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민폐 속출에 중국인 관광객 혐오 여론 급증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해외여행을 다니는 일부 중국인들이 외국에서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물의를 빚는 사례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최근 말도 안되는 민폐를 저지르는 중국인 관광객들 때문에 지자체와 시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본 도쿄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중국인 여성 관광객들이 도로 한복판에 누워 인증 사진을 촬영한 사건이다. 일본 사회에서는 최근 들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의 이른바 ‘민폐 행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 5일 오전 10시 15분경, 도쿄도 하치오지시의 추오(中央) 자동차도 터널 인근에서 관광버스 두 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시작됐다. 이 사고로 홍콩과 대만 등지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총 47명이 다쳤고, 구조 작업을 위해 도로 일부가 한동안 통제되면서 극심한 교통 정체가 이어졌다.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이날 사고 현장 부근에서 중국인 여성 A씨와 지인은 정체된 차량 사이 도로 위에 누워 사진을 촬영하고, 위스키를 마시는 모습을 SNS에 게시했다. A씨는 “맑고 화창한 날 후지산을 볼 기회를 놓쳤지만, 고속도로에서 인생 사진을 건졌다”며 도로에 반려견과 함께 앉아 있는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 게시물은 SNS를 통해 일본과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급속히 퍼졌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공공질서에 대한 기본 의식이 없다”, “민폐 그 자체”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일본 도로교통법은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도로 위에 앉거나 눕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50만 엔(한화 약 5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일본 경찰은 현재 해당 영상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관련 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비단 한 사람의 일탈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일본 전역에서는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의 도 넘은 행동들이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오사카 도톤보리에서는 한 중국인 커플이 강 위 난간에 올라가 위험천만한 포즈로 사진을 찍다 구조 요청을 받았고, 교토 아라시야마 대나무숲에서는 대나무에 한자로 이름을 새겨놓는 관광객들이 적발되어 지역 주민들의 항의를 사기도 했다.
도쿄 신주쿠역 인근에서는 유명 전통 과자점의 디스플레이를 손으로 만지거나, 시식을 넘어서 다량을 손에 쥐어 가져가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후지산 인근 지역에서는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 드론을 띄우거나, 무단으로 농지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 등의 사례가 잇따라 신고되고 있다.
일본 언론과 누리꾼들은 “개별 관광객이 아닌 한 나라의 이미지 문제로 번질 수 있다”며 “관광객 수용에 앞서 공공질서에 대한 교육과 국제적인 매너 캠페인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도쿄 시민은 “관광을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기본적인 규칙은 지켜야 한다”며 “일본인뿐 아니라 다른 나라 관광객들에게도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청은 최근 각 지자체와 협력해 다국어 캠페인을 강화하고, 일부 관광 명소에서는 ‘관광객 행동 가이드라인’을 QR코드 형태로 제공하며 질서 있는 관광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편,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일본 내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도로교통 안전 수칙과 공공질서 안내를 보다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