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도 전기차 신차 출시 경쟁 ‘후끈’...캐즘 돌파 원동력 될까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주요 완성차 기업이 올해 하반기에도 다양한 신차를 내놔 전기자동차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에 뛰어든다.
완성차 업체들은 특히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세그먼트(차급) 뿐만 아니라 고성능 모델도 선보여 고객 선택지를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끈다.
이들 기업의 지속적인 신차 출시는 최근 둔화하고 있는 전기차 판매량 반등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인다. 특히 수년간 이어지는 전기 모빌리티(이동수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 ‘K-전기차’ 부활을 가속화할 수 있을 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 현대차·기아, 아이오닉·EV 모델 추가 출시...전기자동차 라인업 보강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올 하반기에 중형 세단 전기자동차 아이오닉6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더 뉴 아이오닉6’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아이오닉6가 지난 2022년 9월 국내에 처음 등장한 이후 3년 만에 차량 내·외장 및 성능에 대대적인 변화를 준 모델이 나오게 된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4월 경기도 고양시 종합전시장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더 뉴 아이오닉6 디자인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더 뉴 아이오닉6에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디자인 유형을 반영한 ‘일렉트리파이드 스트림라이너(Electricfied Streamliner)’ 콘셉트를 계승했다고 밝혔다.
더 뉴 아이오닉6의 가장 큰 변화는 전면부 디자인이다. 헤드램프 형상을 기존 차량과 비교해 날렵하게 바꾸고 역동적 이미지와 디자인 완성도를 확보했다. 또한 현대차는 스포티한 휠과 대담한 후면 디자인으로 도로 위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사이먼 로스비 현대차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은 “정제된 순수한 흐름(Pure Flow, Refined)이라는 진화된 디자인 콘셉트을 활용해 아이오닉 6의 디자인 디테일들을 더욱 정제하고 진보적인 방향으로 다듬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질세라 기아는 올 하반기 준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 ‘EV5’를 내놓는다.
애초 이 모델은 중국 자동차 시장을 겨냥한 전략 차종으로 개발했지만 국내에 출시하기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EV5는 기아 광주공장인 오토랜드광주에서 본격적으로 양산될 예정이다.
EV5가 출시되면 기아의 전기차 라인업(제품군) ‘EV 시리즈’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기아는 소형 전기 SUV ‘EV3’와 전기 세단 ‘EV4’, 대형 전기 SUV ‘EV9’을 판매 중이다. 여기에 EV5가 합류하면 전기 SUV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르노코리아 역시 올 하반기 준준형 전기 SUV ‘세닉 E-테크 일렉트릭’ 출시할 예정이다. 세닉은 유럽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순수 전기차다. 최근 중형 SUV ‘그랑클레오스’로 판매 상승세를 탄 르노코리아가 세닉 E-테크 일렉트릭을 선보여 전기차 시장 공략을 주도할 모델로 키울 전망이다.
■ 고성능 모델도 출격...고객 선택권 다양화로 ‘캐즘’ 돌파할까
또한 올 하반기 완성차 기업 신차 계획 가운데 눈에 띄는 건 고성능 모델이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세그먼트 뿐만 아니라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모델도 함께 출시해 다양한 고객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더 뉴 아이오닉6에 고성능 라인업 ‘N-라인’ 모델을 추가했다. 현재 현대차 전기차 가운데 N-라인을 판매하고 있는 것은 준중형 전기 SUV ‘아이오닉5’에 그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이번에 고성능 라인업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제네시스는 준준형 전기 SUV ‘GV60’의 고성능 모델 ‘마그마’를 올해 안에 국내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앞으로 ‘마그마’를 고성능 브랜드로 운용해 나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차량 판매를 늘리려면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군을 제시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라며 “특히 전기차는 친환경차 전환을 이끌 핵심 역할을 할 게 분명하기 때문에 성능 향상과 신차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최근 다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기차 내수 실적은 1만6381대로 3월(1만8341대) 대비 11.1% 감소했다. 지난 1월 1663대에서 2월 1만4263대로 급증한 뒤 3월까지 이어진 증가세가 4월에 꺾인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캐즘 현상이 충전 시설 부족과 초기 비용 부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한다. 이 뿐만 아니라 전기차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교해 구매 선택 범위가 비교적 좁은 점도 해결 과제로 지목한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 주요 완성차 기업의 지속적인 신차 출시는 전기차 수요를 촉진할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향상은 물론 촘촘한 세그먼트 라인업을 구축해 고객 접근성을 높여나가는 것은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전기차 판매량 성장이 둔화해 캐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올해 1분기 성장률이 크게 개선돼 회복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라며 “친환경차 시장은 일부 차종에서 성장이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성장 경로에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