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미국이 답할 차례다…’나홀로 긴축’ 바뀔까

정승원 기자 입력 : 2016.01.26 09:25 ㅣ 수정 : 2016.01.2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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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부터 세계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26~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세계는 다시 재닛 옐런 연준의장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출처=포브스닷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6~27일(현지시간) 예정돼 있다. 지난해 12월 9년 6개월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후 맞는 새해 첫 FOMC인데다, 연초부터 중국발(發) 쇼크와 미국 동북부를 강타한 기록적 한파로 글로벌 시장이 요동을 친 뒤여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미국경제의 회복을 자신한다면서 호기롭게 금리를 올렸으나 지금은 사정이 크게 변했다. 중국발 쇼크로 세계경제가 얼어붙어있다. 미국도 중국악재 여파로 연초 증시가 작년말 대비 7%나 급락했다. 유럽과 일본은 경기회복을 위해 돈을 더 풀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미국이 ‘나홀로 긴축’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각에선 기록적 한파로 인해 FOMC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보도(마켓워치 22일자)도 나오고 있다. 정상대로 열린다면 연준은 27일 오후2시(한국시간 28일 오전 4시) FOMC 결정문을 발표한다.

작년 12월과 한 달새 확 바뀐 시장분위기

미 연준이 지난해 12월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한 배경에는 두 가지 자신감이 깔려있었다. 재닛 옐런 연준의장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언급했던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그것.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이 작년말을 전후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물가상승률이 기대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우세해졌다.

옐런 의장은 지난해 12월 16일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한 FOMC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2016년에는 4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이 2016년에 경기후퇴에 빠질 확률은 10%정도라고 진단한 바 있다.

옐런 의장이 우려한 10%의 확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연준 위원들도 물가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 작년말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세계경제 전반에 깊은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출처=비지니스파이낸셜포스트닷컴]


지난해 연준이 목표했던 물가상승률은 2%였다. 하지만 실제는 1.3%에 그쳤다. 주된 원인은 국제유가 폭락이었다. 배럴당 22달러선(두바이유 기준)까지 떨어져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가격으로 되돌아 간 국제 유가가 전세계에 디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서향미 연구원은 25일 보고서를 통해 “1월 FOMC에서 금리 동결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망했다. 서 연구원은 또 “미국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라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하향세를 보여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세계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국경제가 최근들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연준으로서는 부담스럽다. 중국경제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9%에 머물렀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 아래로 내려간 것은 1990년 3.8%이후 25년만의 ‘사건’이다.

이른바 '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고속 성장 시대가 막을 내린 셈이다.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1분기 7.0%, 2분기 7.0%, 3분기 6.9%, 4분기 6.8%로 내림세다. 특히 4분기 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6.2%) 이후 거의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세계경제는 새해들어 8000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출처=브레이트바트닷컴]


이로 인해 중국증시는 새해 벽두부터 서킷 브레이커(주가가 급등락할 때 일시적으로 거래를 정지시키는 제도)가 네 번이나 발동되며 상하이종합지수가 1월에만 지난 22일 기준으로 622.62포인트(17.59%) 하락했다.

이는 지수가 만들어진 1990년 이후 역대 6번째 큰 월간 낙폭이다. 1월 하락률은 역대로는 11번째로 작년 7월 하락률 14.34%를 넘어섰다. 1월 하락폭과 하락률은 모두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2009년 이후로는 최대였고, 이 기간 시가총액이 1조달러 이상이 시장에서 증발했다.

국제유가도 이란의 국제무대 복귀로 인해 공급량이 더 늘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배럴당 30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다. 두바이유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배럴당 22.83달러까지 내려갔다. 이는 12년9개월만의 최저치다. 브렌트유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32.35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32.19달러로 각각 거래를 끝냈다.

