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S 비율 규제 완화에도 웃지 못하는 보험업계…'자본의 질' 과제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업계 지급여력비율(K-ICS) 규제 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낮추면서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제고 부담이 축소되는 모양새다. 다만 자본의 질적 제고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11일 정례회의에서 보험업감독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이하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의결 즉시 시행됐다.
이번 개정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K-ICS가 도입되면서 보험사에 대한 건전성 요구 수준이 확대된 점을 감안해 구 회계기준(RBC)에서 설정돼 있던 건전성 권고기준을 조정한 것이다. 또 보험업계에서 요구해 온 비상위험준비금 관련 사항을 규정에 반영한다.
개정안은 후순위채 중도상환, 보험종목 추가 허가 등과 관련된 K-ICS 비율 권고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일괄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는 보험업권 복합위기상황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와 RBC 대비 금리 변동성 감소분, 은행권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비율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비상위험준비금 환입요건 중 당기순손실·보험영업손실 요건을 삭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존 규정은 비상위험준비금 환입을 위해 종목별 일정 손해율 초과, 당기순손실, 보험영업손실 등 세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도록 해 환입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위는 세 요건 중 당기순손실, 보험영업손실 요건을 삭제해 비상위험준비금이 종목별 손실보전이라는 제도 취지에 부합하도록 했다.
보험업계는 K-ICS 비율 규제 수준이 완화되면서 우선 부담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최근 후순위채 발행을 지속하면서 K-ICS 비율 제고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말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경과조치 적용 후) K-ICS 비율은 232.2%였으나 지난해 말에는 206.7%로 25.5%포인트(p) 낮아졌다.
K-ICS 비율 하락은 금리하락의 영향이 크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금리가 1%p 하락할 경우 보험사의 K-ICS 비율은 생보사 24%p, 손보사 30%p 하락한다.
이제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조달을 지속하며 K-ICS 비율을 방어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들어 보험사가 발행한 후순위채 규모는 5조225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규모인 8조6650억원의 60%를 넘는 수치다.
하지만 채권발행 규모가 커지면서 보험사의 이자부담도 확대됐다. 보험사의 채권발행 관련 이자비용은 연간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당국의 K-ICS 비율 규제 수준이 완화되면서 보험사의 조달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K-ICS 비율이 130%로 완화된 점은 반가운 일"이라며 "보험사의 이자부담이 큰 가운데 기준이 하향되면서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국이 새로운 규제항목으로 도입될 예정인 기본자본 K-ICS 비율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K-ICS 비율 하락에 대응해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을 통한 조달 규모를 확대하자 자본의 질적 제고를 위해 경영실태평가 항목으로만 활용돼 온 기본자본 K-ICS 비율을 규제항목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예고했다.
자본성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보완자본'으로 결국에는 보험사 입장에서 갚아야 하는 부채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자본성증권을 통한 조달에 나서면서 자본의 질이 저하된 가운데 최종관찰만기(LOT) 확장과 장기선도금리(LTFR) 인하 효과를 감안하면 보험사의 기본자본 K-ICS 비율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LOT는 시장에서 실제로 과찰 가능한 만기이자 할인율을 산정할 때 사용되는 금리구간으로, 보험부채 평가 시 할인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LTFR은 관찰이 불가능한 장기금리(60년 이상)를 추정하는 방법으로 보험사의 부채 평가에 활용된다. 이는 보험사의 부채 평가 시 할인율로 적용된다.
당국은 지난해 11월 LOT를 기존 20년에서 30년으로 확대하되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최종관찰만기가 늘어나면 LTFR를 활용하는 구간이 축소돼 할인율이 하락한다. 이는 보험사의 자본확충 수요로 이어진다.
LOT는 당초 올해부터 30년으로 설정될 예정이었으나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자본관리 부담을 고려해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병건 D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보고서에서 "이미 발표된 LOT 확대, LTFR 인하 효과를 감안하면 보험사의 기본자본 K-ICS 비율은 평균 15%p 이상 하락할 수 있다"며 "최근의 금리하락 및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자본 K-ICS 비율 제고를 위해서는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이 필요하다. 다만 비용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유상증자가 있으나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만큼 주주 이익에 배치된다. 또는 배당을 축소해 자본유출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투자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는 부담이 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K-ICS 비율 제고를 위해 자본성증권을 발행을 늘린 만큼 자본의 질이 크게 저하된 상태"라며 "하반기 기본자본 K-ICS 도입이 예고된 상황이지만, 보험사의 여건을 감안하면 연착륙될 수 있도록 연기 또는 단계적 도입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현재도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보험사가 많은데, 기본자본 K-ICS가 도입되면 배당여력은 더욱 감소할 것"이라며 "기본자본 K-ICS가 도입되면 업권 전반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