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우파동맹 ③] 사업가 머스크와 내년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누가 손해일까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6.11 00:05 ㅣ 수정 : 2025.06.11 15:13

트럼프 대통령 "머스크는 세금 덜 내려는 억만장자" 비난에 머스크 "기술산업의 발목을 잡는 구시대적 법안"이라며 이민 감세법안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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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MAGA)와 테크 우파의 결합으로 불리던 정치적 브로맨스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작년말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강하게 유착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간의 정치적 동맹이 단순한 균열을 넘어 극한 대결로 치달으면서 정치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미스터 스트롱맨 트럼프와 세계 최대 부자인 머스크간의 갈등의 배경과 테슬라를 비롯해 향후 글로벌 시장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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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 우파의 두 거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결별은 단지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닌, 보수 진영 전체에 장기적 파장을 미칠 수 있는 대형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머스크가 더 이상 트럼프의 대중적·정책적 우군이 아님을 공개적으로 시사하면서, 중도층과 젊은 남성 유권자 지형이 요동칠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는 그간 ‘테크 우파’라는 새로운 정치 정체성을 대표해왔다. 좌우 진영 모두에 회의적인 젊은 남성층, 특히 엔지니어·기업가 정신에 매료된 20~40대 백인 및 아시아계 남성들은 머스크의 반 PC 문화, 자유시장주의, 기술 중심주의에 강한 동조를 보여왔다.

 

하지만 트럼프가 최근 "머스크는 세금 덜 내려는 억만장자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머스크 역시 X(전 트위터)에서 트럼프의 이민·감세 법안을 “기술산업의 발목을 잡는 구시대적 법안”이라고 비판하면서,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정치심리학자 사라 밀턴 박사는 “머스크는 그 자체로 브랜드이자, 강력한 팬덤을 지닌 정치적 아이콘”이라며 “그가 트럼프와 결별하면서 공화당이 젊은 남성층에게 갖고 있던 마지막 접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6년 중간선거는 트럼프가 다시 공화당을 장악할 수 있을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머스크의 이탈은 단순한 이미지 손상이 아니라, 전략적 자원과 네트워크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머스크는 X 플랫폼을 통한 여론 형성, 테크 엘리트층과의 연결고리, 그리고 암묵적인 재정 후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칼럼에서 “트럼프 세력 유지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탈하는 것은 머스크 하나가 아니라, 그와 함께 움직이는 중도 우파 및 테크노크라트 계층 전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기반의 보수 전략가 제임스 록하트는 “2026년을 앞두고 공화당이 디샌티스나 하웨이 같은 인물들에게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졌다”며 “트럼프가 공화당의 전부일 수는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머스크 간의 갈등은 단순한 ‘우파 내전’을 넘어, 젊은 유권자들에게 하나의 선택지를 구성하는 내러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탈진영 성향이 강한 MZ세대 남성들에게는 "지속 가능하고 현실적인 보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스탠포드대 정치커뮤니케이션 알렉산더 바론 교수는 “트럼프는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는 반면, 머스크는 미래를 얘기하는데, 이 구도가 세대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테크 우파 지지층은 이미 감정적으로 머스크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머스크 역시 대안 정치인으로 나설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기업인 신분이란 한계와 정치경험 부족, 일부 극우 성향 콘텐츠와의 거리 문제로 인해, 정치 리더십으로의 전환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테크 우파의 다음 선택지로는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 그리고 제3정당 후보로 떠오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등이 거론되고 있다. 디샌티스는 트럼프와 다른 방식으로 반 각성문화 정책을 추진하며 테크 자본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케네디 주니어는 백신 회의론, 자유주의적 연설로 X 사용자 기반에서 빠르게 지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아직 누구도 머스크가 남긴 ‘상징적 공백’을 채우지는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테크 우파 진영은 여전히 분화 중이며, 정치적으로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리더십의 본질적인 약점을 다시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즉, 충성심에는 기대지만 연합을 유지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노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에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인사들은 내부에서 축출되고, 외부 인사는 일정 시점에 충돌하게 되는 패턴이 반복됐는데, 이번 사태 역시 유사한 형태라는 분석이다.

 

정치학자이자 ‘분열된 공화당’의 저자인 리처드 맥필드는 “트럼프는 확실한 지지층은 갖고 있지만, 그 지지층은 확장성이 부족하다”며 “공화당은 ‘트럼프 이후’를 준비하지 않는 한, 머스크 같은 동맹의 이탈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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