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우파동맹 ②] 돈 앞에서 갈라선 트럼프와 머스크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6.10 01:55 ㅣ 수정 : 2025.06.10 06:26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뿐 아니라 엔비디아, 오픈AI 등 미국 주요 테크 기업들 "전통산업에만 집중" 불만 표출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마가(MAGA)와 테크 우파의 결합으로 불리던 정치적 브로맨스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작년말 미국 대선을 앞두고 유착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간의 정치적 동맹이 단순한 균열을 넘어 극한 대결로 치달으면서 정치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미스터 스트롱맨 트럼프와 세계 최대 부자인 머스크간의 갈등의 배경과 테슬라를 비롯해 향후 글로벌 시장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image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CEO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추진중인 대규모 감세-이민 패키지 법안이 미국 내 보수 진영, 특히 실리콘밸리와 백악관 간의 뚜렷한 이해 충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모두 ‘작은 정부’와 ‘감세’를 지지하지만, 세부 내용에 들어가면 극명한 시각차가 드러난다. ‘국경 강화’를 위한 예산 증액, 반이민 조항, 친석유정책이 포함된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One Big Beautiful Law)’이 그 전선의 중심에 있다.

 

테슬라, 엔비디아, 오픈AI 등 미국의 주요 테크 기업들은 법안이 발표된 직후 잇달아 우려를 표명했다. 그 이유는 감세 대상이 대기업보다는 중소제조업과 전통산업에 집중됐고, 동시에 친환경 기술 보조금이 대거 삭감됐기 때문이다.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재정 보수주의를 핑계로 태양광·전기차·AI 연구지원 예산을 줄이는 건 21세기 경제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전 최고경제자문 마이클 마치니도 “이번 법안은 감세를 통해 혁신을 촉진하기보단, 특정 정치 이념을 반영해 미래산업의 숨통을 죄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법안은 미-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으로 550억 달러, 석유 시추 인센티브로 70억 달러가 배정됐다. 반면 친환경 산업 지원은 약 60% 삭감됐으며, 연방정부의 AI 기술 인프라 지원 역시 ‘과잉지출’이라는 명분 하에 보류됐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노리엘 루비니 교수는 “트럼프식 감세법안은 1980년대 레이건 시대와 달리, 기술혁신보다 보호주의·에너지 자급이라는 전략 목표에 치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술기업들이 기대한 ‘혁신 촉진형 보수 경제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며 “결국 실리콘밸리의 반발은 감세 그 자체보다 감세의 구조와 방향에 대한 불만”이라고 말했다.

 

법안의 세부 조항 중 일부는 보수진영 내 자유시장주의자들까지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반중 경제안보 조항에 따라 미국 기업의 해외투자 제한, 중국산 부품 사용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배제 조치 등은 자유무역을 신봉하는 테크 자본가들에게는 사실상 ‘국가의 민간기업 통제’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경제학자 데릭 스캇 박사는 “감세로 민간 영역을 활성화하겠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정치 목적에 따라 산업구조를 재편하려는 시도는 보수의 이중성”이라며 “머스크나 실리콘밸리가 반발하는 것은 이념의 문제라기보다는 일관성의 결여”라고 평가했다.

 

법안에는 미국 시민 고용을 우선시하는 조항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IT 분야의 H-1B(취업비자) 발급 조건이 강화되며, 외국인 고급 인재 수급에 의존해온 테크 기업들엔 치명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이 법안을 설계한 트럼프 진영 핵심 인사 스티브 배넌은 “실리콘밸리는 값싼 외국 인력에 의존하며 미국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비판했으며, 이에 머스크는 “머리 좋은 인재가 오고 싶어도 비자가 안 나오는 나라에서 무슨 혁신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되받아쳤다.

 

MIT 슬론경영대학원 제니 리 교수는 “트럼프식 우파는 실질적으로는 반 기업 정서에 기댄 친노동 포퓰리즘에 가깝다”며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공화당은 더 이상 CEO들과 기술 엘리트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와 트럼프 진영 간 갈등은 단순한 정책 충돌이 아닌, 미국 보수진영 내 경제관의 세대 갈등이기도 하다. 낡은 제조업 보호와 반이민, 반중국 정서를 앞세운 산업보호주의와, 글로벌 시장과 기술 혁신을 핵심으로 삼는 자유지향적 경제관이 본질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런던정경대(LSE) 정치경제학과 에밀리 트랜 교수는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성공했지만, 경제적으로는 21세기 산업자본과 충돌하고 있다”며 “공화당은 ‘실리콘 보수’와 ‘러스트벨트 보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