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트럼프가 의도하는 ‘미-러 안보거래’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5.04.21 10:27 ㅣ 수정 : 2025.04.21 10:27

우크라이나 완충지대 요구 수용하되 중국 견제, 이란 압박, 미-북 정상회담 중재 요구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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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러시아는 경제력이 중견국 수준이지만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부국이다. 그리고 핵 강국이면서 군사 대국이고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국제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런 러시아와 대립하기보다는 협력해 당면한 국제문제를 처리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 

 

미국이 당면한 국제문제는 ▲중국 견제, ▲이란의 핵개발 저지와 반미 무장단체 지원 차단,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위한 미-북 정상회담이다.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협력이 관건이다. 러시아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선 러시아 세력권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필자는 지난 칼럼 “트럼프가 추진 중인 미국 세력권에 대한 논란”(뉴스투데이, 25, 4.9)에서 이러한 국제질서의 변화를 언급한 바 있다. 

 

중국 밀착, 이란 협력 강화, 북한 관계 격상 등 러시아 대외관계 변화 주목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중국에 더욱 밀착하게 됐다. 특히 에너지를 포함한 대외무역에서 점차 ‘중국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는 전쟁 상황에서 중국의 지지·지원이 필요하나 과도히 의존해 종속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푸틴도 중국을 압박하면서 동구와 중앙아시아 국가를 위성국으로 삼았던 냉전 시대 소련의 영광 재현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미국이 러시아에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러시아는 러-우 전쟁 기간 이란과 군사기술 협력을 강화했다. 이란은 러시아에 샤헤드 자폭 무인기를 공급하고 있고, 러시아는 그 대가로 첨단 전투기와 위성 기술을 이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이란 핵합의(JCPOA) 당시 중재자와 기술 협력자로 참여해 이란 핵시설 감시와 저농축 우라늄 회수에 일정 역할을 한 바 있다. 러시아는 미국이 접근하기 어려운 이란에 대해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2차례에 1만 5000명 병력을 파견해 러시아의 병력 부족을 보충했고, 탄약과 대포 등도 지원하면서 러시아와 혈맹관계로 격상됐다. 러시아는 북한의 지원으로 쿠르스크 지역을 회복하는 등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고 있다. 북한도 러시아의 첨단 군사과학기술로 강화한 핵·미사일 능력과 군사력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를 위협하고, 조만간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준에 이를 것 같다. 따라서 미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정상회담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은 러시아에 중국 견제, 이란 압박, 북한과 회담 중재 등 요구할 듯

 

미국의 러시아 접촉과 대화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활발하다. 미국은 지난 2월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와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는 자리에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를 참석시켰고, 러시아는 외교 안보와 무관한 국부펀드 회장 드미트리예프가 참석했다. 미국이 러-우 전쟁 특사 대신 중동특사를 참여시킨 것은 이란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러시아도 안보거래의 일환으로 제재 해제와 투자 등 경제협력에 관심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트럼프가 추진하고 있는 다극 체제 국제질서와 세력권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은 러시아에 다음 세 가지를 요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 과도한 중국 의존을 탈피해 미국과 협력하자는 제안이다. 중-러 관계 이완은 미국 대외정책 우선순위인 중국 견제의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란 압박을 요구했을 것이다. 미국은 이란과 핵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협상이 결렬돼 이란이 핵무기 개발 단계로 진입하게 되면 이스라엘-이란 충돌을 피할 수 없으며 미국도 개입이 불가피해 사전 억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란은 중동 지역 해상에서 미국 함정을 공격하는 후티 반군 등 반미, 반이스라엘 무장단체를 지원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들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어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한 문제들이다. 

 

또한, 미국은 이란에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이란은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교를 정상화했고 중국과 석유 수출 금액은 ‘위안화’로 결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미국 단독으로 이를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셋째, 미-북 정상회담 중재 요구이다. 트럼프는 북한 김정은과 회담을 원하고 있지만, 북한이 상응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를 중재할 국가는 러시아가 유일하다. (미-북 관계는 다음 칼럼에서 언급하겠음)

 

미국은 러시아가 원하는 우크라이나 완충지대, 경제제재 조치 해제 수용할 듯 

 

미국이 러시아를 움직이려면 러시아가 요구하는 다음 두 가지를 수용해야 한다. 첫째, 러시아가 현재 점령하고 있는 돈바스 등 4개 주와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반대, ▲유럽 평화유지군의 우크라이나 지역 배치 반대라는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해야 한다. 즉 러시아 안보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완충지대로 만들고 러시아 세력권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부과한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를 국제 금융망(SWIFT)에서 퇴출했고, 약 3,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외환보유를 동결시켜 루블 가치를 하락시켰다. 이 외에도 원유와 가스 수출에 가격 상한제를 적용했으며 반도체와 항공부품 등 핵심 기술도 수출을 금지했다. 서방의 제재는 전방위적 압박으로 러시아 경제에 충격을 주었다. 

 

안보거래 성공 여부는 러-중 관계 이완과 유럽의 제재 해제 협조가 관건

 

미-러 간 안보거래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러시아에 유리하게 전쟁을 종결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완충지대로 하는 러시아 세력권 인정과 경제제재 해제 이외에 ▲미국이 중-러 관계를 이완시킬 정도로 러시아에 이익을 줄 수 있을지, 그리고 ▲유럽이 미국의 구상대로 러시아 제재를 해제할지는 불확실하다.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이후, 다극 체제 국제질서에서 하나의 축(극)으로 등장해 미국의 안보거래 파트너로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에 개입하는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의 중재와 지원으로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는 상황을 예상해야 한다. 

 

러-우 전쟁 종전 협상 과정에서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가 패싱 당하는 상황도 잊어서는 안 된다. 트럼프가 추진 중인 다극 체제 국제질서는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시련과 함께 어려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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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한국과 중국, 대등하다’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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