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2018 증시폭락과 1992년 美대선의 공통점
2018 증시폭락과 1992 미국대선 공통점

안보이슈에 뒷전으로 밀려난 경제상황에 뿔난 투자자
1992년 美대선 휩쓴 "문제는 경제야" 구호 새삼 회자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전자였던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 조지 H. W. 부시 대통령에 맞서 경제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로 대변되는 클린턴 진영의 선거 캐치프레이즈는 당시 불황에 지쳐있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불과 선거 1년전 걸프전쟁으로 지지율이 90%를 넘었던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무산시키고 당선됐다.
“문제는 경제”라는 아주 간결한 메시지가 선거에서 통했다는 의미는 명확하다. 국민의 호주머니를 가난하게 만드는 정부는 아무리 다른 부문에서 화려한 실적을 쌓아도 유권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최근 한국경제를 보면서 1992년 미국대선 당시 회자됐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촛불혁명에 힘입어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청했다. 한편으론 적폐청산을 앞세운 개혁 드라이브로 이전 정부와는 다른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일자리에서도, 적폐청산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남북관계이고, 경제는 경제다.

한국갤럽 조사결과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최근 다시 60% 아래로 내려간 것은 다분히 경제와 민생문제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하는 수치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34%), 외교(17%), 대북·안보정책(9%)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43%)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깎아 먹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민심은 결코 어느 하나로 만족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경제실적이 좋다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도 아니며,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마냥 박수를 보내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어느 정부도 정치와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를 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경제는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 즉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가장 신경써야할 분야다.
10월 들어 무섭게 떨어지는 주가를 보면서 투자자들이 억장이 무너지는 것은 정부가 과연 증시폭락을 막을 대책이 있는지, 대책은 고사하고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심리가 많이 좌우한다. 공포는 공포를 불러온다. 공포감이 쌓이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다. 쓸 돈이 줄어들어 못쓰고, 있는 사람들마저 지갑을 닫게 되면 경제는 본격적인 불황으로 치닫는다.

정치9단으로 불렸던 故 김종필 전 총리는 민심을 가리켜 “국민은 사육사가 아무리 잘해줘도 비위에 거스르면 물어버리는 호랑이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말처럼 민심은 매우 가변적이어서 정권을 향했던 환호가 언제 비난으로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지금의 한국경제 상황은 1992년 미국대선을 휩쓸었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구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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