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10) 사이판에서 다이빙④ 화려한 열대 물고기와 육중한 매가오리를 함께 즐겨
두 번째 다이빙 마치고 사이판 관광, 2차대전 당시 격전지 타포차우산 방문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두 번째 다이빙을 마치고, 다음날은 또 자동차를 빌려서 사이판 섬을 한바퀴 둘러봤다. 이날은 사이판 섬에서 가장 높은 ‘타포차우’산에 올라갔다. 고도는 약 500미터. 정상에 오르니 구름이 많이 끼어 있어서 사이판이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2차 대전 당시 사이판은 북마리아나 제도의 섬이자 전략적 요충지였는데 당시 미군이 일본 본토를 폭격하는데 가장 가까운 위치라 비행장을 건설하기에 알맞았다. 따라서 당시 사이판을 두고 미국과 일본군의 격렬한 전투가 있었고, 타포차우산 역시 사이판에서 가장 높은 고지를 점령하려는 양측의 전투가 치열했던 곳이다. 우리는 자동차를 타고 쉽게 올라갔지만, 군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 당시 공격하던 미군이나 방어하던 일본군이나 그 지형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잠시 후에 북쪽을 제외하고는 구름이 걷혀서 사이판 섬을 잘 볼 수 있었다. 섬 전체가 한 손 안에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친구와 같이 정상에 서서 사이판을 천천히 둘러 보았다. 다이빙 포인트나 마을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사이판의 맑은 공기와 푸른 바다를 한껏 가슴에 담아두고 산을 내려왔다.

기부금 내고 들어간 사이판역사박물관서 원주민 풍습 배워
사이판 체류 기간 중 다이빙은 3일만 했다. 필자는 매일 하고 싶었지만, 친구는 아직 초보라 매일 하는 것이 무리인 것 같았다. 그래서 매일 스케줄을 바꾸면서 지냈는데, 하루는 사이판 역사박물관을 가봤다. 여행을 가면 그곳의 역사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평소 생각이다. 관광용 지도를 보면서 물어물어 겨우 갔는데, 처음에 가니 문이 닫혀 있었다.
한 30분 정도 인근 지역을 구경하다가 혹시나 하고 가보니 문이 열려있다. 입장료는 아니고 기부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기에 약간의 기부금을 내고 들어갔다. 그곳 직원이 우리한테 친절하게 전시 내용을 설명해준 덕분에 2차 대전 전후의 사이판 상황과 그 이전의 사이판 원주민 풍습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사이판에서 세 번째 다이빙은 보트 다이빙 선택
몸길이 180센티인 매가오리 가족의 유영은 감동적
사이판에서의 세 번째 다이빙은 서쪽 해안에서 보트 다이빙을 했다. 기상 상태 때문에 비치 다이빙은 안되고 보트 다이빙만 가용하다고 한다. 다이빙은 난파선 포인트, Eagle Ray(매가오리) 포인트, B-29 잔해 포인트 등 세 군데에서 했다. 컨디션을 회복한 친구는 사이판에서 두 번째이자 마지막 다이빙을 준비하면서 첫 날보다 향상된 모습을 보여 주겠다며 자신감에 차 있었다.
세 번째 다이빙한 날은 오랜만에 해가 쨍쨍한 날이었다. 사이판에 와서 절반은 구름이 끼고 비가 흩날리는 날이었다. 처음에는 흐린 날씨가 싫었는데, 막상 해가 반짝 뜨니 햇빛이 뜨거웠다. 비로소 흐린 날이 좋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반면에 사진은 아주 상쾌한 색상으로 잘 나왔다.

난파선 포인트는 수중 시정이 매우 양호했고, 난파선 주위로 각양 각색의 물고기들이 많이 지나 다녔다. 수중 시정도 좋고, 조류도 없고, 다이빙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친구도 본인의 자신감 이상으로 물속을 날아(?) 다니고 있었다. 벌써 중성부력에 익숙해졌나 싶을 정도였다.
난파선 포인트를 마치고 수면 휴식 후에, Eagle Ray(매가오리) 포인트로 이동했다. 이곳은 아쉽게도 수중 시정이 다소 흐렸다. 약 10 m 정도 수심에서 강사가 정지하더니 가만히 어느 한 곳을 집중하고 있다. 무언가가 있다는 동작이다.
어느 순간 희미한 실루엣이 점점 우리 앞으로 다가오다가 갑자기 그 형태가 뚜렷이 나타난다. 말로만 듣던 Eagle Ray 이다. 호흡기를 물고 있었지만 입에서 저절로 함성이 튀어 나왔다. 몸 길이가 180센티에 이른다는 Eagle Ray는 가족 단위로 행동하며 수줍음을 많이 탄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 가까이 오지 않고 우리와 거리를 두며 유영하고 있었다.

약 15분 동안 Eagle Ray를 관찰하며 촬영했다. 시야가 다소 흐린 만큼 만족한 사진은 얻지 못했지만, 여러 마리가 유유히 유영하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거북이가 유영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Eagle Ray가 떠나고 우리는 그 주변에서 또 다른 수중 생물을 관찰하며 20 여분을 더 수중에서 머무르며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다음에 계속)

- 최 환 종 (崔 桓 種) -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예비역 공군 준장, ▲공군사관학교(전자공학), ▲한양대 대학원(전자공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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