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새 정부 출범 맞아 이달 전략회의에서 어떤 '보따리' 풀까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2025년도 어느덧 상반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상반기 마지막 한달인 6월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상반기 사업 성과를 점검하고 하반기 경영 리스크를 점검하는 전략회의를 연다.
특히 이번 전략회의는 연초부터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 정책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그리고 최근 새 정부 출범 등 다양한 대내외 이슈로 그 어느 때보다 다뤄야 할 주요 의제가 수두룩하다.
특히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새 정부가 출범하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해왔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여러 대내외 이슈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전략회의 후 투자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4대 그룹은 이번달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하반기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삼성전자는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실시한다. 매년 6월과 12월 각 부문장 주도로 이뤄지는 전략회의는 사업 부문별·지역별로 현안을 발표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을 놓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스마트폰·TV·가전 사업) 부문장 직무대행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사업) 부문장이 각각 주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 사업 전략 등을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DX부문 회의는 첫날 모바일경험(MX, 스마트폰 사업)사업부 둘째날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사업부, 마지막날 나머지 모든 부서 순으로 진행한다.
갤럭시 S25 시리즈 등 신제품의 상반기 영업 성과와 함께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인 7번째 갤럭시 Z 시리즈 등 향후 사업 계획과 전략 등이 중심을 이룰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최근 인수합병한 독일 플랙트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한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D램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전략 전반을 점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HBM(고(高)대역폭메모리) 경쟁력이 SK하이닉스에 뒤쳐져 지난 33년간 지켜온 글로벌 D램 시장 1위를 올해 1분기에 내주는 굴욕을 맛봤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단기적으로 하반기 영업 전략은 물론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4대 그룹 가운데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 경영진이 이번 주 한자리에 모여 전략회의를 주재한다.
이 자리에서 SK그룹은 리밸런싱(Rebalancing,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인공지능(AI)·반도체 등 핵심 사업 경쟁력 제고와 보안 체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SK그룹은 오는 13∼14일 이틀간 '2025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이는 4대 그룹 가운데 일정이 가장 빠르다.
6월 경영전략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최고경영자(CEO)세미나 등과 함께 SK그룹 주요 3대 회의다. 그룹 최고 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참석하며 주요 경영진 30여명과 함께 그룹 성장 전략을 집중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서도 리밸런싱 점검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고강도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SK그룹은 이를 통해 사업부문 단순화와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두드러져 실적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밸런싱 핵심은 AI와 반도체 중심 사업 구조 재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글로벌 AI 컴퍼니’로 전환을 추진하는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AI B2B(기업 간 거래)·AI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등 ‘3대 AI 사업’과 AI 반도체 핵심 축인 SK하이닉스의 HBM 전략 등을 집중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최근 불거진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 이후 열리는 첫 그룹 연례 회의라는 점에서 SK텔레콤을 비롯한 그룹 전반의 정보보호체계를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 점검과 강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크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주요 시장의 판매 현황 공유와 판매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하는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연다. 이 회의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주재하는 가운데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하는 연례 행사다.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는 미국 관세 정책 대응 전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현대차 등 외국 완성차업체의 미국내 최종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를 보여주듯 일부 외신은 현대차가 미국 내 판매 차량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관세와 관계없이 차량 가격을 해마다 올리는 수순이라고 밝혔지만 관세 영향에 따른 대응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하반기 지역별 판매와 전동화(전기자동차) 전환 로드맵을 중심으로 미국 관세 정책 대응 방안, 글로벌 공급망 재편, , 글로벌 자동차 시장 변화 등에 관한 전략이 주요하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주재해 온 하반기 전략보고회를 올해에는 진행하지 않는다. 올해는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져 계열사별 논의 체제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LG는 지난달부터 권봉석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 주재로 투자점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 3월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라고 언급해 사업 리밸런싱을 통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LG는 △LG전자 전기차 충전기 △LG유플러스 드론 △LG화학 에스테틱 등 주요 계열사의 비핵심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의 신사업 전략인 △플랫폼 기반 서비스 △B2B 사업 △AI·로봇·전기차 등 신성장 동력 분야 육성 전략을 집중 모색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4대 그룹은 최근 출범한 이재명 정부와의 협력 방향성이 공통적인 경영 화두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이르면 일주일, 늦으면 한두 달 내 대통령과 주요 기업 총수간 만남이 추진돼 왔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캐나다 앨버타주(州)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주요 그룹의 전략회의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이 대통령과 재계 총수가 만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르면 12~13일 주요 그룹 총수와 경제단체장이 용산 대통령실 회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국내외 경제 상황 및 산업계 주요 현안을 파악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주요 그룹의 투자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민간 주도 성장’을 약속한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대기업은 미래 먹거리 중심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예를 들어 삼성은 기존 5년간 투자금액(330조원) 보다 30%(120조원) 더 많은 450조원 △SK그룹 핵심 성장동력 247조원 투자 △현대차그룹 2025년까지 국내 63조원 투자 △LG그룹 2026년까지 국내 106조원 투자 등을 내걸었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윤석열 정부 초기에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경제 회복이 맞물렸던 시기"라며 "이에 따라 성장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내외 투자 움직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미국 관세 압박과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라며 “새로운 투자 보다는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고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