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종업원 3명의 구멍가게’가 지배해온 롯데그룹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株)光潤社:1967年11月 創業、住所:160-0023 東京都 新宿区 西新宿3-20-1ロッテ本社ビル4F、事業内容:包装資材の販売、販促資材の販売
롯데그룹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표대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부상한 광윤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구글사이트에 나와있는 광윤사는 1967년 11월 창업, 주소는 일본롯데홀딩스가 있는 도쿄 신주쿠 롯데홀딩스 빌딩 4층이며 사업내용은 포장자재 및 판촉자재 판매로 소개되어 있다.
종업원은 3명에 불과한 소규모 회사로 알려져 있다. 비상장 법인이어서 실적을 포함해 지분 구조 등을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매출은 주로 일본 롯데상사와 롯데아이스 등 일본쪽 롯데그룹 계열사와 거래를 해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종업원 규모만 보면 구멍가게나 다름없다. 일각에선 광윤사가 만들어진 시기가 롯데그룹의 모태가 된 한국 롯데제과의 창업시기(1967년)와 같은 점을 들어 신 총괄회장이 롯데그룹의 한국진출에 맞춰 만든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 존재하는 회사)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연매출 83조원, 재계 5위의 롯데를 지배해온 정체불명의 회사
이런 광윤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 회사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식 30%이상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그간 알려진 롯데홀딩스 지분구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28%, 광윤사 27.65%, 우리사주 12% 등이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2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는 광윤사(33%)와 우리사주(32%)”라고 밝혔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은 각각 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 맞다면, 광윤사 지분 확보가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경영권 확보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정작 누가, 얼마나 광윤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지 확인된 바가 없다. 광윤사의 지분구조가 처음 알려진 것은 2002년이다. 광윤사가 갖고 있는 부산은행 지분 내역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면서 대주주 시게미츠 다케오(重光武雄)씨가 50% 지분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게 유일하다. 시게미츠 다케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 이름이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 광윤사 지분구조가 그대로인지는 미지수이다. 일부에선 이미 신 총괄회장이 장남과 차남에게 광윤사 지분의 상당부분을 넘긴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 지분 30%를 갖고있고, 신 회장이 25%, 두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가 20%, 신 총괄회장이 10%를 갖고 있다는 미확인 보도까지 나돌고 있다.
종업원 3명에 불과한 이 회사의 주식 가치는 얼마나 될까. 상장사가 아니라서 관련정보가 공개된 적은 없다. 다만 롯데재단이 2013년 밝힌 재산 목록에 광윤사 주식가치를 추론할 수 있는 단서가 나와 있다. 롯데재단이 2013년 3월 말 기준으로 작성한 재산 목록을 보면 광윤사 주식 167주를 공익목적으로 재단이 보유하고 배당수익을 재단의 사업 재원으로 쓴다고 밝히며 이들 주식의 금액이 19억 9194만 7610엔이라고 적혀있다.
이 금액을 167주로 나눠보면 주당 금액은 1192만 7830엔이 된다. 광윤사 법인등기부 등본에 나와있는 전체 발행주식이 4만주이므로 전체 금액은 4771억 1320만엔(약 4조4400억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롯데재단이 광윤사 주식의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된 것이 없다. 하지만 롯데그룹 전체의 자산규모가 2014년 기준 91조7000억원(재계서열 7위)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가치는 이보다 수배 혹은 수십배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암호 같은 미스테리 투성이의 지배구조
이번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도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할 정도로 시장의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호텔롯데의 경우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지만 대부분의 주식은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 측 투자회사들이 갖고 있다. 특히 주식의 73%를 보유한 ‘일본 L투자회사들’의 경우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일본 국적의 L투자회사는 일종의 특수목적법인 성격으로 1번부터 12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회사들을 통칭해 부르는 이름이다. L제1투자회사~L제12투자회사까지(L제3투자회사 제외) 11개사가 호텔롯데 지분 72.65%를 보유하고 있다. L투자회사를 제외하면 일본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 등이 나머지 주식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L제2투자회사를 제외하곤 모두 주소지가 신주쿠 일본 롯데홀딩스 본사로 되어있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직접 혹은 간접으로 관련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L투자회사의 경우 그간 어떤 회사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가 지난해 그룹 순환고리에 있는 롯데알미늄이 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면서 정체가 일부 드러났다. 롯데알미늄은 당시 사업보고서 정정을 통해 그간 주주로 공개되지 않았던 L제2투자회사와 광윤사가 각각 34.92%와 22.84%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공시했다. L제2투자회사에 대해선 “과자판매업을 영위해 오던 주식회사 롯데상사로부터 분리해 설립된 회사”라고 설명했다. 주소지는 일본 도쿄 시부야의 롯데상사와 같았을 뿐 더 이상의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롯데그룹이 이같은 미스테리한 지배구조를 갖게된 이면에는 전근대적 비공개 경영원칙을 고수해온 신 총괄회장의 폐쇄주의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신 총괄회장은 기업공개를 극도로 꺼려 일본 롯데계열사 37개 가운데 상장회사가 하나도 없다. 그나마 한국 롯데계열사 가운데 9개사가 상장되어 있을 뿐이다.
■ 폐쇄적인 신 총괄회장의 낯선 여론몰이(?)
이처럼 폐쇄적인 성격의 신 총괄회장이 최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하여 대국민사과를 발표하고, 차남 신 회장을 겨냥한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는 동영상을 촬영한 것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금까지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경련에서 재벌회장의 일대기를 만화로 만들겠다고 제의했을 때 조차 이를 정중히 사양할 정도로 자신의 모습이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그의 목소리가 공중파를 통해 공개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최근의 TV출연(?)은 낯설다.

물론 신 총괄회장이 직접 여론전쟁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의 작품이라는 것이 신동빈 회장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앞서 일본어로 TV인터뷰를 진행한 것과 관련, 한국네티즌의 질타가 이어진 것을 의식하듯, 2일 KBS와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인 부인과 함께 출연하여 “일본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했지만 일이 바빠서 잊었다”고 해명하고,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를 한국어로 말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재벌가 2세가 TV에 나와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얼굴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던 한국인 부인이 동석한 것도 특이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그만큼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신 전 부회장이 폐쇄적인 가족경영의 원칙을 깨고 TV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 총괄회장의 발언을 잇달아 공개하는 것은 여전히 영향력이 큰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표대결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겠다는 계산으로 파악된다. 특히 신 총괄회장이 차남 신 회장을 롯데회장과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려 신 회장의 가신그룹을 견제하고, 중도세력을 최대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인 듯 하다.
■ 누가 이기든 땅에 떨어진 기업이미지 회복 쉽지 않아
어쨌든 신 총괄회장의 동영상이 TV를 통해 전격적으로 공개되고 신 전 부회장이 주총을 통한 표대결을 공식적으로 밝힌 이상, 롯데 일가의 경영권 다툼은 신동빈 대 반신동빈 구도를 형성하며 한층 가열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결전의 시기는 10월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극적인 타협과 화해가 없는 한 누가 이기든 상처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패배한 쪽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긴 쪽도 내상이 간단치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미 롯데는 기업이미지가 땅에 떨어졌고 그동안 진행해온 투자건도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재계서열 5위에 전혀 걸맞지 않는 전근대적 지배구조와 구멍가게식 가족경영이 낳은 필연적인 비극이라고 하기에는 그 상처가 너무 크다.
<이진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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