸살을 앓고 있으며, 중국 또한 수출중단에 따른 제조업 도산 공포에 휩싸여 있다.
다만, 미국 내 반중 정서와 중국의 내정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돌발적 태도’가 또다시 상황을 급반전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와의 무역관세와 관련해서 여러 차례 말을 바꿔 정책 신뢰성에 상당한 상처를 입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유화 제스처를 통해 중국에 협상 여지를 보여준 것은 미중 관세전쟁에서 조만간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희망을 던져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