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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은 무엇인가, 이재명의 국민통합은 가능한가?(2) 노무현의 국민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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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입력 : 2025.04.30 16:55 ㅣ 수정 : 2025.04.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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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② 노무현 – 지역주의 타파와 지역균형발전이 국민통합

 

“지역 대결의 정치가 이 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 지역구도 때문에 영남 대통령이 호남에 가면 구 의원도 안 되고, 호남의 대통령은 이 부산에 오면 구 의원도 되지 않는 이런 정치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치가, 나라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영남과 호남의 반쪽 지도자가 아니라, 전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과 화합의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종로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노무현은 부산으로 향했다. 2000년 총선에서 노무현은 정치적 사지였던 부산에 출마해 장렬하게 전사했다. 부산에 내려온 이유가 통합과 화합이라며 표를 호소했다. 부산 시민은 그를 외면했다. 노무현은 부산 시민을 탓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노무현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그를 두고 희망을 얘기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인터넷에선 자발적 팬클럽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노사모’가 탄생했다. '바보 노무현'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은 모임을 만들었다. 2000년 6월 6일, 대전대학교 앞 조그만 PC방에 60여 명이 모였다. 그곳에서 시작했다. 

 

2000년 5월 24일, 총선에서 패배한 지 얼마 안 지나 노무현은 차기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결심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부산에서의 당선을 딛고 부산 시민의 지지를 모아 차기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여 성공함으로써 동서로 갈라진 나라를 하나로 통합하고자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늘 그는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을 입에 달고 다녔다.

 

노무현은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국민통합을 말했다.

 

“정치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국민이 주인인 정치가 구현되어야 합니다. 당리당략보다 국리민복을 우선하는 정치풍토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대결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저부터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겠습니다.”(2003년 2월 25일)

 

노무현은 한나라당의 탄핵에 부딪혔다. 한때 직무도 정지되었다. 야당과 대화하고 협치하겠다는 그의 소망은 애초부터 벽에 부딪혔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원내 1당이 됐지만, 다음 해 4월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면서 2당으로 전락했다. 노무현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했다. 원래부터 그가 생각한 바였다.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내각제 수준의 연정을 하되,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 제안이 반발에 부딪히자 그는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지역구도 등 정치구조 개혁을 위한 제안'(2005년 7월 28일)을 통해 대연정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이 주도하고 한나라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이라면 한나라당이 응할 리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대연정이라면 당연히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열린우리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야당도 함께 참여하는 대연정이 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연정은 대통령 권력하의 내각이 아니라 내각제 수준의 권력을 가지는 연정이라야 성립이 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제안은 두 차례의 권력이양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권력을 열린우리당에 이양하고, 동시에 열린우리당은 다시 이 권력을 한나라당에 이양하는 것입니다.

 

권력을 이양하는 대신에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지역구도를 제도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선거제도를 고치자는 것입니다. 굳이 중대선거구제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어떤 선거제도이든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만 있다면 합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당장 총선을 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정치적 합의만 이루어지면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대연정을 구성하고, 그 연정에 대통령의 권력을 이양하고 그리고 선거법은 여야가 힘을 합하여 만들면 됩니다.

 

우리 정치의 많은 문제가 지역주의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지역구도 하에서 정치인이 선거에서 이기는 길은 끊임없이 상대방 지역과 상대 당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자극하고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것입니다. 의정활동도 오로지 지역감정과 지역이기주의를 중심에 놓고 대결하게 됩니다. 지역으로 편을 가르고 대결이 심화될수록 지역민심은 더욱 단결하는 구조이니 정책정당도 대화정치도 설 땅이 없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구도는 끊임없이 우리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매우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지난날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보면 나라가 국난을 당할 때마다 분열이 있었습니다. 지도층의 분열, 지도층과 국민의 분열이 국난을 불러왔고 또 분열 때문에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여 국난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 일을 하자면 우리 모두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을 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정권을 내 놓고 한나라당은 지역주의라는 기득권을 포기해야 합니다. 어느 하나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럴만한 가치가 있고, 하기만 하면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연정 제안은 여야 모두로부터 거부당했다. 독재의 후신, 차떼기당과 연정을 할 수 없다는 열린우리당의 반발이 거셌다. 한나라당에서도 반대했다.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열린우리당은 영남에서 진출이 가능하지만,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진출이 어렵다고 계산을 했다. 또 야당 입장에서는 연정에 참여해서 얻을 것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이다. 게다가 양당제이다. 정부가 실패하면 그 책임이 연정에 참여한 야당에게도 돌아간다. 정부가 성공하면 야당의 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노무현은 2007년 9월 6일 아펙(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로 가면서 김경수 연설기획비서관에게 메모를 건네며 기록용으로 남겨두라고 지시했다.

