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사진=MBC 캡처]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2022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퇴임했다. 5월 9일 퇴임을 앞둔 마지막 여론 조사(한국 갤럽)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5%였다.(한국 갤럽) 노무현은 27%, 김대중 이명박은 24%, 김영삼은 4%의 지지율로 임기를 마쳤다. 팬데믹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국격을 높힌 것에 대한 평가였다. 문파(文派)라고 불리우던 문재인 팬덤은 집권 5년 내내 그의 버팀목이자 디딤돌이 되어주었다.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그들의 표현 그대로 자부심이 넘쳤다. ‘달님’은 그의 별칭이 되었다.
문재인은 2025년 2월 7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과정, 계엄령 발동과 내란 행위를 보면서 느꼈던 자괴감을 털어놨다. 박찬수 대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은 “윤석열 정부 탄생에 문재인 정부 사람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물론 그중 내가 제일 큰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사람에게 정권을 넘겨줬다는 자괴감이 아주 컸다. 게다가 이번에 계엄, 탄핵 사태가 생기니까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국민께 송구스러웠다”고 말했다.
윤석열의 거짓말에 넘어갔다. 1라운드
문재인은 당시 검찰개혁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에 검찰총장 인선 기준은 개혁에 대한 동의였다고 한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4명을 조국 민정 수석이 직접 다 한 명 한 명 인터뷰를 해보고 검찰개혁에 대한 각 후보자의 의지나 생각을 확인했다. 3명은 검찰개혁에 대해서 반대하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고 윤석열 후보자만 검찰개혁에 대해 지지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평판 조회를 해보면 윤석열이 욱하는 성격에 자기 제어를 잘 못하고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기 사람들을 챙기는 스타일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당시에 검찰개혁에 너무 꽂혀 있어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윤석열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결국 윤석열의 거짓말에 넘어갔고, 그는 검찰개혁에 대한 보복과 발목잡기에 나섰다.
윤석열은 본색을 드러냈다. 검찰개혁을 좌초시키기 위해 조국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문재인을 만나서 조국에게 이해할 수 없는 행위가 있다고 했다. 조국의 부인, 정경심을 기소하겠다고 했다. 함성득은 ‘위기의 대통령’이라는 책에서 당시의 풍경을 묘사했다. 문재인은 “꼭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윤석열은 “법리상 그렇게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문재인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이 ‘아무리 조국 수석이라도 용납할 수 없는 게 이른바 사모펀드다’라고 했는데 그게 사기였다고 술회했다. 실제로 사모펀드는 다 무죄가 났고 표창장 등 다른 것으로 틀어서 가족들을 풍비박산을 냈다며 “한없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문재인은 그 당시에는 이런 입장을 밝혔다. 2019년 11월 19일 <MBC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에서 조국 장관 임명과 관련된 질문에 “인사 문제는 참으로 곤혹스럽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 굉장히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2020년 1월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에 대해 “엄정한 수사,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 이런 면에서는 이미 국민에게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국 사건에서 여론에 따라 윤석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문재인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조직 문화 개선에 앞장서면 더 신뢰받을 것”이라고 덧붙였으나 윤석열에게 검찰개혁은 사족처럼 들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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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의 윤석열 징계건에 대한 입장, 2라운드 추미애 해임
문재인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윤석열의 저항에 대해 왜 단호합 입장을 취하지 못했는가에 대해서도 답을 했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신뢰하지 않는다’ 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거나 물러나기를 바란다고 언론을 통해서 압박하면 검찰총장이 알아서 물러났다. 시대가 달라져서 지금은 그렇게 압박했다가는 윤석열 본인은 물론이고 검찰 조직 전체, 보수 언론들도 들고일어나 엄청난 역풍이 생기고 차기 대선에서 굉장히 큰 악재가 되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 윤석열을 그만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법무부 장관의 징계 건의로 징계 해임을 하는 것이었다고 문재인은 인터뷰에서 밝혔다. 대통령 윤석열의 시작이 검찰총장 발탁인 것은 맞는데, 징계 과정이 매끄럽게 잘 안 되면서 굉장히 많은 역풍을 받고 그 바람에 정치적으로 키워주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마치 윤석열을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처럼 만들어 주어서 대통령 후보로까지 올려준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20년 11월 24일 윤석열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명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그 해 12월 16일 정직 2개월이 결정되었다. 징계사유는 조국 사건 등 주요 재판부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채널A기자 취재윤리 위반사건, 국정감사 당시 정치적 발언 등이다.
