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I & ESG 전략 컨퍼런스 ①] 문성후 연세대 교수, “ESG는 ‘사회적 면허(Social License)’와 직결되는 핫이슈”
박진영 기자 입력 : 2025.06.13 18:16 ㅣ 수정 : 2025.06.15 21:11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 13일 ‘AI & ESG 전략 컨퍼런스’ 개최 AI와 실천적 접근 통해 ESG 실천하는 네 가지 관점 다뤄 차강희 이사, “AI, ESG는 변화의 중심에 있는 중요한 화두” 이인기 회장, “디자인 업계가 ESG 실천에 먼저 앞장서야”
'AI & ESG STRATEGY CONFERENCE'가 13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됐다. [사진=박진영 기자]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ESG 기업 성공사례‧디자인 업계 역할 언급디자인 분야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실천적인 융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1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화상 온 스튜디오에서 열린 ‘AI & ESG 전략 컨퍼런스’는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kodcia)가 주최하고, 디엘스, 바이스 버사 디자인 스튜디오, 스튜디오 누디가 공동주관했다. 또 환경부와 서울시가 후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ESG‧디자인 분야 전문가들은 ‘AI와 실천적 접근을 통해 ESG를 현실로 만드는 네 가지 관점’을 주제로, 디자인과 기술, 철학이 만나는 미래형 ESG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AI와 ESG는 세상의 변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말하면서 “창의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기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 회장은 “디자이너로서의 사명감과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변화하는 디자인 사회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모였다”면서 “디자인과 AI, ESG가 만나는 이 자리야말로 앞으로 우리 업계가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성후 법무법인 원 ESG 센터장이 13일 서울 DDP에서 열린 'AI & ESG 전략 컨퍼런스'에서 'ESG 리더십 : ESG는 선택이 아닌 기준'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박진영 기자]
■ 문성후 교수, “기업들, ESG 통해 ‘우등생에서 모범생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 추구해야”
첫 번째 강연을 맡은 문성후 연세대 겸임 교수(법무법인 원 ESG 센터장)는 ESG의 정의를 짚어보고, 기업들이 ESG를 실천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에 성공한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디자인 분야에서 ESG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뤘다.
문 교수는 ESG라는 용어의 기원을 ‘2004년 유엔 보고서’에서 찾았다. 문 교수는 “유엔 보고서는 금융기관들이 기업에게 ‘ESG 이슈를 잘 다루는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며 ESG가 출발부터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ESG를 가치나 미덕으로 여기지만, 본질은 골칫거리다. 그래서 더더욱 해결이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ESG의 정의를 단순히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에서 끝내지 않고, 그것이 왜 형용사형으로 표현되는지를 질문하며 ESG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문 교수는 ESG를 둘러싼 최근의 냉소적인 분위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ESG는 이제 끝난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들리지만, 실상은 더 복잡해지고 중요해지고 있다”며 ESG가 단순한 윤리적 의무가 아닌 ‘사회적 면허(Social License)’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문 교수는 자신이 벌을 길러 꿀을 팔면서 지역사회에 피해를 준다는 가상의 예를 들어 ESG의 핵심을 설명했다. 문 교수는 “내 벌로 내 꿀을 팔더라도 주변에 피해를 주면, 법적 책임은 없어도 사회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며 “이는 곧 기업이 사회적 신뢰를 잃는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금은 ‘돈을 벌면서 만든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시대다”고 강조하면서 “ESG는 곧 ‘돈을 벌며 생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철학이다”고 정의했다.
문 교수는 “ESG는 실력과 인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우등생이자 모범생이 되는 것”이라면서 “기업은 돈도 벌고 사회에도 기여해야 하며 이 두 가지가 충돌하지 않고 일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속가능발전은 단순히 자원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를 생각하며 자원과 사회 구조를 유지하고 계승하는 것”이라며 “다음 세대를 위해 ESG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성후 법무법인 원 ESG 센터장이 13일 열린 'AI & ESG 전략 컨퍼런스'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진영 기자]
특히, 문 교수는 기업을 운영하는 리더들이 ESG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돕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빌 게이츠의 ‘모르면 해고’하는 Know-it-all 방식과 사티아 나델라의 ‘모르면 배우라’는 Learn-it-all 방식의 차이가 기업 문화를 얼마나 다르게 만드는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델라의 포용적 리더십은 단순한 경영 전략을 넘어 기업의 문화 자체를 변화시켰다는 평가도 함께 언급됐다.
또 이탈리아의 유명 파스타 브랜드 바릴라 사례를 통해, 차별적인 발언으로 인한 소비자 신뢰 하락과 이후 디자인을 통해 이미지 회복에 나선 기업의 전략을 소개했다.
문 교수는 “리더의 말과 태도,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곧 메시지로 전달된다”고 지적하며 “기업의 진정성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실천과 디자인으로 증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문 교수는 ESG 실천에 있어 기술의 역할도 다뤘다. “AI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을 감시할 수 있고, 위성 기술을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의 실제 이동 경로까지 추적할 수 있다”며 “AI는 ESG를 강화하는 기술이자, 위선을 감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I가 분석한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나 과장된 ESG 실적이 드러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문 교수는 디자인 분야에서 ESG를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다뤘다. “디자인을 통해 ESG를 구현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람이 감동하고 웃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면서 “ESG 중에서도 S(Social) 영역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교수는 “S는 결국 사람의 행복, 건강, 안전과 관련된 가치이다. 디자인은 그 모든 가치와 연결돼 있다”며 “모든 디자인 요소들이 사회적 가치 실현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 교수는 “ESG는 문제이자 과제다. 우등생에서 모범생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ESG와 수익이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증진할 수 있다는 스마트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