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LG전자, 조주완 CEO 역점 둔 전기차 충전기 사업 접은 속사정

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4.23 05:00 ㅣ 수정 : 2025.04.23 09:08

전기차 캐즘에 전기차 충전기 사업 철수...고속성장 HVAC에 역량 강화
조주완 CEO, 전기차 충전기 사업 조 단위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다짐
자회사 하이비차저, 캐즘 여파로 2023·2024년 연속 영업손실 기록
HVAC 시장에서 첨단 시스템과 에너지 효율성 기능으로 실적 호조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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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22일 ES사업본부 산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사진 = LG전자]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이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핵심 사업 중심의 ‘리밸런싱(Rebalancing,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기자동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직격탄을 맞아 전기차 충전기 시장 보릿고개를 넘지 못한 LG전자가 사업 철수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대신 해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HVAC(냉난방공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지원 축소 방침을 여러차례 내비쳐 충전기 시장이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LG전자의 사업 철수도 결국 대내외 변수를 감안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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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22일 ES사업본부 산하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사진 = LG전자 뉴스룸]

 

■ LG전자 ‘전기차 충전기’ 사업 3년 만에 마침표…“HVAC 사업에 주력”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ES(에코솔루션) 사업본부 산하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끝낸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 제조를 담당하는 자회사 '하이비차저'는 청산 절차를 밟고 LG전자는 사업 종료 후에도 공급처를 대상으로 유지보수 서비스를 차질 없이 이행할 계획이다. 또한 관련 업무를 맡아 온 구성원 전원은 LG전자 내 다른 사업 조직에 전환 배치한다. 

 

LG전자는 “향후 ES사업본부는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칠러,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등 HVAC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관련 핵심역량을 활용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접 영역에서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도 발굴해 나간다”라고 밝혔다. 

 

LG전자는 2022년 완속·급속 충전기 등 제품을 개발·출시하면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2023년 6월 GS에너지 및 GS네오텍과 함께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이 과정에서 지분 60%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회사 이름을 하이비차저(HiEV Charger)로 바꾸며 전기차 충전기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매출 1조원이 넘는  '유니콘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듯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 매출 100조원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신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로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꼽고 조 단위 사업으로 빠르게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지난해만 하더라도 LG전자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은 순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기차 시장은 이미 캐즘 우려가 있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성이 크기 때문에 관련 필수 사업인 충전기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미국 텍사스주(州)에 충전기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지난해 6월 사업을 넓히기 위해 미국 등 북미를 비롯해 유럽 16개국, 인도까지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확장한 북미 1위 충전사업자 차지포인트(ChargePoint)와 손을 잡았다.

 

또한 LG전자는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030년까지 미국 급속충전기 시장 내 8%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탑티어(Top-Tier)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하이비차저 실적은 바닥을 헤맸다. LG전자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하이비차저 매출·영업이익은 △2023년 59억원·70억원 영업손실 △2024년 106억원·72억원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이에 비해 LG전자는 HVAC 시장에서 스마트 HVAC 시스템과 에너지 효율성을 강조하는 제품 등을 앞세워 세계적인 선도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를 보여주듯 HVAC 사업은 올해 1분기 잠정실적 집계 결과 지난해 동기 실적인 매출 2조5890억원·영업이익 3356억원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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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서울 시내 전기차 충전소에서 자동차를 충전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철수 배경 ‘시장 성장 지연·가격 중심 경쟁 심화’…경쟁업체 반사이익 기대감↑

 

LG전자는 이번 사업 철수 배경에 대해 ‘시장 성장 지연’과 ‘가격 중심 경쟁구도 심화’를 꼽았다.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리밸런싱 전략이라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 철수는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가능성이 더 큰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고 평가한다. 

 

전기차 충전기 시장 캐즘과 이에 따른 성장 둔화 가능성 등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최근 트럼프 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 또는 축소 가능성에 따른 전기차 및 충전기 시장 우려가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정치적 변수라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전기차 누적 대수는 약 68만대, 신규 등록 건은 약 14만대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또한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가격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전기차가 많이 출시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반적인 우려와 달리 전기차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이에 따른 충전기 인프라 수요가 늘고 있어 전기차 충전기 시장 전망은 밝고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주요 주에서 여전히 강력한 친환경 정책과 전기차 인프라에 대한 투자 및 지원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북미지역에 공급해온 충전기가 주로 중국산이고 충전기를 생산하는 미국 업체가 부족해 한국 전기차 충전기 기업들이 기술적·가격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LG전자의 사업 철수로 다른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는 여러 업체가 활동 중이며 주요 그룹사 철수는 공급자 감소와 시장 재편으로 이어진다”라며 “남아 있는 기업은 시장점유율 확대와 사업 기회 확대의 발판이 될 수 있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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