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美-中-유럽-日 ‘따로국밥’속 한국의 선택은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지난 9월 전격적인 금리동결로 ‘양치기 소년’ 소리를 들어야 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번에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오는 15~16일(현지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소집이 예고돼 있어 금리인상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시간으론 17일 새벽3시에 금리인상폭이 공개될 전망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지난 2006년 6월이후 꼭 9년6개월만의 인상이며 그동안 고수해온 ‘제로금리’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 이번에는 금리인상 의심 없는 시장, 관심은 인상폭
연준은 15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FOMC를 연다. 이 FOMC에서 금리인상을 결정한다. 지난 9월 회의때는 금리인상과 동결을 예상하는 시각이 엇갈린 가운데 전격적으로 동결이 발표됐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금리인상을 의심하는 시각이 사라진 대신 얼마를 올릴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보수주간지 ‘위클리 스탠다드’는 12일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85%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며 “FOMC에서 금리를 0.25%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최근 경제학자 6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7%가 12월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금리인상 확률을 78%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금리인상을 점치는 근거는 두가지다.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모두 재닛 옐런 의장이 입버릇처럼 지적했던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옐런은 그동안 미국의 실업률이 5% 이하로 떨어지거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간 2%를 넘으면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혀왔다.

지난달 미국실업률은 5%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최저치 수준이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전달보다 0.2% 올랐다. 연간으로 따지면 2% 수준을 상회한다. 옐런 의장은 지난 2일 이코노믹클럽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금리정책 정상화 개시를 미루면 경제과열을 막기위해 급작스런 긴축정책을 해야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제는 경기가 살아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선제공격 차원에서 미리 금리를 인상할 시기가 됐다는 의미다.
시장도 금리인상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는 2% 가까이 폭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309.54포인트, 1.76% 급락한 1만7265.21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날보다 39.86포인트, 1.94% 떨어진 2012.37을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111.71포인트, 2.21% 급락한 4933.47로 장을 마쳤다.
회의를 시작도 하기전에 미리 겁먹고 주가가 빠진 것이다. 실제로 시장 분위기는 인상을 당연시하면서 얼마나 올릴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유력한 관측은 ‘완만하고 점진적인’ 인상이다. 연준은 그동안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점진적인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꾸준히 보내왔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0.25%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언급한 위클리 스탠다드가 예측한 수준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에 0.25%를 올리고, 내년에 4차례, 2017년에 5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같은 분석은 지난 9월 발표된 연준 17명 위원의 내년 12월 금리 전망치 중간값인 1.375%, 2017년말 2.625%를 역으로 계산한 것이다. 물론 연준이 예고와 달리 이보다 더 급격하게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1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00%에서 5.25%까지 올린 전력이 있다.
■ 미국과 따로 노는 유럽과 중국, 일본…통화정책 대분열
미국이 금리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유럽과 중국, 일본등 다른 나라들은 여전히 금리인하를 고집하고 있다.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아 계속 돈을 풀어서라도 경기를 살리겠다는 뜻이다. 미국과 다른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이 완전히 갈리면서 세계는 유례없는 통화정책의 대분열을 목격하고 있다.
미국의 연준 격인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일 예금금리 인하와 추가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를 결정했다. 이날 ECB는 예금금리를 -0.2%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0.3%로 0.1%포인트 내렸다. 예금금리가 마이너스인 지금도 시중은행이 ECB에 돈을 맡기면 이자가 아니라 오히려 보관료 성격의 비용을 내고 있는데, 이 비용을 더 올려 받겠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금리인하 기조를 바꿀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올해안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교통은행이 분석했다. 롄핑(連平) 교통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일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인민은행이 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금리의 인하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롄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 정책에도 2016년 당국이 제로금리를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의 인하폭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급준비율은 아직 내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본 역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아베노믹스’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3분기 국내총생산(GDP) 생산율이 플러스로 돌아서는등 양적완화에 따른 ‘단맛’을 맛봤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긴축재정으로 태도를 바꾸기에는 지금의 경기상황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이 당분간 지금의 재정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지난 10일 기준금리(OCR)를 연 2.7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이 나라 기준금리는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캐나다 역시 이번달 기준금리를 현행 0.5%로 동결한데 이어 기준금리를 아예 마이너스 금리로 인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9일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2009년에 비해 상승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CNBC방송이 전했다.
■ 한국의 선택은…금리인상시 한계기업, 가계부채 폭탄 동시 터질까 우려
미국의 금리인상이 몰고올 후폭풍이 두려운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다. 기업부채와 가계부채 모두 위험수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도 금리를 따라 올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금리정책과 반대되는 방향을 계속 고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한국 역시 시기의 문제일 뿐 금리인상 쪽으로 정책을 선회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각각 1200조원, 2400조원으로 최근 2년새 급격하게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관련하여, 한국경제의 부채 문제에 대해 경고했다. 미국이 조만간 정책금리를 올리고 이에 따라 국내 시중금리도 상승하기 시작하면 빚 많은 가계나 기업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딩 딩 IMF 아태국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IMF 공동콘퍼런스에서 “일부 아시아 국가의 부채 위험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한국의 가계대출 역시 향후 이자율 상승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의 기업대출은 소수의 회사에 집중돼 있고, 이 회사들의 유동성이나 수익성도 나빠 향후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시장 금리가 지금보다 0.5%포인트 오르면 한계기업이 현재보다 300개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총재 역시 “이제는 부채관리에 특히 신경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기업이나 가계 모두 과도하게 불어난 빚이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는 대출금의 76.4%가 단기 변동금리에 연동돼 있어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통계에는 잡히지 않아 ‘숨어있는 가계 빚’으로 불리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229조7000억원까지 고려하면,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개인 차원의 빚 줄이기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는 어떻게든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계는 다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파국을 면할 수 없고, 파국후에는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진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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