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차이나’ 인도에 꽂힌 운용사들…ETF 경쟁 가열
지수 추종서 테마형으로 진화
내수·디지털·중소형까지 확장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인도 시장에 주목하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인도 증시가 ‘포스트 차이나’ 대안으로 주목을 받으며 이른바 ‘서학개미’의 뭉칫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 지수 추종에서 벗어나 섹터·테마형으로 다변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8일 인도 내수 기반 중소형주 100종목에 투자하는 ‘KODEX 인도Nifty미드캡100 ETF’를 신규 상장했다. 기존 인도 ETF가 대형주 중심이었다면 이 상품은 인프라(40%), 소비재(30%) 등 내수 중심 중소형 성장주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를 꾀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1일 ‘RISE 인도디지털성장 ETF’를 출시했다. 모바일 결제 확대와 인터넷 인프라 확충 등 구조적 변화에 주목한 상품이다. 인도 정부의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을 기반으로 IT와 통신, 온라인 금융, 전자상거래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디지털 산업 전반에 투자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도 지난 2월 ‘에셋플러스 인도 일등기업 포커스20 액티브 ETF’를 내놓으며 경쟁에 가세했다. 시가총액이나 특정 섹터에 국한하지 않고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기업에 선별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 상품이다.
불과 2023년까지만 해도 국내 인도 ETF 시장은 니프티(Nifty)50지수를 추종하는 5개 상품에 머물렀다. 키움투자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3사 중심의 경쟁구도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테마형 상품이 빠르게 확대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도 소비재 기업에 집중한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를, 삼성자산운용은 타타그룹 핵심 계열사에 투자하는 ‘KODEX 인도타타그룹 ETF’를 각각 라인업에 추가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ACE 인도시장대표BIG5그룹액티브’과 ‘ACE 인도컨슈머파워액티브’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도 관련 ETF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배경엔 인도 정부의 외국인 직접투자 규제가 자리해 있다. 개별 종목 매매가 어려운 만큼 ETF를 통한 우회 투자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ETF가 인도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라며 “인도시장 투자 수요가 높아질수록 관련 ETF 시장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시장 자체의 성장 전망도 좋다. 인도는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소비·노동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8%를 기록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에 그치며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소비자신뢰지수는 1년 내 최고치를 나타냈다. 산업생산은 일부 둔화됐지만 자본재 중심 제조업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무역분쟁이 한창 전개 중인 가운데 수출 의존도가 낮은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도의 수출 비중은 GDP 대비 12%로, 글로벌 평균(23%)이나 중국(19%)보다 낮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3년 말 5개 인도 ETF의 순자산총액은 5879억원이었으나, 이달 17일 기준 상품 수는 12개로 늘었고 순자산총액은 1조5800억원으로 급증했다. 상품 1개당 평균 순자산으로 계산하면 1176억원에서 1317억원으로 11.99% 확대됐다.
개별 종목으로 봐도 자금 유입 추세는 뚜렷하다. 키움자산운용의 ‘KOSEF 인도Nifty50(합성)’은 1931억원에서 2200억원으로 13.93% 늘었고,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인도Nifty50’은 1092억원에서 4401억원으로 무려 303.02% 확대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인도니프티50’ 역시 2128억원에서 5589억원으로 156.04% 증가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인도 증시의 단기 변동성을 예상하면서도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비중 확대를 제안하고 있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본격적인 2025년 4분기 어닝 시즌에 돌입하면서 단기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지만, 이럴 때일수록 단기 등락보다는 펀더멘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인도는 전반적인 펀더멘털이 경고해 단기 변동성을 활용한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도의 성장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인도 증시는 지난해 9월 고점을 기점으로 약세 전환됐으며 최근 7개월간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요소 투입, 양적 성장의 한계, 급변하는 지정학 구도를 고려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등장할 시기”라고 짚었다.
황 연구원은 이어 “기존 양적 성장의 수혜를 받아온 영역에서 가성비 있는 질적 성장 수혜의 영역들로 관심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경기소비재, 산업재 등의 영역보다 금융, 유틸리티, IT 등 질적 성장을 주도할 산업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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