직무정지 및 징계 처분에 대해 대다수의 검사들이 반발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절차상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사자일 수 있는 판사들이 ‘재판부 사찰 문건'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았다. 정국운영에 미치는 타격이 컸다. 당장 2021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민주당이 크게 흔들렸다. 문재인은 사과했다.
2021년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총장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있지만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검찰총장은 내가 임명한 사람이다. 윤석열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얼마 후에 추미애는 해임되었다. 정치적으로 체급을 올린 윤석열은 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했고, 그해 6월 29일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추미애의 항변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하자 "탄핵이 가결된 순간, 저는 꼬박 4년의 시각들이 하나하나 깊이 고통으로 제 안에 각인되어 있었기에 속에서 맺힌 것들이 일시에 터져 나오는 느낌을 참느라 어쩔 줄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4년 전 언론의 편견과 구박 속에서도 저를 믿고 감찰과 징계에 최선을 다했으나 정치 상황의 급변으로 법무부를 떠나게 되었던 정의로운 검사들, 윤석열로부터 보복 수사를 받거나 누명을 쓰고 괴롭힘을 당하거나 법무부를 떠난 차관과 부당한 징계를 받고 검찰을 떠났던 검사들에 대한 미안함도 겹쳤다"고 했다.
12·3 망상계엄 관련해 "이런 상상못할 난동은 2016년 촛불혁명 승리 이후 하나도 제대로 바꾸지 못한 탓"이었다면서도 "그 고통과 피해는 국민들에게 전가됐고 견디다 못한 괴물의 폭주를 국민이 멈추게 했다. 결국 국민이 해냈다"고 말했다.
추미애는 "저는 검찰총장 윤석열이 자신과 처족의 불법을 감추기 위해 감찰과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행위를 적발해 징계까지 했으나 결국 인사권자는 여론에 떠밀려 그를 제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름 석자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문재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지적을 했다.
추미애는 "탄핵 무대의 조명을 받는 이들 뒤에 밟고 지나온 수많은 희생과 헌신을 기꺼이 감당해 오신 분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다시 한번 시한폭탄 윤석열을 멈추어 주신 국민들께 감사들 드린다"고 했다.
옥중에서 윤석열 파면을 기원하며 매일 108배를 했던 조국은 "민주헌정을 파괴했던 내란수괴 윤석열이 드디어 파면됐다"며 극우파쇼세력이 여전히 존재하니 다시한번 마음과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많지 않다. 새로운 다수 연합을 신속히 구축하여 압도적 기세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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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문재인 정부 비판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가 된 윤석열은 2022년 2월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정사실화했다. 이와함께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 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말했다. 문재인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다음 날 격앙된 문재인은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데도 못본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 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현정부를 근거없이 적폐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선거는 윤석열의 승리로 끝났다. 문재인은 3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선거가 끝난 후 대한민국은 하나라며, 윤석열에게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주문했다.
“사상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 속에 갈등이 많았던 선거였고, 역대 가장 적은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되었습니다. 선거 과정이나 결과에 각자 많은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의 대한민국은 다시 하나입니다. 우리 정부는 차기 정부가 국정 공백 없이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통합의 시간입니다.
선거 과정과 결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치유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다음 정부에서 다시 여소야대의 국면을 맞게 되었지만, 그 균형 속에서 통합과 협력의 정치를 해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이고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가 마주한 냉정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남쪽의 노을을 닮은 부부
용산 시대를 선언한 윤석열은 취임과 함께 청와대를 개방하려고 했다. 극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였다. 취임식에 참석해야 하는 문재인의 숙소가 문제였다. 윤석열은 즉시 방을 빼라고 했다. 5월 9일 자정까지가 임기인데 문재인은 이날 저녁 청와대를 나갔다. 서울 모처에서 하룻밤을 자고, 윤석열 취임식에 참석한 후 경남 양산으로 향했다. 노무현은 마지막 밤을 청와대에서 보낸 후 이명박 취임식에 참석하고 경남 김해로 갔다. 정작 윤석열은 파면 후에도 일주일을 더 한남동 관저에서 머물렀다.
문재인은 퇴임 후 고향 경남 양산에서 첫 일요일을 맞았다. 5월 15일, 주일 미사 참례를 마치고 돌아온 그를 맞이한 것은 극우 보수단체였다. 문재인은 “양산 덕계성당 미사. 돌아오는 길에 양산의 오래된 냉면집 원산면옥에서 점심으로 냉면 한 그릇.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습니다. 평산마을 주민 여러분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윤석열이 취임사에서 밝힌 ‘반지성주의와의 투쟁’을 인용해 극우단체의 행태를 비꼬았다.
