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유 기자 입력 : 2025.02.03 09:17 ㅣ 수정 : 2025.02.03 14:24
AI 투자 방향 혼란… ‘딥시크 사태’가 촉발한 기술 패권 경쟁 이차전지, IRA 세액공제 중단 가능성과 미국 보조금 정책 변화 향후 관세 정책, 금리 등 경제 이벤트 전망
[이미지=프리픽 AI 이미지 크리에이터]
[뉴스투데이=김지유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적극적 감세 정책과 관세 부과 전략을 추진하며 새로운 경제 질서를 예고했다. 특히 AI·반도체·이차전지와 같은 첨단 산업에 대한 규제와 지원책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투자 전략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 금융시장은 42개의 행정명령을 바탕으로 불확실성 속에서도 위험자산 선호가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요구, 법인세 인하(15% 적용), 유가 하락 촉구, 방위비 증액, 규제 완화 및 EU의 불공정 관행 철폐 등을 강조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적극 내세웠다”고 진단했다.
최근 AI 시장에서는 ‘딥시크 사태’로 불리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공급망 차질을 빚으면서 중국 기술 기업 전반의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미국이 AI 관련 반도체 수출 제한을 더욱 강화하면서, 엔비디아(Nvidia), AMD, 인텔(Intel)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중국 수출 물량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월 23일(현지시간)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AI 기술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며 AI 관련 산업의 보호와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AI 반도체 수출 규제는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의 규제 강화로 인해 중국향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 반도체 업계도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오픈소스 AI 모델의 성능 상향 평준화와 가격 하락 현상이 오히려 소프트웨어 및 게임 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이 외부 AI 모델 도입 및 고도화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AI 관련주는 FOMC 정책과 미국의 관세 정책을 주시하면서도, 개별 기업 실적에 따라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수출 규제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축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차전지 산업 역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핵심 혜택 중 하나였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트럼프 2기에서는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 내 생산하는 기업에는 법인세를 15%로 낮춰주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보호무역 기조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전기차 및 이차전지 공급망이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배터리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나, 정책 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투자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IRA 정책이 축소되면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인지가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테슬라 등 밸류체인 중심으로 이차전지 업종의 주가가 반등할 여지가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조금 정책 변경 등으로 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 변화로 인해 연준(Fed)의 금리 정책 역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하며 금리 인하를 ‘일시정지(pause)’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2회 이상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 한 금융투자사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2기 정책의 영향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발언을 한 후 달러 인덱스(DXI)는 0.8% 하락 후 반등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과 중국을 겨냥한 관세 정책을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보다 유럽이 더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며 EU의 불공정 관행을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향후 주요 경제 이벤트로는 2월 중 예정된 미-중 무역 협상, 3월 FOMC 회의,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발표 등이 있다. 투자자들은 이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은 AI·반도체·이차전지 산업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고, 금리 정책이 트럼프의 행보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중장기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특히 기존 규제 강화 여부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