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교영 기자 입력 : 2025.04.20 07:25 ㅣ 수정 : 2025.04.2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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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국내 체류 외국인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려는 시중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외국어 상담 지원은 물론 특화 점포 운영 등 금융 접근성 개선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선 모습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말 국내 은행의 외국인 고객수는 813만명으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지난 2021년 714만명에서 2022년 741만명, 2023년 776만명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65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체류 인원과 은행 거래 이용객이 늘면서 은행권에서도 외국인은 중요 고객군으로 떠올랐다. 이에 금감원에서도 외국인 은행거래 이용 불편 개선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9일 열린 ‘제8차 공정금융 추진위원회’에서중요서류 외국어 번역본 제공 및 모바일앱 외국어 지원 확대, 외국인 특화점포 안내 강화 등을 통해 외국인이 편리하게 은행거래를 하도록 돕겠다고 발표했다.
외국인들이 은행거래 시 겪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업계와 협의를 통해 관련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도 은행별 특화 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고객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이들 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는 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별 최신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면 하나은행이 244만2174명으로 최다였다. 우리은행이 약 145만명으로 뒤를 이었고 KB국민은행 124만2421명, 신한은행 87만702명 등으로 집계됐다. 규모의 차이는 있으나 모든 은행에서 외국인 고객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인 고객 수가 가장 많은 하나은행은 외국인 고객을 위해 일요 영업점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공장 등 근무로 평일 은행 방문이 어려운 외국인을 위해 전국 외국인 근로자 밀집지역에서 일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본점에는 9개 국가 언어를 지원하는 12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외국인근로자마케팅팀을 두고 영업점 방문 외국인 손님들에게 적합한 언어로 상품과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도 돋보인다. 해외송금 전용 모바일 앱 ‘Hana-EZ’에서는 16개 국가 언어로 해외 제휴 은행과 다이렉트(API) 기반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외국인근로자 비대면 계좌 개설 및 제 사고신고, 하나인증서 등 비대면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향후 우리나라 인구구조 변화 대비 적극적인 외국인 마케팅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비대면 거래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일요영업점 지속 운영, 외국인 직원 채용 확대 등으로 은행 거래 편의성 향상은 물론 외국인신용평가 모형 개발 등을 통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지속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외국인 고객을 위한 ‘이나인페이 SOL글로벌 통장&체크카드’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되면서 서비스 도입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국내 발급 신분증을 보유한 장기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E9pay(이나인페이) 앱에서 입출금계좌 및 체크카드를 동시에 신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7월 서비스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많은 외국인이 금융거래를 시작할 때 겪는 가장 어려운 점이 고객정보를 한국어로 입력하는 것에 착안해 이번 혁신 금융 서비스를 신청하게 됐다”며 “다국가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나인페이와 함께 외국인 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고 신한만의 차별적인 서비스를 경험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신한은행은 다양한 외국인 관련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월 김해 외국인 중심 영업점을 개설한데 이어 다음 달 독산에도 오픈 예정이다. 이들은 계좌개설·해외송금·제신고 등 대면상담 기반 ‘영업점’과 화상상담 기반 ‘디지털라운지’로 조성한 외국인 금융상담 특화점포다.
또한 지난 12일부터는 주말에도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외국어 고객상담센터의 영어·베트남어·러시아어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및 근로자를 직접 찾아가 금융업무를 돕는 ‘찾아가는 계좌개설’ 서비스도 진행중이다. 빠르면 3분기 중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외국인금융센터인 안산외국인특화지점과 광희동·의정부·김해·발안 등에서 일요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전용 대표 번호를 통해 외국인 고객이 영업점 내점시 11개 언어로 통역 및 마케팅도 지원한다.
모바일뱅킹 ‘우리WON글로벌’을 통해서는 17개국 언어로 계좌조회 및 이체, 해외송금 등을 제공한다. 외국인 등록증을 보유한 만 17세 이상 외국인은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도 가능하다. 아울러 송금전용계좌에 원화로 입금 시 출금가능금액이 10만원 이상일 경우 사전 등록한 해외은행수취계좌로 자동 송금해주는 ‘다이렉트해외송금’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향후 비대면 계좌신규 서비스를 활용한 신규고객 유치와 우리WON글로벌 고도화를 통한 구직 등 생활 제휴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외국인 등록 수, 근로자 수가 많은 지역에 외환송금센터를 운영하고 평일 방문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주말에 환전 및 송금, 통장 개설, 카드 발급 등 외국인 특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캄보디아,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직원을 채용해 외환송금센터를 방문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언어 통역도 지원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외국인 고객 유치 전략은 단순 신규 고객을 확보하려는 경쟁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초기 금융생활 지원으로 해당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해외송금수수료나 외환매매익 등 비이자 수익 창출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