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기자 입력 : 2025.05.25 12:00 ㅣ 수정 : 2025.06.10 06:31
민주당, 주 36시간짜리 4.5일제 도입 추진 국민의힘, 주 40시간 근무하는 4.5일제 제안 근로자, 근로 시간 감축 통한 제도 변경 선호 경영계, 생산성 감소 우려해 주5일 유지 희망
6월 대선을 앞두고 주 36시간 짜리 4.5일제 공약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왼쪽)와 유연근무제 강화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6월 대선을 앞두고 '주4.5일제'가 정치·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빅 2 후보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근로 시간을 줄인 4.5일제 시행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국민의힘은 주 40시간을 준수하는 4.5일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직장인은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한 주4.5일 제도를 환영하는 반면 경영계에서는 생산성 감소를 우려해 이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주 4일 동안 8시간씩 근무하고 금요일 등 하루는 4시간 일하는 방식으로 주 36시간짜리 4.5일제를 실시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난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TV토론에서 주4.5일 제도에 대해 "임금 감소가 없이 4.5일제로 가야된다. 앞으로 우리가 점진적으로 타협을 통해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4월 30일 자신의 SNS에서 "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중 여섯번째로 높은 1872시간을 기록했다. 이는 OCED 평균 노동시간 1742시간 대비 100시간 가량 많은 것이다.
또, 민주당은 주52시간제에 대해서는 상한을 48시간으로 줄이고 근무시간 단축을 법제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6·3 대선 근로시간 부문 공약 비교 [표=박진영 기자]
국민의힘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은 4시간만 근무하는 4.5일제를 제안했다. 노동 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이 아닌 주 40시간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월14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금요일에 4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하는 주4.5일제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국민의힘은 근로시간 단축 없는 4.5일제 운영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주4.5일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40시간은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우리나라의 낮은 노동생산성에 기반한다. 지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53.3달러(약 7만3100원)로 OECD 38개국 가운데 33위에 머물렀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노사합의 기반으로 주 52시간제를 실시하고,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주 4.5일 제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으나, 이를 유연근무제의 안착을 위한 좋은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 직장인·청년 구직자 대부분 근로 시간 줄인 4.5일제 선호 VS 경영 부담 호소하는 경영계는 '불안'
직장인들은 실제 노동시간을 단축한 주 4.5일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사회단체인 '주 4일제 네트워크'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10일부터 17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직장인의 58.1%는 주4.5일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근무 시간을 주 36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에 대한 지지가 66.8%로 높게 나타났다.
주4.5일 제도는 특히 청년 세대의 호응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학사 캐치가 23일 발표한 '주4.5일제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 구직자 1630명 가운데 84%는 '주4.5일 제도가 입사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주 4.5일제의 성공적인 운영 조건으로는 '연봉 삭감이 없는 운영'이 62%로 높게 나타났으며, 수용 가능한 연봉 삭감의 범위는' 5%까지'가 44%로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총 7일간 온라인에서 진행됐다.
김정현 캐치 본부장은 "주 4.5일제 도입 시 연봉과 업무 강도, 운영 방식 등 현실적인 요소들이 사전에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진학사 캐치가 Z세대 구직자 16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4%가 입사 결정에 주 4.5일제 도입이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Z세대 구직자 10명 중 6명은 연봉 삭감 없는 4.5일제 도입을 선호했다. [사진=진학사 캐치]
반면, 경영계는 법정 근로시간을 줄이며 주 4.5일제를 시행하는데 반대하고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주 4.5일제가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근로 시간문제는 노사 합의를 통해 기업이 자율성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경총은 지난 14일 '주요 노동 현안에 대한 경총 입장'을 발표하고, 주 4.5일제 도입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경총은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상황에서 법정 근로 시간만 단축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며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와 유연근무제 실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등을 통해 노사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주4.5일제 도입이 6월 대선 바람을 타고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어, 현재보다 더 많은 기업이 주 4.5일제를 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포스코와 SKT가 주 4일제 근무를 격주로 실시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월 1회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에서는 우아한청년들‧휴넷 등이 주 32시간제를 도입했다.
또, 6월 대선 이후 주4.5일제를 확산하기 위해 '법제화 과정', '업종별 근로 시간 차별화 전략', '노동 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향상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