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화 특임교수·김하늘 디자이너가 제시하는 AI·디자인 결합 지속가능성 전략

[뉴스투데이=이가민 기자] 인공지능(AI)이 기술의 영역을 넘어 기업과 디자이너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13일 서울 DDP 화상 온 스튜디오에서 ‘AI&ESG 전략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가 주최하고 디엘스, 바이스 버사 디자인 스튜디오, 스튜디오 누디가 공동주관했다. 또 환경부와 서울시가 후원했다.
‘AI&ESG 전략 컨퍼런스’는 ‘AI와 실천적 접근을 통해 ESG를 현실로 만드는 네 가지 관점’을 주제로 진행됐다. AI 기술을 활용한 ESG 데이터 분석, 지속 가능한 디자인 프로세스 구축,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 실무자들이 당면한 과제들에 대한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했다.

■ 윤종화 계원예술대학교 특임교수, “거창할 필요 없다…작은 실천이 ESG의 출발”
윤종화 계원예술대학교 특임교수는 ‘철학에서 실행으로: AI&데이터 기반 ESG 디자인 전략’에 대한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윤 교수는 ESG가 단순한 이상론에 머무르지 않고, 각자의 현실과 삶 속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실천의 언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ESG 전략을 어떻게 실행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 것인가, 결국은 개인의 관심사에서 출발해도 충분하다”고 말하며, 디자인과 데이터, 그리고 감각적 공감의 연결을 핵심으로 삼았다.
사례로는 에스토니아의 모듈러 건축과 당근마켓이 소개됐다. “모든 순환 구조는 가장 작은 유닛에서 시작된다”며 “당근마켓은 거래, 연결, 데이터 흐름까지 하나의 시나리오로 작동하고 있어 이상적인 모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AI와 IoT 기반 데이터 수집이 ESG 실행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센서 기반 데이터가 시나리오로 조합되고, AI가 이를 학습하면 실행 가능한 전략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미래를 설계할 땐 긍정적인 전망뿐 아니라 부정적 가능성도 중립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현시점에서 더욱 요구되는 태도라고 덧붙였다.
마무리 발언에서 그는 “ESG 실행은 결국 ‘지금 나의 서사’를 기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서 시작된다”며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단지 아카이브하고 시도해보는 것, 그것이 디자인의 출발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 김하늘 서버번피플 디자이너, “지속가능한 디자인은 관찰에서 시작돼”
김하늘 서버번피플 디자이너는 ‘지속가능한 디자인: 디자이너의 관찰법’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디자이너는 코로나 시기 버려진 마스크를 활용해 의자를 만든 작업을 계기로, 다양한 폐기 소재를 새롭게 바라보는 프로젝트들을 이어왔다. 발표를 통해 창작자만의 시선으로 버려진 것들 속 가능성을 찾아온 여정을 공유했다.
그는 버려진 영화관 스크린에서 소재의 잠재력을 발견한 경험을 소개했다. “영화 스크린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타공이 규칙적으로 나 있는 걸 보면서 흥미로웠다”고 말하며, 소리가 빠져나오던 구멍에 빛을 넣는다는 발상에서 조명 디자인으로 확장된 과정을 설명했다. “소리가 나왔던 구멍인데 빛이 나오면 어떨까”라는 문장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기능적 요소를 감각적으로 해석해보려는 시도였다.
도자기 장인의 ‘걸작’ 뒤에 숨겨진 파편들을 재료로 삼은 작업도 이어졌다. 김 디자이너는 “걸작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도자기들이 깨지고 버려진다”며 “실제로 도자기들이 도자기 무덤처럼 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쁜데 버려진 파편들을 이어붙여 조명으로 탈바꿈했다. 이음새 부분을 순금박으로 마무리하여 디자인적 요소를 살렸다.
현대백화점과의 협업에서는 환경 규제로 인해 사용되지 못하고 창고에 남겨져 있던 일회용 비닐백을 활용했다. 그는 이 소재를 다양한 패턴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오브제로 제작하며, 다시 쓰이지 못할 자원의 마지막 쓰임을 창의적으로 완성해냈다.
마지막으로 김 디자이너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은 단순히 재활용이나 환경 개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당연하게 소비하고 있는지를 꼬집고 관찰하는 태도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작자라면 모두가 지나치는 문제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