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우파동맹 ①] 브로맨스 과시하던 트럼프와 머스크 세게 붙었다
작년 대선 앞두고 밀월관계 형성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간 갈등 폭발, 미국 우파 진영 내부의 깊은 이념적 간극 때문이라는 분석 나와
마가(MAGA)와 테크 우파의 결합으로 불리던 정치적 브로맨스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작년 말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강하게 유착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간의 정치적 동맹이 단순한 균열을 넘어 극한 대결로 치달으면서 정치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미스터 스트롱맨 트럼프와 세계 최대 부자인 머스크 간의 갈등의 배경과, 테슬라를 비롯해 향후 글로벌 시장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브로맨스’라 불릴 만큼 긴밀했던 트럼프와 머스크간의 관계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공개적인 적대감으로 치달은 배경에는 미국 우파 진영 내부의 깊은 이념적 간극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트럼프와 머스크 간의 대립은 보수진영 내 ‘신보수 민족주의’와 ‘자유지상적 테크 자유주의’의 충돌을 상징한다”며, “양측은 일시적 공통의 적(민주당)을 맞이해 손을 잡았지만, 정책과 철학의 간극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역시 “트럼프와 머스크 간 갈등 재점화는 두 인물이 대표하는 정치 진영, 즉 ‘마가(MAGA)’와 ‘기술 우파’ 간의 철학적 불일치가 근본적으로 봉합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고 보도했다.
대선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연합했던 두 우파 진영은 반이민·보호주의 노선을 고수하는 트럼프식 민족주의와 글로벌 기술산업 기반의 자유시장주의라는 세계관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진영은 반이민, 보호무역, 반글로벌리즘을 기조로 한 전통적 우파의 정서를 대변한다. 반면 머스크는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혁신, 개방적 이민 정책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우주산업과 관련한 정책에서 머스크는 규제 완화를 넘어선 ‘국가 개입 최소화’를 주장해 왔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최근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국경과 일자리 보호법’이라는 새 입법안을 계기로 극적으로 폭발했다. 해당 법안은 대규모 불법 이민 단속과 외국 노동자 비자 축소, 연방 기술 보조금 삭감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끄는 전통 우파 진영, 일명 마가(MAGA)는 주로 저학력 백인 노동자층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은 반세계화, 반이민, 자국산업 보호라는 구호에 강하게 호응한다. 반면 머스크를 중심으로 한 기술 우파는 실리콘밸리의 창업가, 엔지니어, 고위 금융권 인사들로 구성되며,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에는 동의하지만, 글로벌 인재 유입과 자유로운 시장 접근성을 중시한다.
전문가들은 이 둘의 동맹이 애초부터 ‘적의 적은 친구’ 수준의 불안정한 동맹이었다고 평가한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정치학자 사무엘 브로디 교수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공통점은 반 민주당 정서였지, 정치 철학은 전혀 달랐다”며 “대선이라는 명분이 사라진 후 균열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진단했다.
갈등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트럼프 진영이 추진한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One Big Beautiful Law)’이라는 별칭의 감세-이민 패키지 법안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안은 대규모 이민자 단속 및 추방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 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기술 혁신을 포기하고 정치적 쇼에 혈세를 쏟아붓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전기차·태양광 등 미래 산업 보조금이 삭감되는 점, 고급 외국 인재 유입을 막는 반 H-1B(취업비자) 조항 등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이 법안을 설계한 트럼프 진영 핵심 인사 스티브 배넌은 오히려 “미국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라며 “머스크처럼 국익보다 수익을 우선하는 자본 엘리트가 문제”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머스크는 이에 “미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기술과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잘못된 방향”이라고 반박하며 정치적 전면전을 예고했다.
트럼프-머스크 결별은 미국 우파 정치 지형의 구조적 변화, 나아가 보수 진영 재편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경제학자 벤저민 프리드먼 교수는 “보수 내 연합이 이념보다 권력에 의해 유지되면, 외부 충격 없이도 쉽게 분열된다”며 “기술 우파는 결코 트럼프의 ‘영속적 지지자’가 아니며, 이번 결별은 테크 업계의 정치적 독자노선 선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머스크가 본격적으로 반 트럼프 진영을 형성하거나, 다른 공화당 내 인물을 지지할 경우, 트럼프가 추진 중인 입법안뿐 아니라 2026년 중간선거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양측이 쉽게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갈등이 단기간에 봉합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머스크와의 대화나 화해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가 과연 다시 한 번 다양한 우파 세력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진영 분열로 정치적 고립을 피할 수 없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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