“잊혀지겠다”며 자연인의 삶을 살겠다고 한 문재인의 일상은 평화로워 보였다. 감자 캐는 모습을 인스타에 올리기도 하고, 도서 추천 글들을 올렸다. “어느 남쪽의 노을을 닮은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문파들은 열렬히 응원했다. 문재인은 평균 4일에 한 번 꼴로 SNS에 글을 올렸다.
정국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삼갔지만 정말 참을 수 없을 때에는 나섰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준비 부족으로 실패하자 직접 나서서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윤석열이 사과하지 않고 책임을 떠넘기자, 전 정부의 책임자로서 대신해 사과했다. 사실상 윤석열에 대한 비판이었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국격과 긍지를 잃었고,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 새만금을 세계에 홍보해 경제 개발을 촉진하고 낙후된 지역경제를 성장시키려던 전북도민들의 기대는 허사가 됐다. 그들이 대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이 허사가 되고 불명예만 안게 됐다. 이번 실패로 실망이 컸을 국민들, 전세계 스카우트 대원들, 전북도민 및 후원 기업들에게 대회 유치 당시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대한민국이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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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문재인입니다’
2023년 12월 전주영화제에서 이창재 감독의 ‘문재인입니다’가 공개됐다. 이창재 감독은 “정치가 싫었던 인권변호사 문재인이 왜 대통령이 되는 길을 택했을까, 권력을 내려놓은 이후 그의 삶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의도를 밝혔다. 이 영화는 문재인이 대통령 임기를 마친 후의 삶, 평산 마을에 사는 인간 문재인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창재 감독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를 찍고 난 후의 소감을 밝혔다.
"한뿌리에서 나와서 다르게 꽃이 핀 분들 같다. 세상을 향한 연민이 큰 뿌리라고 생각한다. 두 분 다 거기에서 시작해서 다른 열매를 보여주셨다. 노통(노무현)은 자체발광하신 분이다. 선명한 메시지가 있고 설득력도 뛰어났다. 근데 좀 이른 시기에 나와 시대와 보조를 맞추기 어려웠던 분이셨던 것 같다.
그에 비해 문통(문재인)은 자체발광보단 배경이 되시려던 분이다.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세상에 도움이 되려는 태도를 취해오셨던 것 같다. 제가 이 영화를 오래 붙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촬영 때도 일부러 배경을 환하게 하고 문통을 어둡게 담기도 했다. 본인 자체가 빛이 없는 분이 아닌데 조금 뒤로 물러나 상대를 대하려는 태도가 있으시더라.
계속 반복하신 말씀이 잊힌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건 전임 대통령으로서 잊히겠다는 뜻일 텐데 엄연히 임기가 끝났고 자연인으로 제2의, 제3의 삶을 사시려는 분을 왜 사람들은 인정 못 해줄까, 한 사람의 시민으로 발언하는 걸 왜 정치적으로만 해석할까, 제가 다 안타깝다.“
영화에서 문재인은 “5년간 이룬 성취, 제가 이룬 성취라기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함께 이룬, 대한민국이 성취한 것인데. 그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잊히고 싶다’는 퇴임 당시 소감에 대해 “일단 제가 자연인으로서는 잊혀질 수가 없는 것이지만 현실정치의 영역에서는 이제는 잊혀지고 싶다는 뜻을 그렇게 밝혔던 것”이라며 “(여권이) 끊임없이 저를 현실정치로 소환하고 있으니까 그 꿈도 허망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문재인은 또 “끊임없이 저를 현실정치 속에 소환하게 되면 결국은 그것이 그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의 검찰은 문재인과 이재명을 향해서 칼춤을 계속 추고 있었다.
