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중국발 쇼크에 놀란 미국, 금리동결로 답했다

정승원 기자 입력 : 2016.01.28 11:50 ㅣ 수정 : 2016.01.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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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부터 세계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금리동결을 발표했다. [출처=밸류워크닷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새해 처음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수가 예상한 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미국경제의 회복을 자신하며 호기롭게 금리를 올렸던 자신감은 많이 사라졌다. 연준은 오는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놨으나 시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세계경제가 지난해 12월에 비해 크게 악화됐고 무엇보다 중국발 쇼크가 전세계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기대치를 벗어나지 않은 연준

연준은 27일(현지시간) FOMC 성명서에서 기준 금리를 현행 0.25%~0.5%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경제·시장 여건이 미국 경제에 미칠 여파를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종전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장기전망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그대로 고수했다. 미국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일자리도 증가하고 있다며 물가상승률 또한 점진적으로 높아져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단기적으론 미국경제가 지난해 말부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물가상승률 또한 당분간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은 당초 올해 4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1~2차례 금리인상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주목할 것은 연준이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언급했던 '리스크의 균형(balance of risks)'이라는 문구가 이번에는 실종됐다는 점이다. '국내와 국제 동향을 볼 때 경제활동과 노동시장 전망에 미치는 위험은 전반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연준의 이런 시각변화는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아진데 따른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 미국경제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가상승률이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처=인디애나퍼블릭미디어오알지]


또한 가계 지출과 기업들의 투자 증가가 '강세(Strong)'를 보일 것이란 낙관론에서 한발 물러나 '보통(moderate)'으로 수정했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세계금융시장 혼돈과 미국 동북부지역을 강타한 눈폭풍의 여파로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상당히 고무된 반응이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지난달의 강력한 고용보고서를 비롯한 최근의 노동시장 지표들이 고용시장의 추가 개선을 알리고 있다"면서 "노동시장이 더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1년전부터 금리인상과 관련해서 두 가지 기준을 제시했었다. 실업률과 물가다. 이번 FOMC 성명서에서 볼 수 있듯이 실업률은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물가는 연준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국제유가다.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로 인해 공급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돼 국제유가는 연초부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FOMC가 성명서에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낮게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부분적으로 추가적인 에너지 가격 하락 때문이다”란 문구를 집어넣은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결국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연2%)에 도달하지 못하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는데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물론 ‘중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2%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을 바꾸지는 않았다. 실업률이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어느 정도 목표치에 도달하면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다.

■  ‘나홀로 긴축’ 기조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

지난해 12월 금리인상을 단행했을 때는 옐런 의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이번에는 이마저도 생략했다. FOMC 명의의 성명서가 전부였다. 딱히 부가적으로 설명할 내용이 없다는 뜻이지만 현지언론들은 연준의 난감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옐린 의장은 지난해 12월 16일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한 FOMC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2016년에는 4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2016년에 경기후퇴에 빠질 확률은 10%정도라고 언급했다. 10%의 확률은 그저 연준이 빠져나갈 구멍 정도로 인식됐고, 연준은 예정대로 올해 4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데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동의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옐런 의장이 우려한 10%의 확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발 쇼크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공포가 연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연준이 목표했던 물가상승률은 2%였다. 하지만 실제는 1.3%에 그쳤다. 주된 원인은 국제유가 폭락이었다. 지난주 한때 배럴당 22달러선(두바이유 기준)까지 떨어져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가격으로 되돌아 간 국제 유가가 전세계에 디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는한 수요가 크게 늘 것 같지 않다. 더욱이 매장량 기준 세계 4위의 이란이 국제사회로 복귀한 것도 국제유가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경제의 동력 역할을 했던 중국경제가 최근들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연준으로서는 부담스럽다. 중국경제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9%에 그쳐 1990년 1990년 3.8%이후 25년만에 7%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4분기 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6.2%) 이후 거의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증시는 올들어 줄곧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말 3539.10에서 28일 오전 현재 2735.56으로 803.62포인트(22.7%) 하락했다. 1월 하락폭과 하락률은 모두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2009년 이후로는 최대였고, 이 기간 시가총액이 1조3000억달러 이상이 시장에서 증발했다.

연준으로서는 최근의 시장동향이 곤혹스러울 것이다. 지난해 미국이 금리를 올린 것과 달리 세계는 여전히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경기는 회복세는 커녕 오히려 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꿋꿋하게 ‘나홀로’ 긴축기조를 이어가기는 어렵다. 결국 미국은 당분간 세계경기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시기가 조만간 올지는 현재로선 매우 부정적이다.

<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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