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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영 선언 32주년

이재용 회장과 삼성에 기대하는 ‘뉴 신경영’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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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6.07 07:00 ㅣ 수정 : 2025.06.07 07:00

故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그룹 성장의 중대 변곡점
이 선대회장, 전문성 입각한 공정한 인사로 S급 인재 확보하고 여성인재 등용
이재용 회장, 기업 M&A와 기술 초격차 강조하는 '제2 프랑크푸르트 선언' 외쳐
'사즉생' 각오로 위기 대응...美 마시모 오디오사업부·獨 플랙트 잇따라 품에 안아
반도체·바이오·로봇 등 차세대 사업 강화해 디지털전환·ESG·AI 생태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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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위쪽 사진) 삼성 선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메시지 [사진 =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이달 7일로 32주년을 맞았다. 

 

그룹이 맞닥뜨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긴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중대한 변곡점으로 평가될 만큼 그룹의 중차대한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을 이끌어 가는 좌표가 됐다. 이 선대회장이 삼성의 근본적인 경영 철학을 확립했다면 이재용 회장은 그 철학을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회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평소 이미지와 달리 올해 들어 경영진을 향해 날 선  비판을 하고 한동안 주춤했던 기업 M&A(인수합병)를 잇따라 일궈냈다. 그가 이처럼  적극적인 경영행보를 보여 일각에서는 이를 ‘제2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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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삼성]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1990년대 초 반도체 산업에서 이룬 급성장으로 호황을 누렸다. 당시  반도체는 IT(정보기술)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등장해 전 세계 수요가 급증하고 시장 경쟁도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삼성은 품질, 기술혁신, 대규모 투자 등을 기반으로 D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당시 이 선대회장은 삼성이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삼성은 반도체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제품 품질은 당시 선진 시장인 일본이나 미국과 격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반도체 기업은 품질과 기술력아 모두 삼성보다 한 발 앞서 있었고 생산 시스템도 자동화를 기반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1993년 6월 4일 이 선대회장은 후쿠다 다미오 삼성전자 고문이 삼성 제품 디자인의 문제점과 임직원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56페이지 보고서를 접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세탁기 뚜껑 여닫이 부분 부품이 들어맞지 않자 직원들이 거리낌 없이 덮개를 칼로 2㎜를 깎아내고 대충 조립하는 장면이 담은 사내 품질고발 영상물이 나와 이 선대회장은 충격을 받았다. 안일한 임직원 태도에 격분한 그는 서울 비서진에게 연락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200여명의 삼성 수뇌부를 소집했다.

 

이 선대회장은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 호텔로 모여든 임원진을 향해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양(量) 위주에서 질(質) 위주 경영으로 변해야 한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또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철저한 혁신을 추진했다.

 

이 선대회장은 제품 품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하고 불량품이 발생하면 해당 생산라인 가동을 즉시 중단하고 문제점을 해소한 후 재가동하게 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사람이 곧 기업 경쟁력”이라 강조해온 그는 혈연·지연·학연·성별에 관계 없이 오로지 전문성에 입각한 공정한 인사개혁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최고수준의 S급 인재를 확보하고 여성인재 등용에도 앞장섰다. 그의 신경영 선언은 삼성이라는 한 그룹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 문화를 송두리째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삼성 조직 전체의 철학·문화·품질·인재상까지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기업 대전환의 발판이었다”라며 “신경영의 본질적 철학인  △변화 대응력  △품질 중심  △글로벌 시야는 지금도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다시 한번 제2의 신경영 철학이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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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신경영 선언 32주년을 맞아 최근 이 회장과 삼성전자에도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초 주요 경영진을 향해 “삼성, 죽느냐 사느냐에 직면”이라며 이례적으로 강한 불만과 쓴소리를 내뱉은 이 회장은 '사즉생(死卽生·죽기로 마음 먹으면 산다)' 각오로 위기를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잠자고 있던 삼성전자의 대형 M&A 시계가 깨어났다. 이 회장이 2017년 주도한 80억달러(약 11조1368억원) 규모의 미국 전장(자동차 전자·전기 장비) 전문기업 하만(Harman) 인수 이후 주목할만한 대형 M&A 2건이 최근 연이어 성사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은 지난달 6일(현지시간) 미국 마시모 오디오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카 오디오 포트폴리오’를 키우고 자동차 업체 및 고객에게 브랜드별로 차별화된 오디오 경험과 음향 서비스를 제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달 13일 유럽 최대 공조기기(HVAC)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Flakt Group, 이하 플랙트)와 M&A를 했다고 밝혔다.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Triton)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삼성전자가 15억 유로(약 2조3787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하만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조(兆) 단위 M&A로 눈길을 모았다.

 

이를 두고 업계는 이 회장이 ‘뉴 삼성’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회장은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경영에 100% 복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대법원의 원심 유지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의 최근 경영 행보는 삼성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 회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로 최종 확정돼 경영에 완전 복귀한 후 뉴 삼성 시대를 빠르게 전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뉴스투데이>에 “이재용 회장은 최근 정조준된 경영 보폭을 보이고 있다"라며 "AI(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차세대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와 합작 투자, M&A 가능성을 모색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섰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제 삼성은 HBM(고(高)대역폭메모리) 고도화를 비롯해 AI 반도체 자체 역량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복원력 강화, 젊고 민첩한 조직 운영을 통한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라며 “신경영 선언은 삼성의 뿌리 깊은 경쟁력의 기반이며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AI 생태계 중심의 ‘뉴 신경영’ 패러다임으로 확장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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