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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에선(803)

“7월이 무섭다” 만화 한 권이 불러온 예언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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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5.30 02:29 ㅣ 수정 : 2025.05.30 02:29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예언해 화제가 됐던 만화 때문에 일본인들 사이에 7월 대재앙설 급속도로 퍼지면서 두려움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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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7월 대재앙 공포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이런 게 사실일 리는 없겠지만, 마음이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네요.”

 

도쿄 신주쿠의 한 대형 서점 앞. 30대 일본인 여성 오오타 씨는 ‘내가 본 미래’ 완전판을 손에 든 채 불안해 했다. 그녀가 고른 책은 다쓰기 료 작가가 1999년 출간한 만화로, 동일본대지진을 비롯한 굵직한 사건들을 예지한 것으로 알려지며 최근 SNS와 유튜브를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이 만화가 “2025년 7월, 진짜 대재앙이 온다”고 경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괴담은 흔들림 없는 이성보다 빠르게 퍼진다. 특히 ‘과거 예언이 맞아떨어졌다는 믿음’이 붙으면 무섭도록 빠르다. 일본 사회는 지금 그 공포의 물결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NHK방송에 따르면 5월 들어 일본 북동부 지역, 특히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과 겹치는 도호쿠 지방을 중심으로 호텔 예약 취소가 늘어나고 있다. 홍콩, 대만 등 중화권 관광객 사이에서 “7월엔 일본을 피하라”는 괴담이 퍼졌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일본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홍콩 저비용항공사인 ‘그레이터베이항공’은 오는 10월까지 일본 센다이, 도쿠시마 노선의 운항을 감편한다고 발표했다. 여행 수요가 급감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도쿄 인근 여행사 관계자 역시 “7월을 피해서 일정을 조정해달라는 문의가 실제로 들어오고 있다”며 “예언을 단순한 놀이로 넘기지 않는 분위기가 점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내가 본 미래’는 다쓰기 료 작가가 자신이 꾼 예지몽을 바탕으로 만든 만화다. 초판 당시에는 고베 대지진, 엘비스 프레슬리 사망 등의 사건이 이미 지나간 예언이어서 ‘신뢰성’ 논란이 있었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실제 발생하면서 뒤늦게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2021년 작가는 20년 만에 완전판을 출간하면서 “2025년 7월, 전 세계를 덮는 대재앙을 꿈에서 봤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책 띠지에도 “진짜는 2025년 7월에 온다”는 문장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신주쿠의 대형서점 기노쿠니야 측은 “최근 2주 사이 이 책에 대한 문의가 두 배 이상 늘었고, 일부 지점에서는 품절 현상까지 벌어졌다”고 밝혔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괴담이 지나친 불안 심리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도쿄대 사회심리학과 이토 교수는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키며, 특히 ‘과거에 맞춘 예언’은 사람들의 믿음을 쉽게 정당화한다”며 “집단적 심리 불안을 통해 행동 변화까지 유발하는 것은 매우 전형적인 괴담의 확산 메커니즘”이라고 지적했다.

 

7월 대재앙과 관련한 일본인들의 불안심리가 극도로 커지자 작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작가 다쓰기 료는 “만화는 어디까지나 만화일 뿐”이라며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지금 일본 사회는 실제 재해보다 앞서 ‘심리적 대지진’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예언 하나가 불안을 키우고, 그 불안이 실질적인 경제·사회적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오는 7월, 일본에 진짜 지진이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공포’라는 이름의 지진이 진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진원지는 놀랍게도 한 권의 만화책이다.

 

 

cswon1001@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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