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5.04.22 17:21 ㅣ 수정 : 2025.04.22 19:16
7.8조원 초대형 차기구축함 사업자 선정 이해관계자 이견 여전한 데 ‘다수결’ 조짐 국책사업에 방산·조선업계 오점 남길수도
HD현대중공업이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모형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총 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의 국책 함정 사업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유력 후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는 가운데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사청이 이해관계자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 사업자 선정 방식을 서둘러 매듭지으려고 하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 방산·조선업계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오는 24일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분과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방사청은 분가위에서 상정된 안건을 의결한 뒤 오는 30일 열리는 방위산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사업이다. 방사청은 오는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구축함 6척을 건조할 계획이며 투입되는 비용만 총 7조8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선도함은 2030년 10월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한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진다. 이번 사업 핵심은 누가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를 따내느냐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맡았다.
현재 방사청의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이 ‘수의계약’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기류가 강하다. 문제는 분과위 소속 민간(외부)위원들의 반대 입장이 터져 나오자 방사청이 ‘다수결’까지 추진하려 한다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불거졌다. 통상 분과위는 의견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후 안건을 방위사업추진위로 넘긴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은 회사와 ‘수의계약’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관련 사고를 낸 HD현대중공업 전력을 감안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뿐 아니라 분과위 내부 의견도 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 선정 방식을 무리하게 선정하면 KDDX 사업을 둘러싼 잡음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대규모 비용을 투입하는 국책 사업에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방사청이 실제 ‘다수결’을 통한 ‘수의계약’으로 사업자 선정 방식을 확정하면 방위 사업 투명성 제고를 위해 운영하는 민간위원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분과위는 방사청을 포함한 정부 측 인사가 20명으로 압도적 다수를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사청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통령 선거 국면을 맞아 KDDX 사업을 서둘러 매듭지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석종건 현 방사청장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임명한 인사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은 미래 대한민국 해군력을 좌우하는 주요 국방 사업"이라며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여러 논란이 있는 가운데 협의가 잘 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안건을 졸속으로 통과시키면 공정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방산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함정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확립된 방위 사업 관련 규정과 원칙, KDDX 사업추진기본전략 등에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일관되게 명시돼 있다”며 “KDDX 사업방식은 정무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라 철저히 사업 수행 관점과 기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