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실손보험과 문재인 케어의 어색한 동거

정우필 입력 : 2019.08.22 01:03 ㅣ 수정 : 2019.08.22 01:03

실손보험과 문재인케어의 어색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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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증하면서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TV]

과다진료 등으로 손해율 상반기만 1조

[뉴스투데이=정우필기자] 국민 33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보험사들을 울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손해율이 130%에 육박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보험사들은 하소연한다. 업계에서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2만대 부담없어 폭발적 가입증가

실손보험(흔히 실비보험이라 부름)2000년 이전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만기가 5~15년으로 짧았고 입원 최대 1000만원, 통원 5만원 등 보장내역 역시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03년 이후 만기를 80세로 늘리고 자기부담금 없이 급여와 비급여 상관없이 가입금액을 최대 3000만원으로 올리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생보사들이 단체보험 실손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고 가입자들이 여러 보험에 중복가입후 보험금을 여러 곳에서 타는 문제가 생기자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의 중복보상을 금지시켰다. 이 시기에 손보사들이 본격적으로 실손보험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가열됐다.

 

2008년에는 보장기한을 100세까지 늘리고 입원보험료도 최대 1억원으로 끌어올리는 파격적인 상품이 선보였지만 불과 15개월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2009년 실손보험이 보험사들마다 우후죽순으로 설계되고 판매되면서 금융당국이 표준화 작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자기부담금을 10%로 정하고 입원의료비는 최대 5000만원, 통원은 최대 30만원으로 낮췄다. 표준화 영향으로 생보와 손보의 실손보험은 보장내용이 동일하게 바뀌었다.

 

2015년에는 비급여 부분의 자기부담금이 20%로 상향조정됐고 2017년에는 이마저 30%로 올랐다. 도수치료, MRI(자기공명영상) 보장, 비급여주사료 등이 특약으로 제외되면서 가입자들의 혜택이 줄어들었다.

 

2018년에는 연령과 성별, 직업에 따라 1년마다 갱신하도록 바뀌었고 생보사와 손보사의 보장내용이 통일됐다. 그럼에도 월 1~2만원대 부담없이 가입할 수 있고 실제 치료에 들어간 비용의 상당부분을 보전받을 수 있는 이점 때문에 가입자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손보험 팔수록 손해라는 보험업계의 주장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29.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포인트 올라갔다. 보통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더 많아 보험사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보험업계는 금액으로 따져 실손보험 적자액이 1조원을 넘겼다고 주장한다. 이 상태라면 올해 전체로는 19000억원 적자가 예상되므로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업계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실손보험에서 이처럼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은 광범위한 보장내용과 병·의원 측의 과잉진료 탓이 크다. 과거처럼 무제한 보장은 아니더라도 보장범위가 넓다보니 필요이상의 과다진료, 과잉진료가 보편화되고 이로 인해 보험사 금고에서 돈이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7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진료횟수는 16.6회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평균치 7.1회보다 2배이상 높다. 병원에서도 환자가 실손보험을 가입했다고 하면 추가진료를 권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 실손보험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폭넓은 보장 때문에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출처=연합뉴스TV]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의료행위는 정부에서도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을 연계하는 공사보험연계 관련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각각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통과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공사보험 연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방대한 의료 정보가 민간보험사들로 넘어갈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케어와 실손보험의 어색한 동거

문재인 케어는 기본적으로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를 통해 2022년까지 현재 전체 의료행위와 치료재 등의 7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내용이다. 지금은 63% 정도를 보장하는데 이를 70%까지 끌어올려 공적의료보험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목표이다.

 

실손보험이 인기를 끄는 것은 공적보험이 손댈 수 없는 부분을 사보험들이 보장해준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개인부담이 큰 비급여의 경우 최대 70%를 실손보험을 통해 보전받을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문재인 케어가 실현되면 비급여 항목의 일정 부분이 급여항목으로 바뀌면서 형식적으로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덜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공적보험으로 비급여 보장을 늘리겠다는 문재인 케어는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비급여 의료행위에 대한 보장으로 인기를 끈 실손보험의 존재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가 있다.

 

보험업계 내부에서 문재인 케어에 대한 비판과 경계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부 보험사들은 문재인케어로 인해 비급여 진료가 급여로 전환돼 가격 통제를 받자 병의원들이 새로운 비급여 진료항목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손실보험 손해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 풍선효과로 비급여 항목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보험사들이 판매한 실손보험으로 비급여 진료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이 손해율을 끌어올린 진짜 이유라면서 보험료 인상은 보험사들이 져야 할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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