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경제논리 비웃는 우유값 결정방식, 소비자 낙농가 유업체 모두 불만
이상한 우유값 가격결정구조

우유소비가 줄어도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는 원유가격 연동제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이 잇달아 우유값을 인상하면서 우유값 인상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우유값이 다른 나라보다 비싼데 유업체들이 또다시 가격을 올리자 원유를 수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소비가 줄어도 우유값은 오르는 이상한 구조= 제품의 가격을 결정하는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일반적으로 소비가 줄면 가격은 내려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유값은 소비자 줄어도 가격을 내리는 법이 없다. 가격이 비싸니 소비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같은 가격경직성 뒤에는 원유가격 연동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유업계는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하지만 낙농가는 생산비 인상요인이 있었음에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년째 원유가격을 동결했다고 반박한다.
원유가격은 생산농가와 유가공 업계가 전년도 생산 비용과 물가 등을 고려해 매년 8월 결정하는데, 올해는 지난해(922원)보다 4원 올려 리터당 926원으로 결정했다.
원유가격은 불과 4원(0.43%)이 올랐는데, 소비자가격 인상폭은 훨씬 크다. 서울우유는 지난 8월 16일부터 흰 우유 소비자 가격을 1리터 기준 3.6% 올렸다. 이는 2013년 8월(11.1% 인상) 이후 5년 만이다.
남양유업 역시 2013년 이후 5년만에 흰 우유 가격을 평균 4.5% 올리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 인상폭이 큰 것은 아니지만 지난 몇년간 원가압박이 누적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불가피하게 흰 우유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해명했다.
우유업계 1, 2위인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이 총대를 메고 가격을 올리자 매일유업, 동원F&B , 연세우유, 건국유업 등 다른 유업체들도 가격인상폭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비싼 가격에 소비자들 우유 외면= 우유소비량이 최근들어 주춤하고 있지만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우유소비는 꾸준히 늘어왔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우유소비량은 1970년 1.6kg에서 2017년 33.1kg으로 거의 20배이상 늘었다.
이 기간 1인당 전체 축산물 소비량은 10.2㎏에서 130.7㎏으로 12.8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쇠고기(1.2㎏→10.8㎏)와 닭고기(1.4㎏→12.6㎏)가 9배, 돼지고기(2.6㎏→22.2㎏)가 8.5배 각각 증가했다. 계란은 3.8㎏에서 12.7㎏로 3.3배 증가했다. 전체 축산물 중 우유가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그랬던 우유소비량이 최근 수년간 주춤해진 것은 상대적으로 비싼 우유값에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재 우유값은 리터당 소매가격이 2510원이다. 현재 전국 휘발유값 평균이 리터당 1686원임을 고려하면 32% 더 높은 수준이다. 네이버쇼핑에서 팔리고 있는 에비앙 생수 최저가(1370원)와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격이다.
미국의 경우 월마트에서 팔리는 우유값은 갤런(3.78리터) 당 3.50달러 선이다. 리터당 1달러(17일 기준 1127원)를 밑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 역시 우유값은 리터당 1달러를 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들은 다른 나라 소비자들보다 2배이상의 돈을 주고 우유를 먹고 있는 셈이다.
▶낙농가, 우유업체, 소비자 모두 불만인 원유가격 연동제= 원유가격연동제는 원유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생산자와 유업체가 2011년 11월 합의하고 2013년 8월부터 시행한 제도다.
정부가 해마다 반복되던 낙농가와 우유업체간 원유가격 인상 마찰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방식은 기본가격과 등급가격을 합해 유대(농가수취 원유값)를 결정한다. 기본가격은 다시 통계청 생산비를 반영한 기준원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변동원가를 더해 정한다.
하지만 생산비와 물가는 매년 오를 수 밖에 없어 원유가격 인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우유업계의 지적이다.
우유가 안 팔려도 원유를 쿼터대로 사줘야 하는 우유업계로선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고 불평한다.
낙농가도 할말이 많다. 낙농가들은 “우리도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낙동가들은 소비자물가 인상요인이 있어도 수년째 가격을 동결하고, 남아도는 젖소를 도태하는 등 생산감축을 위해 노력했다는게 낙농가의 항변이다.
농식품부 추산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동결되면 낙농가 수익이 총 330억원 줄고, 소비자 편익은 660억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원유가격 연동제로 낙농가가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옳은 애기는 아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우유값이 다른 나라보다 배이상 비싼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지금같은 가격구조 방식이 지속된다면 소비자, 생산자, 업계 모두가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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