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삼성전자, 12조 유리기판 시장 진출 카드 '만지작'

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5.30 05:00 ㅣ 수정 : 2025.05.30 08:19

유리기판, 기존 기판 두께와 비교해 4분의 1 불과
열에 강하고 회로 정밀해져 '고성능 AI 칩'에 사용
삼성전자, AI 반도체 패키징에 유리 인터포저 활용
유리기판 도입해 파운드리 사업 강화하려는 포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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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기판과 유리 기판의 차이.  [사진 = SK하이닉스 홈페이지]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오는 2028년 12조원이 넘는 차세대 먹거리를 잡아라'

 

최근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부품 '유리기판' 2028년 도입설(説)이 제기되며 관련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HBM(고(高)대역폭메모리) 등 AI 반도체는 물론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Heterogeneous Integration) 수요가 커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차세대 기판 소재다. 유리기판도 여기에 속한다. 

 

특히 AI 반도체는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고속 연산을 계속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발열과 전력 효율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AI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확장성, 운영비용에도 직결되는 핵심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유리기판은 반도체 칩을 정교하게 설치할 수 있는 얇고 평평한 유리판"이라며 "특히 유리기판은 기존 실리콘 기판 두께의 4분의 1에 불과해 부품 업계에서 '꿈의 기판'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유리기판은 기존 기판에 비해 열에 강하고 휘어짐 현상도 적어 회로를 더욱 미세하게 새길 수 있다"라며 "데이터 처리 속도가 기존 기판보다 빨라 고성능 그래픽저장장치(GPU) 등이 다수 투입되는 AI 데이터센터에 핵심 부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장점에 인텔, AMD,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 주요 글로벌 IT(정보기술)업체들이 유리기판 도입을 검토하는 모습이다.

 

이에 질세라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기, SKC, LG이노텍 등이 유리기판을 미래 '새 먹거리'로 여기고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전세계 유리기판 시장 규모는 2023년 71억 달러(약 10조4400억원)에서 오는 2028년 84억 달러(약 12조3500억원)로 18% 가량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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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아이-큐브(I-Cube)' [사진 =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하는 유리기판에는 유리 코어 기판(Glass Core Substrate)과 유리 인터포저(Glass Interposer) 등이 있다. 

 

유리 코어 기판은 칩과 PCB(인쇄회로기판) 사이를 연결해 반도체 패키지의 뼈대 역할을 한다. 이에 비해 유리 인터포저는 칩과 칩 또는 칩과 메모리를 연결하는 기능을 갖췄다.

 

삼성전자의 도입 가능성이 언급되는 기판은 유리 인터포저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8년 AI 반도체 패키징에서 기존 실리콘 인터포저를 유리 인터포저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리콘 인터포저는 현재 업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방식이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의 CoWoS(웨이퍼 위에 여러 칩을 미세한 간격으로 배치한 후 이를 기판에 다시 붙이는 패키징 방식)과 삼성전자의 아이-큐브(I-Cube·반도체를 수평으로 배치하는 패키지 기술) 등에 실리콘 인터포저가 활용되고 있다. 

 

실리콘은 반도체 공정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아주 작고 정밀한 가공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그만큼 가공 공정이 복잡하고 많은 비용이 들어 인터포저 면적을 넓히는게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한 소재가 바로 유리 인터포저이며, 이 소재는 2027년 이후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한 차세대 유망 사업이다.

 

유리는 실리콘과 비교해 더 큰 면적을 적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고 신호를 고속으로 전달하는데 유리하다. 특히 유리는 실리콘보다 열에 강해 패키지 내 열변형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유리는 열에 강해 기판을 비교적 얇게 만들수 있고, 기판이 얇아지면 제품 무게가 가벼워지고 전기적 성능과 열 방출, 데이터 속도가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열에 강해 기판 배선이 밀리거나 휘어지고 벌어지는 이른바 ‘왜곡 현상’이 줄어 배선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같은 면적이더라도 더 많은 배선을 설계할 수 있어  △데이터 고속 전송  △칩의 고(高)집적화  △기판 크기 축소 등 장점이 있다. 

 

유리기판은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시스템 반도체에서 주목받는 시장이다.

 

이런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 사업인 삼성전자의 유리기판 도입 가능성이 나오는 배경은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풀이된다. AI 시대 첨단 반도체 패키징에서 주목하는 차세대 기판이라는 점에서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미래 기술 중 하나로 유리기판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업계 관계자들도 공감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유리기판은 전력효율, 발열 등에 강점이 있는 기판이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자체 패키징이 되는 특성을 지닌다"라며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는 유리를 활용한 고성능 패키징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HBM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결합하거나 서버랙(Server Rack) 메인보드에 CPU(중앙처리장치)나 D램 모듈 등을 연결할 때 사용되는 기판을 유리 소재로 바꾸려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라며 "삼성전자의 유리기판 사업 추진은 메모리 반도체 보다는 시스템 반도체나 전체 시스템 패키징 차원에서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는 유리기판이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않아 관련 사업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리기판 수요가 장기적으로 늘어나고 제품 양산 시기도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라며 "그러나 현재는 기업들이 기술력이나 수율(완성품 가운데 합격품 비율) 확보를 검증하는 과정이고 실제 상용화가 이뤄지더라도 초기에는 적용 대상이나 고객사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염두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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