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6.15 07:00 ㅣ 수정 : 2025.06.15 07:00
애플 주요 연례 개발자 행사 'WWDC 2025' 개막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애플 AI 혁신성 사라져 삼성, '초라한' 애플 AI에 연연하지 않고 기술 초격차 추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왼쪽)와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이 9일(현지 시각) 세계개발자회의(WWDC)2025가 열리는 행사장 무대에 함께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미국 IT(정보기술)업체 애플이 지난 12년간 각고끝에 선보인 AI(인공지능) 기술이 삼성전자가 1여년전 내놓은 기술에 비해 초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AI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반면 애플은 첨단 기술력에서 삼성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모습이다.
애플의 주요 연례 개발자 행사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5’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
9일(현지 시각)부터 13일까지 5일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쿠퍼티노 본사에서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iOS(아이폰 운영체제)·macOS(맥북 운영체제)·iPadOS(아이패드 운영체제' 등 애플 플랫폼을 위한 앱 개발자에게 최신 기술과 도구를 소개하는 자리다.
향후 주목할만한 애플의 주요 소프트웨어와 개발 관련 혁신을 WWDC 개막 당일 키노트(Keynote, 기조연설)를 통해 주요 경영진이 직접 공개한다. 이에 따라 애플의 글로벌 협력업체 등 관계사는 물론 일반 소비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모든 산업계 화두인 AI(인공지능)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지다리는 이들이 많았다.
2024년 WWDC에서 처음 AI를 선보였던 애플은 IT업계에서 출발이 늦은 만큼 더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가 선보인 기능과 차별점이 없어 '속빈 강정'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런데 올해 애플 WWDC에서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꼴이 됐다.
애플이 12년 만에 새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를 공개했지만 기대감이 컸던 AI 기술 부문에서 애플만의 혁신과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은 대표 경쟁업체 삼성전자가 갤럭시 AI를 통해 이미 선보인 기술을 소개해 시장 반응이 냉랭해졌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실망스러운 기술 인프라를 기회로 삼아 다른 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초격차를 만들 방침이다.
애플 AI 인텔리전스 관련 이미지. [사진 = 애플 홈페이지 캡처]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이번 WWDC에서 공개한 AI '인텔리전스'의 대표적인 새 기능은 ‘파운데이션 모델 프레임워크’이다. 이는 개발자들이 애플 인텔리전스를 기반으로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은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기기 내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쉽게 설명하면 기기에서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애플이 제공하는 여러 도구와 기술이 모인 ‘AI 도구 모음’인 셈이다.
파운데이션 모델 프레임워크는 생성 가이드, 도구 호출 등이 내장돼 있어 생성형 기능을 기존 앱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도구가 앱 안에서 새로운 AI의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애플 측 설명이다.
또한 아이폰은 제품에 따라 실시간 음성 통역 기능을 추가해 통화·메시지·페이스타임에서 서로 다른 언어로 실시간 대화할 수 있다. 다만 페이스타임은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아이폰은 △알 수 없는 번호의 전화를 AI가 발신자 정보를 파악해 통화 여부를 안내하는 ‘통화 스크리닝’ △통화내용 녹음하면 요약본을 제공하고 아이폰에 인식된 사물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비주얼 인텔리전스’ 등이 개선됐다.
이 밖에 애플 워치는 △운동 데이터 분석 ‘워크아웃 버디’, 비전 프로는 원거리 통화 상대방 모습을 나타내는 △‘페르소나’ 기능 등이 업그레이드 됐다.
애플은 또한 올해 가을부터 업데이트하는 새 소프트웨어도 공개했다. 애플은 2017년 iOS7를 출시한 이후 그동안 배포한 아이콘 형태를 이어왔다.
새롭게 도입할 '리퀴드 글래스(Liquid Glass)'는 반투명한 시각적 표현 디자인으로 유리의 광학적 특성에 유동적인 감각을 입혔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이처럼 애플이 운영체제를 12년 만에 공개하는 대대적인 개편인 만큼 OS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기술혁신이 없다'는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롭게 내놓은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이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이 지난해 약속한 '음성 비서' 시리와 생성형 AI를 결합한 ‘시리 2.0’ 버전 업그레이드 도입이 이번에도 제외돼 혹평을 받았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 “높은 품질 기준을 충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밝혔지만 이번에 공개된 AI 기능은 경쟁사 삼성전자 갤럭시 AI가 1년여 먼저 선보인 기능이다. 이에 따라 애플에 대한 혁신 기대감은 낮은 분위기다.
삼성전자도 애플의 AI 기술력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애플의 AI 기술력에 대해 “AI가 이제야 네 시계에 탑재됐다고? 귀엽다”, “실시간 번역이 처음이야? 어서와. 우린 이미 오래전부터 텍스트와 음성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왔어” 등의 내용을 공식 X 계정을 통해 밝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왼쪽)과 애플 스마트폰 모습. [사진=뉴스투데이DB]
삼성전자와 애플의 AI 기술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향후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 미칠 영향력이 주목된다.
현재 두 회사가 도입한 AI 기능 접근성이 좋은 기기가 스마트폰이다. 이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기능을 자세하게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하반기 애플의 아이폰 17 시리즈와 삼성전자 갤럭시 Z플립·폴드7가 격돌한다.
삼성전자는 오는 7월 초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 Z플립·폴드7를 공개할 예정이다.
업그레이드가 예정된 갤럭시 AI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내용은 없다.
다만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 AI 스마트폰을 출시한 이후 매 신제품마다 변화를 줬다는 점에서 이번 하반기 언팩에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갤럭시 AI 기능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가 공개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20%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시장점유율 18%를 기록한 애플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 조사 결과에서도 삼성전자가 20.8%, 애플이 17.3%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조사 결과는 판매량 기준 애플이 19%로 1위를, 삼성전자는 18%로 2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양사 모두 스마트폰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보이지 않아 갤럭시 AI와 애플 인텔리전스가 명운을 가르게 될지 주목된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신제품이 나올때 마다 혁신이나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애플의 AI 경쟁력은 혹평을 피하기 어렵다”라며 “애플 주요 핵심 중 하나는 디자인이지만 디자인 아이덴티티만으로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갤럭시 AI 위력에 따라 애플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