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돋보기 (上)] 시행령 없이 개문발차하는 간호법...PA간호사 ‘진료 지원’ 놓고 직역 간 갈등 우려

최정호 기자 입력 : 2025.04.23 06:30 ㅣ 수정 : 2025.04.25 10:31

PA간호사, 그동안 필수 의료 분야 공백 메워
이탈 전공의 빈 자리도 PA간호사가 업무 대행
전문간호사·전공의들도 반대…직역간 갈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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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끝에 탄생한 간호법이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진료 지원 활용 방안, 간호 업무 범위 지정 등 관련 시행령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간호사가 대체 인력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가이드 없이 간호법이 시행되면 의료계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간호법 시행령이 어떤 방향으로 제정돼야 하는지 취재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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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받는 간호사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간호법 법제화의 가장 큰 성과는 진료 지원 간호사(PA간호사)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진료 지원 간호사는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는 필수 의료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진료 지원 간호사의 의료 행위는 그동안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불법의 영역이었다. 오는 6월부터 간호법이 시행되지만, 아직 정확한 업무 범위가 규정돼 있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의 혼란과 직역 간 마찰이 우려된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진료 지원 간호사는 종합병원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주로 의사 진료 보조와 수술 전후 관리, 간단한 처치, 검사 설명, 차트 작성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문제는 이 같은 영역이 전공의 업무와 겹친다는 점이다. 진료 지원 간호사 도입 취지가 전공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특히 진료 지원 간호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다 보니 각 병원마다 업무 숙련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때문에 상급종합병원들은 비공식적으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또 진료 지원 간호사 선발도 각 병원마다 자체 기준을 갖고 일반 간호사에 업무를 부여했다.

 

진료 지원 간호사를 채용할 때는 관련 업무 경력자를 뽑거나 숙련도와 상관없이 신입 간호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인력난이 심한 지방의 준종합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가 진료 지원 간호사 업무를 맡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는 28만명이다. 이중 5.3%에 해당하는 약 1만5000명이 진료 지원 간호사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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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최정호 기자]

 

간호법은 대한간호협회 주로도 만들어진 법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간호협회가 PA간호사라는 명칭은 위법적 느낌이 강해 ‘전담간호사’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업무를 18개로 나눴다. △중환자 △호흡기 △근골격 △소화기 △응급 △수술 △소아청소년 △신생아집중 △순환기 △심혈관흉부 △신경외과 △피부배설 △비뇨기 △여성 건강 △마취·통증 △내과일반 △재택 등이다. 

 

문제는 이 분류가 '전문간호사' 업무와 상당수 겹친다는 점이다. 전문간호사는 석사 이상의 간호사 교육과정을 거친 간호사를 지칭한다. 이들 역시 전공의 업무를 일부 수행한다. 일반 진료 지원 간호사보다는 좀 더 전문적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공개한 진료 지원 간호사의 18개 업무에 대해 한국전문간호사협회와 한국간호과학회는 “환자의 안전과 간호 전문성을 모두 위협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전공의들도 반대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자리가 진료 지원 간호사로부터 위협받기 때문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SNS를 통해 “전담간호사는 한시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PA간호사의 자격을 전문간호사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면허 간호사 수는 45만명으로 이 중 27만명만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8만명의 간호사 면허 소지자가 다른 일을 하거나 쉬고 있다는 얘기다. 또 대한간호협회와 보건복지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간호사 평균 이직율은 연간 15~20% 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이직율은 30~45%에 달한다. 

 

간호사 수는 한정된 데다 누수 현상까지 심화되면서 진료 지원 분야에 간호 인력을 대폭 투입하게 될 경우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진료 지원 간호사가 다른 의료 분야로 진출할 경우 의료 직역 간 갈등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간호법 시행령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강영아 한국전문간호사협회 부회장은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간호 조직이 약한 병원일수록 연차가 낮은 간호사들이 진료 지원 간호사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업무 숙련도와 현장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시행령 개정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간호사 역할을 하고 있는 진료 지원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는 시행령이 꼭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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