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에 불붙은 정치 테마주… ‘CB 폭탄’ 주의보
尹 탄핵 이후 수익률 상위 10종목 중 7개 대선 테마주
상지건설·에르코스 등 전환청구 속출…투자자 주의 요구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요 대선 예비후보들의 공약이나 일정에 연관된 종목들이 단기간 급등하며 주목받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이나 펀더멘털과 무관한 투자 흐름에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일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21일까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상지건설이다. 같은 기간 주가는 5340원에서 2만8500원까지 치솟으며 433.71% 급등했다. 2주 사이에 상한가만 8차례 기록했고, 주가 급등에 따른 거래 정지도 두 차례 발생했다.
급등 배경으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캠프에 임무영 전 상지건설 사외이사가 합류한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됐지만, 임 전 이사는 현재 사외이사직을 사임한 상태다.
기업의 펀더멘털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4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217억원에 달했다. 자금 조달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 중이다.
최근엔 전환사채(CB) 전환에 따른 유통주식 수 증가로 변동성이 더 커지고 있다. 상지건설은 지난 18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CB 전환청구권 행사를 공시했다. 발행주식의 57.7%에 달하는 230만주의 전환청구권 행사 이후 다시 한 번 10만주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된다. CB 투자자들이 이익 실현을 위해 앞다퉈 전환청구권 행사를 하는 것인데, 주식 발행량이 크게 늘어 주가에는 하방 압력이 작용할 전망이다.

상지건설 외에도 4~21일 기준 수익률 상위 10위권에는 대선 이슈에 반응한 종목들이 대거 자리했다. 2위 포바이포(288.31%)와 3위 에르코스(192.49%), 7위 크라우드웍스(138.86%), 8위 계룡건설(137.12%)은 이재명 관련주로 분류돼 상승폭이 컸다. 이 외 5위 시공테크(165.05%)와 9위 아이스크림에듀(135.64%)는 국민의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한덕수 권한대행 관련 테마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가운데 에르코스와 아이스크림에듀 역시 다음달 초 CB 전환청구권 행사가 예고돼 있어 유통 물량 확대에 따른 주가 부담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실체 없는 정치 테마주 투자에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투데이>의 서면 질의에 “정치 테마주는 실체 없는 기대감에 의존해 가격(주가)이 급등락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선거가 끝나면 대부분 급락하는 경향이 두렷해 감정이 아닌 데이터와 실적을 바탕으로 한 투자 판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거래소는 정치 테마주 과열 조짐에 따라 시장 감시 강도를 높이고 있다. 탄핵 선고 직후 비상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 중이며, 투자경고 종목 지정으로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에 대해 투자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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