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12조원 협동로봇 시장 놓고 '다윗' 레인보우로보틱스, '골리앗' 두산에 도전장 낸 이유
남지완 기자 입력 : 2023.07.10 05:00 ㅣ 수정 : 2023.07.10 05:00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업계 최대 라인업으로 국내 1위 이어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삼성전자 지분투자 힘입어 로봇사업 본격화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왼쪽),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 [사진편집=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5년내 12조원 대로 커지는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시장 잡아라'
두산그룹과 삼성전자가 오는 2028년 92억달러(약 12조60억원) 규모로 커지는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협동로봇 라인업(제품군) 확대,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지분투자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산업로봇(Industrial Robot)이 사람과 분리돼 컴퓨터 통제에 따라 일정한 작업을 하는 공업용 기계인 반면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호흡을 맞추며 일을 하는 로봇이다.
협동로봇은 자동화 솔루션에 힘입어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생산 현장에서 업무를 신속하게 할 수 있고 작업 안전도를 높일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협동로봇 1위 업체는 두산로보틱스다. 두산그룹의 핵심 신사업인 로봇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는 다른 기업에 비해 회사 경쟁력과 인지도가 뛰어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취득 현황 [사진=유진투자증권]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의 협동로봇 시장 공략이 매섭다.
삼성전자는 코스닥 상장사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올해 1월, 3월 각각 590억원, 278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10.2%에서 14.99%까지 늘리는 행보를 펼쳤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최대 주주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도 보유해 이를 행사하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이 최대 59.94%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마음만 먹으면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사들일 수도 있다.
이렇듯 국내 주요 기업이 협동로봇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협동로봇 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마켓앤마켓츠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1억달러(약 1조4355억원)에 머무렀던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이 오는 2028년 92억달러(약 12조60억원)로 대폭 커질 전망이다.
산업용 로봇과 협동 로봇의 차이 [사진=삼성증권]
협동로봇은 산업현장의 인력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 3년간 전 세계에 맹위를 떨쳐 이에 따른 인력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인력난에 따른 해법으로 생산·물류 원가 절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업 수요에 가장 적합한 '해결사'가 협동로봇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협동로봇은 안전펜스를 설치하지 않고 사람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협동로봇은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사고 빈도를 낮추고 △생산 비용을 줄이며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보다 고도화된 협동로봇의 등장에 기업들이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2021년 기준 글로벌 협동로봇시장 점유율 [사진=뉴스투데이DB / 자료=이베스트투자증권]
■ 두산로보틱스, 국내 1위 지켜... 업계 최대 라인업 보유
2015년 출범한 두산로보틱스는 2018년 협동로봇을 본격 양산하며 현재까지 국내 협동로봇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1위 협동로봇 기업은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는 덴마크의 유니버설로봇이며 두산로보틱스는 5%로 5위다. 같은 해 두산로보틱스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21%로 1위를 거머쥐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매출 [사진=하이투자증권 / 자료=두산]
두산로보틱스 성장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주)두산 IR 자료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 매출액은 2019년 173억원을 거둔 데 이어 △2020년 202억원 △2021년 370억원 △2022년 450억원 등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업체 영업이익 내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주)두산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의 2023년 실적은 대형 수주를 통해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이투자증권은 두산로보틱스 매출액이 올해 6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H시리즈, M시리즈, A시리즈 [사진=두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제품이 △H시리즈 2종 △M시리즈 4종 △A시리즈 6종 △E시리즈 1종 총 13종으로 전 세계 협동로봇 업계에서 두드러진 라인업(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H시리즈는 최대 25kg에 달하는 중량물을 다룰 수 있다. 또한 고성능 토크센서가 6개 설치돼 업계 최고 수준의 충돌 민감도를 보여준다.
M시리즈는 고성능 토크센서를 기반으로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다. 이 같은 특성을 살려 M시리즈는 나사를 조이거나 기업을 조립하는 작업에 투입될 수 있다.
A시리즈는 5~9kg대 화물을 들어올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으며 전류기반 충돌감지 시스템을 갖춰 작업자 안전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 E시리즈 [사진=두산]
이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4월 E시리즈 3종을 내놨다. 이 제품은 A시리즈와 유사한 구조를 갖췄으며 △협동로봇 연결 축 간 틈새 밀봉 △청결 유지를 위해 흰색 디자인 적용 △세척이 쉽고 오염이 잘 되지 않는 성분을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이 제품을 활용해 베이커리, 패스트푸드, 바비큐 요리 등 다양한 식음료 분야에 판매할 방침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협동로봇은 재래식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에서 활약하기 좋은 제품이다. 소상공인 및 중소·중견 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활용 면적이 좁고 자금력이 부족해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협동로봇은 훌륭한 대안이 된다.
한편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은 두산로보틱스의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급성장하는 협동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달 말 독일에서 열린 로봇 전시회 '오토메티카(Automatica) 2023‘을 참관했다.
박지원 부회장은 글로벌 협동로봇 기업 전시장을 꼼꼼히 살피며 제품 동향을 점검하는 등 글로벌 시장 상황에 관심을 기울였다.
박 부회장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든 협동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여러 기업과 손잡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 레인보우로보틱스, 삼성전자 투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다크호스'로 급부상
올해 초 시가총액 6700억원에 불과했던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로부터 지분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에 주가가 한 때 급등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시총이 지난 3월 23일 주당 15만원을 기록해 52주 신고가를 찍은 데 이어 이달 7일 주당 9만1100원으로 시총이 1조7538억원이다.
특히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가 투자한 협동로봇 기업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올해초에 비해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 올랐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를 통해 향후 미래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한종희 삼성전자 DX 부회장은 올해 1월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가스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로봇을 신사업으로 점찍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종희 부회장은 또 같은 달 15일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로봇 시대에 선제 대응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의보행 보조 로봇 젬스힙(EX1) [사진=삼성전자]
한 부회장은 이어 올해 3월 21일 삼성전자 신제품을 공개하는 비스포크 라이프 미디어 데이에서 “삼성 로봇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로봇 사업팀에서 ‘EX1'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1은 노인의 운동 능력을 보조하는 로봇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협동로봇 기술 핵심은 관절 장치를 세밀하게 제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구동기, 엔코더(전기 신호를 기계 신호로 바꾸는 부품), 브레이크, 제어기 등 협동로봇 제작에 필요한 핵심부품을 자체 개발했으며 전 제품에 대한 안전성은 글로벌 인증기관 TUV SUD를 통해 인증 받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총 5종의 협동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이와 함께 레인보우로보틱스는 RB3-730, RB5-850 등 총 5개 협동로봇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협동로봇 라인업을 꾸준히 늘려 오는 2025년까지 9개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라며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 같은 기술력을 고려해 지분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액 136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