 

*대연정과 관련하여-대통령의 생각은 너무 앞서가고 있었다.-이상은 높은 곳에 있었고 정치 현실은 여소야대 일방통행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

 

또 한가지, 노무현의 국민통합은 지역균형발전이다. 그는 충청 지역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그의 꿈은 절반만 이루어졌다.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이 있다면서 제동을 걸었다. 다음 정부에서 개헌으로 세종시에 대통령실과 국회가 이전을 하게 되면 노무현의 이 꿈은 완성된다. 하지만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의 변경이 이루어질지는 불분명하다. 대구 경북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어 민주당이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호남에서도 국민의힘이 의원을 배출하여 꼴통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지역주의가 타파되면 정당의 일극화를 막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해질 수 있다.

 

그는 사후에 발간되 회고록에 이런 말을 남겼다.

 

“성숙한 민주주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루려면 사람만이 아니라 제도도 바꾸어야 한다.”“그래야 인재와 자원의 독점이 풀리고 증오를 선동하지 않고도 정치를 할 수 있다.”“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노무현 정치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국민통합이고, 지역주의 타파이다. 노무현은 정권을 넘겨주었다. 그의 검찰개혁은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왔다. 이명박은 취임사에서 “여야를 넘어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 국회와 협력하고 사법부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뜻을 존중한 이명박에 의해 노무현이 세상을 떠났다. 김대중 노무현이 추진해왔던 국민통합은 물거품이 되고 치유하기 힘든 분열과 증오의 시대가 열렸다.

 

2007년 11월 초에는 측근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권력투쟁이므로 정치인은 항상 상대를 쓰러뜨려야 하는 직업이다. 그러니 공격하는 나 자신도 공격받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견뎌내기에는 어려운 일이라 삶이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쉽지만, 발을 빼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시민들과 더불어 살면서 민주주의가 뭔지 알게 되었다. 그동안 많이 깨쳤고 누구도 할 수 없는 많은 경험을 했다. 정치와 역사에 대해 많은 깨침이 있었는데 시민과 더불어 민주주의가 뭔지, 우리 역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대화하면서 정치를 논한다면 좋겠다. (중략) 그 또한 기회가 없으면 조용한 개인으로 돌아가게 될 것 같다.”(‘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에서 재인용)

 

정치는 검투사의 세계이다. 그는 검투사(글래디에이터)가 되는 것이 삶을 황폐화시킨다며 발을 빼고 싶어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더 큰 검투사가 되어 돌아오겠다고 했다. 혼자 싸우는 것의 한계를 느끼고, 더 많은 사람을 검투사로 만드는 것이 가장 훌륭한 검투사라고 깨달았다.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떠남으로써 수많은 검투사들이 만들어졌다.

 

“양심이 부끄럽지 않으려고 작은 행동에 참여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자존심 상하고, 분노하는 사람, 지난날 저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하다 보니 어느 듯 싸움꾼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끝내 저는 직업 선수가 되었고, 대표선수 자리에까지 갔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자는 꿈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역사라는 안목으로 보면 승패라는 것이 분명한 것도 아니거니와 정치에서의 승부라는 것도 조금만 길게 보면 싸움을 잘하고 못하고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생각이 같은 사람들의 폭과 깊이에 달린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선수를 키우는 것이 가장 훌륭한 싸움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09년 3월 19일)

 

 

mbdvic2012@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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