유럽과 일본, 중국은 긴축 대신 돈 더 풀기로

미국이 지난해 긴축기조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과 달리, 유럽은 양적완화(시중에 돈을 풀어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 정책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역시 추가 양적완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이미 4000억 위안(73조원)을 시장에 공급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필요하다면 더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 일본은 미국의 긴축기조와 상관없이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출처=블룸버그뷰닷컴]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줄곧 저금리기조를 고수해온 ECB(유럽중앙은행)는 조만간 추가부양에 나설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올 3월 회의에서 추가 부양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초부터 중국쇼크와 일본 금융시장의 하락으로 세계경제가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추가 양적완화론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목표로 내세웠던 2% 물가상승률 달성이 어려워진데다 그동안 일본 수출을 지탱했던 엔저가 엔고로 바뀌는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지언론들은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열리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적인 금융완화 문제가 신중하게 논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21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최근의 시장 혼란이 경기나 물가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 "계속해서 충분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2% 상승 목표의 달성에 필요하다면 "주저없이 정책 조정을 할 것"이라고도 말해 추가적인 양적완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 연립여당에서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과로 인식돼 온 주가상승이, 최근 금융시장 혼란 과정에서 흔들리자 추가적인 양적완화에 나서야하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좀더 강하게, 또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중국경제가 약세를 보이자 국제 투기세력들이 홍콩외환시장에서 위안화를 공격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대한 경계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앞서도 중기자금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등을 통해 총 6000억 위안(110조 4000억원)의 중기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민은행은 이달 들어 다양한 형태의 대출을 통해 순공급한 유동성이 1조위안(184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3년 1월 이후 최대치다.

이미 올리겠다고 말은 해놨는데…미 연준의 고민

미 연준이 곤혹스러워하는 일은 또 있다. 미국 동부해안지역을 강타한 눈폭풍이다. 1997년이후 18년만에 등장한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미국은 현재 한파와 폭설과 싸우고 있다. 이미 수도인 워싱턴DC를 비롯해 뉴욕, 뉴저지 등은 기록적인 눈폭풍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하도 강력해서 스노마겟돈(스노우와 아마겟돈의 합성어), 스노질러(스노우와 고질라의 합성어) 등으로 불리는 이번 눈폭풍은 20여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AFP는 눈폭풍으로 인해 최소 2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고, CNN은 최소 1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6명), 버지니아주(3명), 켄터키주(1명), 메릴랜드주(1명), 뉴욕시(3명), 워싱턴(1명) 등에서 사망 사건이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은 CNN이 보도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 아직 눈폭풍과 죽음이 연결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 워싱턴DC와 뉴욕등 미국 동부를 강타한 눈폭풍으로 지난 24일 뉴욕일대 도로가 아수라장으로 변해있다. [출처=유투브닷컴]


경제적 피해는 이보다 더하다. 현재 눈폭풍 영향권에 있는 주민은 8500만 명으로 미국민의 4분의 1에 달하고 있다. 특히 미 재난 당국은 이번 눈폭풍으로 최소 10억 달러(1조20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 뿐 아니라, 향후 경제에 미칠 나쁜 영향이 더 우려되고 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자연재해는 엄청난 경제적 피해로 인해 경제성장률을 위축시키곤 했다.

특히 날씨변화는 일자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날씨가 따뜻할 수록 건설경기 등이 살아나 일자리가 늘어나는 반면, 한파와 눈푹풍이 몰아닥친 해는 건설관련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있다.

실제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014년과 지난해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눈 폭풍에 발목을 잡혔다. 2014년 미국 중서부를 강타한 한파로 미국의 1분기 GDP는 0.9%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지난해 역시 눈폭풍으로 인해 1분기 성장률이 0.6%에 그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는게 지배적 시각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이번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발표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등 상당수 연준 위원들도 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부인했다. 문제는 과연 긴축기조까지 바뀔 가능성이 있느냐이다. 미국을 제외하곤 모두 ‘예스’를 외치고 있는데 미국 혼자 나홀로 ‘노’를 외칠 수 있을지는 당장 26일부터 시작되는 FOMC가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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