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명품백 가격횡포, 과시욕보다 현명한 소비 필요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관세는 낮아지고 원화 값은 강세임에도 불구하고, 명품 업체들은 매년 가격 인상을 기습적으로 단행하고 있다.
11월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지갑, 핸드백 등 40여종의 가격을 2~20% 가격을 올렸다. 10월에 서프백의 가격을 17% 올린 지 한 달도 안 돼서이다. 지난해 2월 이후 샤넬은 총 다섯 번째 가격 인상을 했다. 다른 명품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구찌도 올해 1월과 3월 두 차례 핸드백과 지갑 등의 가격을 올렸다. 까르티에, 불가리, 티파니 등 고급 보석 브랜드도 4~22%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이유는 매번 비슷하다. 원자재 값 인상, 본사 지침에 따른 것, 물류비, 인건비 등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지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격 인하 요인이 더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관세가 줄었다. 2011년부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며 의류 13%, 구두13%, 가죽가방 8%씩 부여하던 관세가 단계적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핸드백에 부여하는 관세가 기존의 4%에서 2%로 절반으로 내렸다. FTA 체결 전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명품 브랜드 업체들은 “스위스와 홍콩 등 EU 밖 국가에서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경우는 관세 혜택을 못 받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을 프랑스에서 생산하고 선적하는 샤넬 역시 관세 혜택 이후에도 계속 가격을 올려왔다.
또 하나 가격 인하 요인으로 봐야 할 것은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 6월 1142원을 기록한 이후 하락만 거듭해 24일 기준 1059원이다. 즉 환율이 떨어졌음에도 샤넬과 페레가모 등은 오히려 핸드백 가격을 올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반영되는 데는 6개월 이상 걸린다”고 주장한다. 환율을 반영한다면 환율이 떨어질 때 명품 브랜드에서 가격을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명품 브랜드에서 환율 하락을 이유로 가격을 내린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명품 브랜드들은 백화점 입점 수수료가 낮다. 10월 국정감사 때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들이 내는 백화점 수수료는 10%다. 국내 브랜드가 내는 35~40% 수수료와 비교 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가 국내에서 배짱영업을 하는 것은 가격을 아무리 인상해도 수요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원 관계자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라며 “그만큼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소비자가 선택 할 것이고, 아니면 외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해마다 한 두 차례 가격을 인상해도 “더 값이 오르기 전에 사는 것이 이득이다. 신제품을 사용하고 나중에 중고로 팔아도 손해가 없다”며 백테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있는 소비자의 책임도 크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중고 명품 제품이 불과 1, 2년 전 새 상품을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에 되팔리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명품 업체들의 매출에 있어 한국 시장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장사를 하는 명품 업체들은 좀 더 한국에서 판매가격에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소비자들도 과시욕에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닌지, 합당한 가격에 현명한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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