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쇼크 ①] 이스라엘-이란 전면전 조짐에 유가 배럴당 130달러 공포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6.16 00:49 ㅣ 수정 : 2025.06.16 00:49

이스라엘의 기습공격에 이란 미사일 보복공격에 나서면서 전면전 위기 고조에 국제유가 하루만에 7% 이상 껑충, 일각에선 전면전 현실화할 경우 유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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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에 준하는 무력 충돌이 시작되며 국제 에너지 시장에 거대한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원유 거래 시장은 순식간에 반응했다. 공습 직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7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7.0% 상승했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은 7.3% 급등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일일 상승 폭이다. 일각에선 양측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경우 배럴당 13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위기로 인한 시나리오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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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정유시설이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은 그간 반복돼온 사이버 공격과 비공식적 군사 개입의 선을 넘어선 양상이다. 이스라엘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드론 공격을 이유로 테헤란 인근의 핵시설을 공습했고, 이란은 즉각 미사일 보복을 감행했다. 중동의 오랜 갈등이 단순한 국지전이 아닌 국가 대 국가 간 정규전으로 전환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에너지 공급망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국제유가는 그야말로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상호보복과 관련한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극단화될 경우 유가가 단기적으로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산 원유의 30% 이상이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가 상승세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란은 자국의 주요 석유 수출 통로인 이 해협을 “군사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며 위협했고, 이에 맞서 미국은 해군 제5함대를 동원해 해협 주변의 수송로 방어에 나섰다.

 

런던에 본사를 둔 에너지 분석 기관 에너지 애스펙트의 선임 분석가 아멜리아 리치는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되지는 않더라도, 이 지역을 통과하는 유조선 보험료와 운임이 급등하고 있어 공급망 차질은 이미 시작됐다”고 전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 공포심’이 유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보다는 ‘공급 가능성의 불확실성’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에너지시장 전문지 오일프라이스닷컴은 “2008년 금융위기 전후 배럴당 147달러를 기록한 이후, 이번이 가장 실질적인 유가 폭등 리스크”라며 “단기적으로는 투자 심리와 투기적 자본 유입까지 더해져 유가는 급등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6월 월간 보고서에서 “비상 비축유를 동원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 원유 시장은 하루 약 30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이미 비상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에너지부(DOE)는 전략비축유(SPR)의 일부 방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미국의 SPR은 약 3억7000만 배럴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1억8000만 배럴을 방출한 이후 크게 줄어든 상태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CSIS의 에너지 전문가 제이슨 보드만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서 SPR 방출은 단기적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전쟁에 따른 시장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외교적 해법이 병행되어야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유국 연합체 OPEC 플러스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양국 모두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입장이라 즉각적인 증산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OPEC 플러스가 조만간 비상회의를 소집해 ‘부분 증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압박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중동 전문가인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의 라힘 나자피 교수는 “이번 전쟁은 사우디에게도 양날의 검”이라며 “유가 상승으로 수익은 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OPEC의 행보는 매우 신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확대 가능성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닌, 글로벌 에너지 체계의 불안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미국의 대응 카드 한계, OPEC 플러스의 미온적 입장까지 맞물리면서 국제유가는 한동안 고공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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