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베일벗은 인터넷은행, 태풍일까 미풍일까

정승원 기자 입력 : 2015.06.22 09:36 ㅣ 수정 : 2015.06.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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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영업점포없이 온라인상에서 은행과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방안이 공개됐다. 자본금을 대폭 낮추고 영업범위도 기존 은행과 큰 차이가 없어 시장에선 예상외의 규제완화라며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그동안 산업자본의 은행진출을 엄격하게 제한했던 정부가 이번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사실상 대부분의 족쇄를 풀어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완화하려는게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르면 연내 설립될 인터넷은행. 금융업계는 물론 일상생활에 대변화를 가져올 태풍일까, 아니면 일부의 예상대로 찻잔속 미풍에 그칠까.


예상을 뛰어넘은 규제완화, 은산분리원칙 깨지나

금융위원회가 지난 18일 공개한 인터넷은행 설립방안을 보면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해주기로 했다. 인터넷전문은행만 따로 떼내 비금융주력자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4%에서 50%로 상향조정했다.(단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일정 한도 내에서 상호출자를 제한하는 기업집단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제외) 인터넷은행의 최소자본금도 500억원으로 시중은행(1000억원) 대비 절반수준까지 낮춰 사실상 진입장벽을 대폭 허물어트렸다.

▲ 지난 19일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 소비자국장이 인터넷은행 설립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갖고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영업범위에서도 시중은행과 거의 동일한 업무라이선스를 포함시켰다. 정부가 허용한 인터넷은행의 업무를 보면 △고유업무: 예·적금의 수입, 자금의 대출, 내·외국환 △겸영업무: 신용카드업, 보험대리점(방카슈랑스), 파생상품 매매중개업 등 △부수업무: 채무보증, 어음인수, 보호예수, 수납 및 지급대행 등 현재 시중은행들의 업무가 모두 허용된다. 특이한 점은 신용카드업 영위까지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30개 이상의 점포, 300명 이상의 임직원 등 요건충족이 필요하지만 영업점포가 없는 특수성을 지닌 인터넷은행에 한해 신용카드업을 겸영할 수 있도록 물적, 인적요건의 예외도 인정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예금자보호도 적용되고, 지급결제도 금융결제원을 이용하는 등 일반시중은행과 똑같은 지위를 부여했다.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을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취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셈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연내 출범 예고-관련업계 반응 엇갈려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한 뚜껑이 열리자 업계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증권업계는 쌍손을 들고 환영하고 은행은 기존은행에 대한 역차별이라면서도 우리, IBK기업은행 등 일부은행을 중심으로 내부적으로 인터넷은행 설립을 적극 검토중이다. 다음카카오, 인터파크등 일부 기업들은 금융회사와 손잡고 진출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저축은행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고, 보험업계는 시너지효과가 거의 없다는 이유로 시큰둥하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쪽은 증권업계이다. 현재 인터넷은행에 관심있는 증권사는 8개 정도다.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군은 키움과 미래에셋, 대신 등이 손꼽힌다. 키움금융그룹은 키움증권, 키움자산운용, 키움저축은행, 키움인베스트 등 다양한 금융회사들이 갖춰져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보험, 미래에셋캐피탈 등을 거느리고 있고, 대신금융그룹은 대신증권, 대신에프앤아이, 대신자산운용, 대신저축은행 등 다각적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인터넷은행 진출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키움증권은 권용원 사장이 올초부터 “신성장동력발굴을 위해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겠다”고 강한 도전의지를 밝혀온 터라 이번 설립방안 공개를 계기로 본격 진출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쪽에서는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진출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은행 중에는 부산은행이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부산은행은 유통쪽에 강점을 갖고있는 롯데그룹과 손잡고 동반진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들은 인터넷은행 진출에 따른 실익을 저울질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인터넷은행의 출범으로 많은 영업부문에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또다른 경쟁자를 만나게되는 셈이어서 차별적인 전략을 새로 마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에서는 롯데가 부산은행으로부터 콜을 받고 있고, 다음카카오와 인터파크 등도 금융회사와의 동반진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금융위의 발표 전 열린 한 핀테크 관련 학술행사에서 "저희가 가진 이용자 기반과 모바일 노하우에 금융인프라와 보안 노하우가 합쳐진다면 획기적인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면서 인터넷 전문 은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정부가 내심 진출을 기대하고 있는 저축은행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1위인 SBI저축은행은 “진출계획이 현재로선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고, OK저축은행도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는 시너지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아예 진출 자체를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져 나쁠게 없다

어느 쪽이 제1호 인터넷은행이 될지는 모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 금융서비스와 차별되는 다양한 사업모델이 나올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우선 점포 방문 없이 언제 어디서나 은행 일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PC나 스마트폰으로 계좌개설부터 입출금까지 은행 업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점포가 필요없게 되어 값비싼 점포유지에 들어갈 비용을 줄여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게 정부의 복안이다. 실제로 은행의 국내영업점은 지난해 말 7433개나 된다. 이같은 점포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상당할 수 밖에 없는데, 인터넷은행의 경우 오프라인 지점에 돈을 쓸 필요가 없어져 수수료인하나 여수신금리에 이를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은행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외국의 사례를 보면 프랑스의 헬로뱅크(Hello Bank)는 스마트폰, 태블릿 같은 모바일기기에서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전체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100% 모바일 전용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지분뱅크는 일본의 2위 이동통신사와 최대 은행이 합작해 모바일 전용 통장으로 은행업무를 돕고 은행계좌번호 없이 휴대전화번호로 송금하는 서비스로 성공했다. 미국의 찰스 슈왑 은행은 개인 투자성향에 따라 자동화된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특화해 위상을 확고히 했다. 일본의 라쿠텐은행은 온라인쇼핑몰 등 계열사 구매의 지급결제 업무 쪽으로 특화해 송금수수료를 무료화했다고 금융위는 소개했다.

일부에서는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기존 은행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도 감추지 않고 있다. 또한 IT와 금융이 융합하는 신시장이 개척되어 결국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측도 나오고 있다.


성공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일부선 부작용 우려도 제기

이런 낙관적인 분위기와 달리,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않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은행법개정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지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01년, 2008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특히 2008년의 경우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절차까지 진행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논의가 중단됐었다.

비대면거래 확대에 따른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 증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수법이 활개를 치는 마당에 비대면거래를 확대하게 되면 보안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자본의 참여로 자칫하면 인터넷은행이 사금고로 전락될 수도 있다는 경고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저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미국과 영국, 일본등 선진국들은 이미 90년대부터 인터넷은행을 허용했고, 중국도 최근 이에 가세했다. 이번 인터넷은행 설립허용이 무한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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