정치에 소환되는 문재인
문제는 윤석열의 실정이었다. 윤석열의 난폭 운행이 심해질수록 그를 검찰총장에 앉힌 문재인의 책임이 거론되었다. 가장 성공한 정부는 정권 재창출을 한 정부라는 말이 있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니까 그 부담이 문재인에게 돌아왔다.게다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당 대표 연임과, 그의 사법리스크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문파와 이재명 지지자인 개딸(개혁의 딸)의 싸움도 극심해졌다. 비이재명 의원들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만 아니었으면 누가 후보로 나섰든 승리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패배했다는 것이다. 반면 친명 의원들과 개딸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이재명이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라며 책임론을 돌렸다. 어려움이 닥치면 정치인들은 문재인을 찾았다. 이재명을 포함하여 친명도 찾았고, 친문으로 분류되는 비명도 찾았다. 문재인이 소환되고 소비될수록 문재인의 정치적 효용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탄생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보거나 관여했던 사람들은 2023년부터 상황 타개를 위해 그의 사과를 요구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이 커졌다. 2023년 2월 문용식 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이 먼저 물꼬를 틀려고 했다. 그는 민들레에 게재한 특별기고에서 “문재인 대통령께 감히 부탁드린다. 대통령이 이 모든 사태의 가장 큰 당사자이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내부 성찰의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 대통령의 성찰은 민주당의 내재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지지자들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결정적인 모멘텀이 되리라 믿는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8월에는 우희종 서울대 명예교수도 가세했다. “ 뜨거웠던 국민 열망을 무너트리고 무책임하게 정권 교체를 빚어낸 지난 상황에 대하여 당시 총책임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한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그것은 지금이라도 야당으로서의 긴 역사와 맥을 지닌 민주당의 단합된 모습을 되찾게 하고자 하는 지도자의 노력이다.”
문재인은 이런 비판에 답을 하지 않았다. 2024년 총선에서 파란 점퍼를 입고 부산 지역 일부 후보들 지원 유세에 나섰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2024년 8월 18일 이재명을 다시 당 대표로 선출한 민주당 전당대회에 문재인은 영상 축사를 보냈다. 일부 당원들은 야유를 보냈다.
시사IN은 매년 전직 대통령들을 상대로 하여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 조사를 실시했다. 2022년 조사에서는 박정희(29.8%) 노무현(24.3%)에 이어 15.1%로 3위를 기록했다. 2023년 조사에서는 박정희(32.4%) 노무현(22.0%)에 이어 3위를 기록했지만 낙폭이 컸다. 문재인 10.9%이고 김대중 10.3%였다 2024년 조사에서는 4위로 밀려났다. 박정희(36.7%) 노무현(21.8%) 김대중(12.4%)에 이어 9.2%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조사에서는 노무현 박정희의 순위가 다르게 나타난다. 2024년 3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 조사에서 노무현 31%, 박정희 24%, 김대중 15% 문재인 9%였다. 한국갤럽은 특이하게도 현직 대통령을 포함해서 물었는데 윤석열은 문재인보다 낮은 2.9%였다. 이어 이승만 2.7%, 박근혜 2.4%, 이명박 1.6%, 김영삼 1.2%, 노태우 0.4%의 순이었다. 전두환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비상계엄을 접한 문재인
문재인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12.3 비상계엄을 접했을 당시의 충격적인 심정을 토로했다. 당장이라도 서울에 올라가 농성이라도 하겠다는 각오였다고 한다. 계엄은 그날 민주당의 기민한 대응으로 해제가 되었다.
문재인은 12월 12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반헌법적 내란 사태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전 정부를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민주주의를 지속 발전시키지 못해 지금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고, 국민들이 이 추운 겨울 또다시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고난을 겪게 만들어 늘 미안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이 국민에게 미안한 심정을 밝힌 것은 대통령직 퇴임 후 처음이다. 문재인은 이날 대법원 최종판결을 받은 조국 조국혁신당대표에게도 전화를 하여 안타까움과 함께 인간적인 미안함을 표했다고 한다.
문재인은 2025년 2월 1일 "책을 안 읽는 정치는 나라를 추락시키고, 분열시키며, 국민의 삶을 뒷걸음치게 만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서 ‘새해 처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낸 신동호 시인의 책 '대통령의 독서'를 소개했다. 책을 많이 읽는 문재인이 술을 많이 마시는 윤석열을 비판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비판은 문재인에게 돌아왔다. “책 많이 읽으셔서 윤석열을 검찰총장 만들어 정계 데뷔”시켰냐는 힐난도 있었다. 국민들은 여의도대첩, 남태령대첩, 한강진대첩으로 윤석열과 맞서는데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책임이 있는 문재인이 한가해 보인다는 비판의 소리가 파도를 쳤다. 결국 문재인이 한겨레 신문 대담을 통해 사과를 했다. 이 사과로 문재인에 대한 비판은 잦아들었다.
4월 4일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을 파면했다. 문재인은 "헌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민주공화정을 지켜낸 것“이라며 놀라운 민주주의 회복력을 다시 한 번 세계에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모두 국민 덕분이라며 "나라 걱정으로 밤잠 이루지 못하며 노심초사했던 국민들께 위로와 감사를 드린다. 하루속히 계엄사태가 남긴 상처와 후유증을 치유하고 통합과 안정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평화적으로 되찾은 민주주의를 더욱 튼튼히 하며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