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침대도 '과학' 외치는데 경제정책은 더 정교해져야

김민구 기자 입력 : 2025.05.30 16:15 ㅣ 수정 : 2025.05.30 16:15

때아닌 승수효과 논란 불거져
'미신경제학 시대' 다시 오면 곤란
AI 시대 따른 전력난에 원전 등 현실적 대안 시급
확증편향·비합리·공포·미신 벗어나 이성과 과학에 무게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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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 부국장/산업1부장

 

[뉴스투데이=김민구 부국장] TV를 보면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모 침대업체가 32년 전인 1993년부터 사용한 광고 문구이지만 소비자들은 과학이라는 단어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 아닐까 싶다.

 

일개 침대에 그치지 않고 인체공학과 수면공학 등 과학 기능을 고루 갖췄다는 ‘서브리미널 메시지(subliminal message)’가 시청자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일반 소비 제품에 과학이라는 정교함이 더해지는데 국가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경제정책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득 아프리카 한 부족의 무당이 떠오른다. 무아지경에 빠진 무당은 온갖 주술과 독설을 뿜어내며 현란한 굿판을 벌인다. 그 무당은 부두(Voodoo)교(敎) 신봉자다. 

 

부두교는 현실을 외면하고 미신을 숭배하는 샤머니즘이다. 진실을 외면하고 허구에 몰입하면 ‘미첼의 함정’에 빠진다.  미국의 유명 경기 예측론자 웨슬리 클레어 미첼(Wesley Clair Mitchell)은 현실을 도외시한 비관론이 힘을 얻으면 현실의 ‘작은 아이’는 미신의 ‘거인’ 그늘에 가려진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부두교와 경제가 만난 ‘부두경제학’이 현실이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국내에서도 부두경제학 망령이 잊을 만하면 회전목마처럼 다시 나타났다. 

 

2008년 전국을 뒤흔든 광우병 사태는 17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발생 건수가 들리지 않는다.

 

2016년 영화 ‘판도라’에 등장한 원전 폭발 장면으로 치명타를 입은 원자력 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가상 세계를 다룬 영화와 현실 차이를 모른 채 공포심만 부추겼던 과거 정부 정책에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국내 원전 사업은 추풍낙엽처럼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지진이 아닌 지진 후 발전기가 쓰나미(해일)에 침수돼 벌어진 사고라는 객관적 사실도 원전이 주는 막연한 공포감에 묻혔다. 

 

지구온난화를 막는 친환경 재생에너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러나 국내 전체 전력 생산의 약 3분의 1인 32% 넘게 차지하는 원전을 내팽개치고 전체 발전량의 10%에도 못 미치는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에 올인했던 점은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다. 

 

섭씨 35도를 웃도는 폭염과 AI(인공지능) 가동에 필요한 엄청난 전력 수요는 원전을 도외시한 채 해결할 수 없다. 이를 외면한다면 정책 실패(Policy failure)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년 전 국내외 최대 화두였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포비아(공포증)도 이러한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반 유행성 독감 치사율이 0.1%이지만 코로나19 치사율은 0.3%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 하루 평균 교통사고 치사율 1.29%에 턱없이 못 미친다. 결국 코로나19는 확진자 수가 아닌 치사율로 봤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척도가 숫자다. 그러나 공포가 가져온 비합리성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경제 숨통을 막는 오버킬(Overkill:과잉 대응)이 이어지면 이는 ‘경제 자살골’이나 다름없다.  경제정책은 ‘미신’이 아닌 냉정한 ‘과학’으로 봐야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모 대통령 후보가 던진 이른바 ‘호텔 경제학’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여행객이 10만 원으로 호텔을 예약하고 그 돈이 가구점->치킨점->문방구->호텔로 순환하면 여행객이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모두 혜택을 누린다는 내용이다. 

 

이 주장은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1936년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에서 정부지출 증가가 소득을 몇 배 늘린다는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 경제이론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한계소비성향(새로운 수입 가운데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비율)이 1(수입이 모두 소비)이 돼야 한다. 

 

그러나 한계소비성향이 현실적으로 1인 경우는 거의 없다. 일반 한계소비성향은 0.2~0.3에 그치기 때문이다.  수입이 발생하면 일정 부분은 저축하거나 부채 상환에 쓰고 나머지를 소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모든 소득이 곧바로 소비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모든 이들이 돈을 벌어 다 쓴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호텔 예약이 취소되면 순환 과정에 필요한 10만원이 사라져 결국 호텔은 손해를 본다. 

 

그렇다고 특정 후보의 내수 진작 의지를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국가 행정과 경제정책은 정교함과 과학에 토대를 둔 엄숙성이 절대 필요하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펼치는 관세 전쟁과 국내 경기침체에 맞서 나라 경제를 살리려면 확증편향과 비합리, 공포, 미신에서 벗어나 날카로운 이성과 과학에 무게를 둬야 한다.

 

일개 제품에 입혀진 첨단과학과 기술력이 한 나라 경제정책보다 정교하면 이는 곤란한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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