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롯데손해보험 콜옵션 사태, 보험업계 긴장…보험사 자본확충 '타격'

김태규 기자 입력 : 2025.05.13 08:14 ㅣ 수정 : 2025.05.13 08:14

롯데손보 콜옵션 지연에 보험사 후순위채 금리 급등
보험사 후순위채 매도 확대에 불안감 커지는 분위기
자본적정성 하방 압력에 중소형사 조달 악화 우려도
푸본현대생명·KDB생명 등 건전성 취약 보험사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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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손해보험]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롯데손해보험 콜옵션 사태에 보험업권이 긴장하는 모양새다. 후순위채 유통금리가 상승하면서 자본건전성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의 만류에도 이달 8일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을 강행하려 했으나 금융감독원과 예탁결제원(예결원)의 제동으로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상 채권은 롯데손보가 2020년 5월 발행한 제8회 무보증 후순위채로, 최초 콜기일은 이달 8일이었다. 만기는 2030년 5월이나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은 최초 콜 시점에 조기상환이 이뤄지는 것이 관례로 여겨진다.

 

롯데손보는 당초 올해 2월 신규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기존 채권을 상환할 계획이었으나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후순위채를 발행할 경우 지급여력비율(K-ICS)이 150%를 밑돌게 된다는 이유로 이를 보류시켰다.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상 조기상환은 후순위채 상환 후 K-ICS 비율이 150% 이상인 경우에 허용된다. 조기상환 후 비율이 150%에 미치지 못한다면 다른 후순위채 등으로 차환하도록 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금감원이 후순위채 발행 수요예측 전일 정정신고를 요구하는 등 발행조건을 강화해 실질적인 발행이 어렵도록 했다며 당국에 날을 세웠다. 이에 금감원은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올해 3월말 K-ICS 비율이 150%에 현저히 미달하며, 롯데손보가 2월 차환발행을 시도했으나 발행 조건에 필요한 투자수요를 모집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롯데손보는 8일 "채권자 권리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상환을 위한 충분한 자금 여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8일 콜옵션을 확정적으로 행사해 공식적인 상환 절차를 개시했다"며 콜옵션 강행을 발표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예탁결제원(예탁원)에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상환 불승인을 통보했다. 예탁원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상환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상환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이달 8일 보고서에서 "이번 상환 지연으로 채권시장 내 롯데손보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영서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9일 보고서를 통해 "조기상환 연기는 신뢰도 저하로 인해 자본시장 접근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라며 "조기상환 연기의 직접적 영향보다 그 원인인 자본적정성 저하가 신용도상 더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당국의 승인이 있어야 조기상환이 가능한데 롯데손보가 금감원의 결정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꼴"이라며 "당국과 마찰을 빚으면서 재무상황 악화가 더 부각된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만큼 유상증자 등의 방안은 쉽지 않을 것이고,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손보의 콜옵션 지연 이후 보험사 후순위채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롯데손보 제8회 후순위채는 가격이 이달 2일 1만120.8원에서 9일 9900.8원으로 220원 하락했다. 반면 금리는 9일 기준 민평금리 대비 0.73%포인트(p) 상승했다.

 

K-ICS 비율이 낮은 중소형사 후순위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의 후순위채 '푸본현대생명 20'은 민평금리에 비해 7일 0.79%p, 8일 0.922%p 높게 거래됐다. KDB생명보험이 발행한 후순위채 'KDB생명보험 12'도 이달 2일에는 민평금리에 비해 0.01%p 높은 수준이었으나 8일에는 0.398%p 높게 거래됐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은 154.59%로 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푸본현대생명은 157.3%, KDB생명은 158.24%로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보험업계에서는 롯데손보의 콜옵션 사태 이후 자본건전성이 낮은 보험사를 중심으로 후순위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조달 여건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내 콜기일이 도래하는 자본성증권 규모는 약 9800억원이다. 후순위채의 경우 푸본현대생명 650억원, 흥국화대 400억원, 흥국생명 800억원 등이 예정돼 있으며 신종자본증권은 동양생명 3482억원, 메리츠화재 1050억원 등이다.

 

송 연구원은 "보험사가 발행하는 자본성증권 투자 수요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조기상환 요건 충족 실패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며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K-ICS 비율이 낮은 회사의 경우 투자수요 부진으로 목표 물량만큼 발행하지 못하거나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콜옵션 지연으로 조달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시장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조달 환경과 건전성 관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 사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개별 회사의 건전성 이슈에 불과해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당분간 금융시장 및 채권시장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특이사항 발생 시 시장안정조치로 즉각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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