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반복되는 보험사 회계 논란…'예상손해율' 두고 재점화

김태규 기자 입력 : 2025.05.22 08:09 ㅣ 수정 : 2025.05.22 08:26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 손해율 가정 의문 제기
"예상손해율 낙관 가정해 미래세대에 손실 떠넘겨"
보수적 가정 '예실차 이익'·낙관적 가정 'CSM 확대'
금감원, 보험사에 예상손해율 산정 근거 소명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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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리픽]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회계제도를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예상손해율'을 두고 보험사 간 의견이 갈리면서 공방이 펼쳐진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예상손해율 산출 근거를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이달 14일 열린 메리츠금융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IR)에서 "예상손해율은 한 해가 끝날 때마다 예실차로 손익에 반영할 뿐 아니라 최근 실적에 따라 가정이 수정되는 등 보정장치가 있어 자의성이 개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장기 손해율 가정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회사 간 실적손해율은 유사한데, 예상손해율 추세는 완전히 반대인 경우가 확인된다"면서 "비합리적 추정을 통해 이익은 당기에 실현하고 손실은 미래세대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상손해율이란 보험사가 직전 5개년도의 손해율을 바탕으로 보험 만기인 30년 이후까지의 손해율을 추정한 수치다. 예상손해율이 낮을수록 향후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통해 거둘 수 있는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한 계약서비스마진(CSM) 규모를 늘릴 수 있다.

 

CSM은 모두 부채로 인식된 뒤 보험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수익으로 인식된다. 예상손해율이 낮으면 향후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적을 것으로 보는 것인 만큼 CSM 규모가 확대된다.

 

예상손해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한다는 것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손해율을 높게 잡았다는 것이다. 낙관적으로 가정했다면 보험금 지급이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 부회장의 발언은 경쟁사들이 예상손해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해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상손해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해 CSM 규모가 줄면 실제 지출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당기에 바로 예실차 이익을 인식할 수 있다. 의도적으로 보수적인 가정을 적용해 미래 이익인 CSM을 당겨 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각 사마다 상품 포트폴리오나 보유 계약 구조 등 상황이 달라 예상손해율 가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달 16일 삼성생명 IR에서도 이에 대해 시각차를 보였다. 변인철 삼성생명 계리팀장은 "미래에 나갈 보험금을 보수적으로 많이 쌓아 CSM을 적게 추산하는 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예실차가 0에 가깝게 최선의 추정을 해서 부채를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 팀장은 "회사의 상품 포트폴리오나 보유계약 구조 등에 따라 형태가 다를 수 있다"며 "생명보험은 사망을 담보로 하는 종신건강 비중이 매우 높고, 종신 상품을 파는 회사와 20~30년 만기 상품 비중이 큰 회사의 그래프가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상손해율 논란은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부터 지속되고 있다. IFRS17은 각 보험사가 계리적 가정을 자율적으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다. IFRS17 도입 초기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은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회계적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김 부회장은 경쟁사들이 예상손해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하고 CSM 규모를 늘려 실적을 끌어올린다고 비판했지만, 정작 메리츠화재는 IFRS17 도입 이후 예실차 이익을 통해 실적을 개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다시 논란이 점화되면서 금감원은 보험사에 예상손해율 산출 근거를 소명하라며 개입하고 나섰다. 이세훈 금융감독원은 수석부원장은 메리츠화재의 IR 다음날인 이달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보험사가 단기성과를 위해 장기 안정성 훼손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계와 논의를 통해 필요한 보완조치가 준비되면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감원은 각 보험사에 장기보험 예상손해율 산정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보험사마다 예상손해율 추이가 다른 원인을 파악한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실적 발표 때마다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업계와 소통을 통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면 논란이 해소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보수적 가정이나 낙관적 가정 모두 실적을 부풀린다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IFRS17이 자율성을 부여하는 제도인 만큼 당국의 개입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논란이 지속되더라도 시장에서 정리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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