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울고 싶은 차에 뺨 맞은 한국은행, 원달러환율 1100원 돌파에 금리인상카드 만지작

정승원 입력 : 2018.06.19 06:40 ㅣ 수정 : 2018.06.1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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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오른쪽) 한국은행총재가 18일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은행회관을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 심화로 원달러환율이 7개월 만에 1100원을 돌파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환율상승(원화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어 환율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거래일 보다 7.1원 오른 1104.8원으로 마감됐다. 지난해 11월 20일 이후 7개월 만에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돌파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에 가려졌던 미국 금리인상 효과 본격화= 최근의 환율움직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충분히 예견됐던 내용이다. 다만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정치적 이벤트에 가려져 있었을 뿐 시기의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이벤트 효과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서 시장은 빠르게 예정됐던 수순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환율이 이틀간 가파르게 움직이면서 속도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최근 5일간 1조5000억원 가까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자본이탈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얘기하듯 ‘외국인 매물폭탄’ ‘본격적인 셀코리아’ 같은 자극적인 표현으로 현 상황을 규정짓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외국인은 올들어 2월 이후 꾸준히 주식을 팔아왔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은 1월 1조950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2월 △1조5500억원, 3월 △7400억원, 4월 △1조원, 5월 △8100억원 등 4개월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였다.

 

이달 들어서 외국인은 순매수로 돌아서나 했지만 지난 11일 이후 1조5000억원어치를 매각하면서 18일 현재 9500억원 정도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리인상 시계 빨라질 수도= 이것만 보면 외국인 이탈이 어느정도 추세적인 경향을 띤다는 지적이 맞는 듯 보이지만 신흥국 시장불안과 한국을 직접 연결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의 환율상승 움직임과 관련해서 일부 투기세력들이 과도하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면서 “향후 1100원 안착을 둘러싸고 당분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은행의 입장이다. 한국은행은 미국이 올들어 2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금리동결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해 11월 한차례 금리를 올린 이후 7개월째 요지부동이다.

 

가계부채가 위험수준에 도달한 데다 최근 고용지표가 나빠지는 등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상승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명분이 생겨나게 됐다. 환율상승이 계속되면 시장불안감이 커지고 덩달아 외국인 자금이탈도 가속화할 수 있어 한국은행이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인상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주열 한은총재는 18일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최근의 금융시장 동향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총재는 간담회 후 “정책결정에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금리인상에 대한 얘기가 오갔을 것이란 추측이다.

 

외부의 금리인상 압박에도 국내상황에 발목이 잡혀있던 한국은행으로서는 울고 싶을 차에 뺨을 맞은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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