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캐즘·실적 부진 늪 빠진 배터리 업계, 바닥 딛고 ‘반등’ 기대감 솔솔

유한일 기자 입력 : 2025.05.04 07:00 ㅣ 수정 : 2025.05.04 07:00

삼성SDI·SK온 영업손실...LG엔솔만 흑자
캐즘 장기화에 전방 수요 둔화 전망 나와
업계에서 바닥 딛고 반등 기대감 커져
유럽 환경 규제에 미국 ESS 시장도 기회
中 공습 본격화에 관세 불확실성도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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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시리즈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 하부 모형이 지난 3월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전시돼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 있다.  전기자동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에 따른 전방 수요 둔화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시장점유율이 경영 성적표에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업계는 사업 다각화와 전략 수주를 통한 실적 반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미국 관세 충격과 중국 기업 공습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배터리 업계의 ‘실적 바닥론’은 대외 환경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조176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5.4%, 전년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4341억원으로 전분기(-2567억원)에 비해 적자폭을 키웠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2491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 삼성SDI 실적을 사업별로 살펴보면 회사 핵심인 배터리 부문 부진이 뚜렷하다. 배터리 부문 매출은 2조980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6.4% 줄었다. 특히 배터리 부문 영업손실도 지난해 4분기 2683억원에서 올 1분기 4524억원으로 커졌다.

 

삼성SDI는 배터리 부문 실적 악화에 대해 전기차 및 전동공구 고객 재고 조정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계절적 비수기 요인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SDI는 가동률 하락과 고정비 증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SK온 역시 예외가 아니다.

 

SK온은 올 1분기 29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1분기(-3315억원), 전분기(-3594억원)에 비해 영업손실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 1573억원에서 올 1분기 3747억원으로 138.2% 증가했다. 전분기 22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1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보조금을 제외하면 올 1분기 영업손실이 83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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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각사 / 그래프=뉴스투데이] 

 

국내 배터리 업계 실적 둔화 원인은 복합적이다.  최근 몇 년간 전기차 캐즘 현상에 배터리 수요가 줄고 있는 데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2월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7.7%로 전년동기(23.2%) 대비 5.5%포인트 감소했다. 

 

올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배터리 업계는 2분기부터 반등의 조짐이 나타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급형 전기차 출시 효과로 전방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 환경 규제와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유럽은 역내 판매되는 신차의 평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이를 위반하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판매·보급 증가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올 1~2월 유럽 전기차 인도량은 전년동기 대비 20.5% 늘어나며 캐즘 국면서에서도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중국(61.9%)에 이어 유럽(20.2%)이 2위다.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유럽 전기차 수요 회복에 따른 업황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실적 회복력을 높이려면 수요가 살아나 공급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라며 “규모가 큰 글로벌 무대에서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시장 동향 점검과 함께 첨단 기술력 확보 등 차별화 전략을 계속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배터리 업계는 사업 다각화 성과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마련했다.

 

가장 유망하게 보는 대목은 ESS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미국 등 북미 지역 공략이다. 현재 북미 ESS용 배터리 시장은 중국 비중이 80% 이상이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통상 전쟁을 감안할 때 중국의 수출길이 막힐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이 중국 공백에 따른 틈새시장 공략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SDI는 미국 최대 전력기업 넥스트에라 에너지에 전체 6.3기가와트시(GWh) 규모 ESS용 삼원계(NCA)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이에 질세라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델타 일렉트로닉스와 5년간 총 4GWh 규모 주택용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州)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설비 중 일부를 ESS 전용 리튬인산철(LFP) 라인으로 돌릴 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다만 이 같은 사업다각화에 국내 배터리 업계 실적이 당장 2분기부터 반등할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변수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 기업들이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사업 영토를 넓힐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의 차량용 부품 관세 불확실성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소희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의 대(對)중국 배터리 공급망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가속화되면 우리 기업은 미국의 배터리 공급망 재편에 따라 수혜를 기대할 수도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궁극적으로 기술 경쟁력에 기반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중장기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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