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헤밍웨이가 슬퍼할 최고금리 인하...몸사리는 저축은행 대부업체

정승원 입력 : 2018.10.17 06:01 ㅣ 수정 : 2018.10.17 06:01

최고금리 인하...몸사리는 저축·대부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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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법정최고금리 인하 이후 몸을 사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정최고금리 내리자 연체-부도율 높은 저신용자 기피현상 전방위 확산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1930년대 스페인 내전을 다룬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장편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는 영국 시인이자 성공회 사제였던 존 던(1572~1631)의 기도문에서 따온 제목이다.

기도문의 내용을 보면 종은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다. 소설을 기반으로 1943년 발표된 게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동명 영화는 몰려오는 적들을 향해 혼자 맞서 싸우는 주인공과 성당에서 울리는 종의 모습이 겹치며 엔딩자막이 올라온다.

장황하게 헤밍웨이 소설까지 거론하는 까닭은 정부가 서민부담을 이유로 법정최고금리를 내린 것이 오히려 서민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월8일부터 법정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24%로 끌어내렸다. 2016년 3월 34.9%였던 것을 27.9%로 내린 이후 약 2년만에 다시 대출금리를 인하해 서민부담을 줄이겠다는 좋은 취지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법정최고금리는 대출에만 적용된다. 금융회사, 특히 저신용자들이 많이 찾는 대부업체들이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상한선을 정해 그 이상 못받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당시에도 법정최고금리 인하가 오히려 서민들을 옥죌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법정최고금리 인하 이후 제2금융권과 대부업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보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은행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신용등급 7~10등급에 속하는 저신용자들이 법정최고금리 인하 이후 저축은행과 대부업에서도 대출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위 20개사 저축은행의 신규대출자 가운데 7등급이하 저신용자 수는 9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5% 감소했다.

대부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 상반기 대부업 상위 20개사 신규 신용대출자 가운데 7등급 이하 저신용자 수는 24만1199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2.7% 줄어들었다.

▲ 저신용자들을 받아주는 곳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연합뉴스



저축은행과 대부업에서 동시에 저신용자 신규대출자 수가 줄어든 것은 법정최고금리 이후 돈을 빌리고도 갚지 못할 위험이 큰 저신용자를 아예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은행과 달리 이자를 연체하거나 돈을 떼이는 부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은 그동안 높은 금리를 통해 저신용자 대출 위험을 어느정도 상쇄해왔다.

그러나 법정최고금리가 꾸준히 낮아지면서 위험을 더이상 감수하기가 어렵게 되자 대출심사를 보다 깐깐하게 적용해 위험도가 높은 저신용자들을 뿌리부터 솎아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서민부담을 낮추기 위해 법정최고금리를 끌어내렸지만 정작 저신용자들을 받아주겠다는 곳이 오히려 더 줄어들어 이들을 대출절벽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게 나빠지면서 정부의 법정최고금리 인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도 시장경제는 얼마든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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