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전북도청 앞에 모인 300명, “차별을 멈춰라”...장애인은 시민이다

박래성 기자 입력 : 2025.04.19 22:35 ㅣ 수정 : 2025.04.20 09:37

30분은 기다린다, 하지만 3시간은 못 기다린다”…이동권 투쟁의 외침
“민주주의는 이동에서 시작된다”…전북 장애인들, 도청 앞 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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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투쟁 선포식. [사진=박래성 기자]

 

[전북/뉴스투데이=박래성 기자] 17일, 전북특별자치도청 앞 광장이 이른 아침부터 분주해졌다.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전북420공투단)이 주최한 ‘2025년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선포식’에 전북 전역에서 모인 300여 명의 장애인 당사자와 인권단체 회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전북420공투단은 전북의 장애인 당사자 단체들과 시민사회, 인권연대단체 등 총 23개 단체가 연대한 조직으로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그 의미를 ‘시혜의 기념일’이 아닌 ‘권리를 외치는 날’로 재정의하며 투쟁의 장으로 바꿔왔다.

 

올해 역시 이들은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진행하는 기념행사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고 실제 정책 개선과 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거리행동에 나섰다.

 

전북420공투단이 이날 전북특별자치도에 공식 전달한 요구안은 모두 23개. 그 핵심은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 와상장애인 등 최중증 당사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대기시간 단축(현행 평균 1~3시간 → 30분 이내)  △ 최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주 20시간 고용제, 전담인력 5명당 1명 배치)  △ 탈시설 권리 보장 및 지역사회 내 자립생활 지원 확대  △ 고령 퇴소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 공백 대책 마련  △ 장애여성 권리 보호 및 성폭력·가정폭력에 대한 구조적 대응체계 마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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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강현석 대표(오른쪽)와 사)전북여성장애인연대 유시선 대표(왼쪽). [사진=박래성 기자]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강현석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장애인도 시민이다. 시민은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콜택시가 30분 만에 오지 않아도 참고 기다릴 수는 있다. 하지만 3시간은, 그 누구도 기다릴 수 없다”며 ‘이동하는 민주주의’라는 표현으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강하게 촉구했다.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라,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사단법인 전북여성장애인연대 유시선 대표는 장애여성의 현실을 언급하며 "여성장애인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또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중의 차별을 겪고 있다"며 “교육의 기회를 더 많이 보장하고, 성폭력과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집 안에 갇혀 살아가는 여성장애인들이 많다”며, '장애여성지원법' 제정의 시급성을 호소했다.

 

이날 선포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도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 당사까지 행진하며 ‘차별 없는 사회’, ‘장애인도 인간답게 살 권리 있다’는 구호를 외쳤다.

 

지나는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박수를 보내거나, 플래카드에 적힌 문구를 유심히 읽어보는 장면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매년 돌아오는 4월 20일. 단순히 ‘기념’으로 머물러서는 안 되는 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다름에 대한 이해가 더욱 필요한 이 시점에서, 이들의 외침은 단지 하나의 행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구조적 질문을 향한 진지한 목소리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더 이상 ‘부담’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정책도 의식도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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