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5.13 02:27 ㅣ 수정 : 2025.05.13 02:27
엔고 덕분에 4월 한달 동안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38만명 넘어서 코로나 이전 수준 완전히 회복
엔고 바람을 타고 한국을 찾는 일본인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도쿄의 골든 위크(황금연휴)를 앞둔 지난 4월말, 신주쿠의 한 여행사에는 한국 여행 문의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50대 직장인 마에다 유미코 씨는 “작년엔 환율이 안 좋아서 후쿠오카만 다녀왔는데, 요즘은 오히려 엔화가 강세를 보이니까 서울로 가는 게 더 이득”이라며 웃었다.
최근 일본 내에서 한국행 관광 수요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관광공사 통계를 인용해 4월 한 달 동안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이 총 38만3000명에 달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월 대비 102.2%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 시장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음을 뜻한다.
한국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1만4596명으로, 2019년 동월 대비 105.1% 수준에 해당하는데, 국가별로는 중국이 41만7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일본, 대만(14만명), 미국(13만2000명), 베트남(5만3000명) 순이었다. 이 중에서도 일본은 지난 한 해 엔저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한국행 수요가 다시 급증하고 있어 눈에 띈다.
실제로 최근 급등한 엔화 가치가 일본인의 여행 행선지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동결 기조가 지속되며 엔화는 오랜만에 강세 흐름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고환율을 우려했던 일본 소비자들도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도쿄 신주쿠역 인근 ‘하나투어 재팬’의 담당자는 “3월부터 예약 전화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한국은 거리도 가깝고, 저가 항공편이 많아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패키지도 인기”라고 전했다. 특히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K-팝, 드라마, 뷰티 쇼핑을 주된 목적으로 한 ‘한류 테마 여행’이 다시 붐을 타고 있다고 한다.
도쿄에 거주하는 20대 대학생 사토 아유미 씨는 “친구들이랑 BTS 성지순례 겸 서울로 여행 갈 예정”이라며 “요즘 엔화가 예전보다 강해져서, 뷰티 제품이나 옷 쇼핑도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인의 일본행 수요는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는 '엔저 쇼핑' 열풍에 힘입어 한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을 대거 방문했고, 면세점과 드럭스토어에는 한국어 안내문이 넘쳐났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에서 한국으로 방문한 관광객은 7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에 대해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환율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선택”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이 이런 추세전환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 관계자는 “일본 내에서 K-컬처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고, 한국 의료·뷰티 관광은 신뢰도와 품질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수도권을 넘어서 부산, 대구, 전주 같은 지방도시로의 방한도 점차 확대될 조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일본의 여러 여행사는 서울과 부산 외에도 ‘전주 한옥마을 투어’, ‘경주 역사유적지 탐방’, ‘광주 미식여행’ 등 지방 소도시를 포함한 테마 패키지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지방 공항도 일본인 단체 관광객을 위한 맞춤형 상품 유치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