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4.11.26 08:23 ㅣ 수정 : 2024.11.26 08:23
기준금리 인하 반영 예금금리 줄줄이 내렸지만 연말 긴축 완화 속도 조절 가능성에 제동 걸려 여전히 높은 대출금리에 예대금리 관리도 부담 고점인식에 연말까지 막차 탑승 수요 이어지나
시중은행 ATM.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본격화한 은행권 수신금리 하락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중앙은행의 긴축 완화가 속도 조절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데다, 가계대출 금리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다.
26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3.35~3.42%로 집계됐다. 지난달 기준 이들 은행이 실제 취급한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평균금리는 연 3.34~3.35% 수준이다.
이는 각 은행의 주력 정기예금 금리로, 여타 상품의 경우 금리 하락세가 시작됐다. 지난달에만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일부 수신 상품의 금리를 최소 0.05%포인트(p)에서 최대 0.55%p 하향 조정했다. 국민은행도 지난 13일 예·적금 상품 금리를 0.10~0.25%p 내렸다.
은행권은 시장금리 하락분을 반영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완화 기대감으로 채권금리가 떨어지면서 수신금리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부분 은행의 수신금리 인하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연 3.25%로 인하한 지난달 11일 전후로 이뤄졌다.
다만 은행들의 이 같은 수신금리 인하 움직임은 지속력을 잃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데다 내수 부진, 가계부채 관리 등의 영향으로 이달 국내 기준금리가 동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8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개최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사실상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하 명분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내년 1월 16일인 걸 고려하면 적어도 올 연말까지 은행권 수신금리 하락세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수신금리 산정에서 기준금리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맞지만 은행별로 정한 자금조달 계획이나 채권금리 추이에 따라서도 바뀔 수 있다”며 “일단 예·적금에도 만기별로 다양한 상품이 있고, 은행채 지표도 여러 개가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 결과를 지켜보고 수신금리도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시장금리 하락분을 대부분 수신금리에만 반영한 점도 부담이다. 대출금리의 경우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오히려 높여 잡았다. 금리가 올라가면 차주의 원리금(원금+이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출 문턱도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다만 고객에 내주는 이자가 줄어드는 상황에 걷어 들이는 이자만 늘어나는 결과가 나오면서 ‘이자 장사’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지난 9월 취급한 가계대출(정책서민금융 제외) 예대금리차는 평균 0.73%p로 전월(0.57%p) 대비 0.16%p 늘었다. 지난 7월(0.43%p)과 비교하면 0.30%p 확대된 수치다. 예대금리차는 은행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격차로, 수치가 클수록 마진(이익)이 많이 남는다는 걸 의미한다. 10월 통계의 경우 수신금리 인하분까지 반영돼 예대금리차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하 움직임이 주춤하면서 이른바 ‘막차 탑승’ 수요도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다시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일 게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일 때 상품에 가입하기 위함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42조133억원으로 전월 대비 11조5420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은행권 정기예금 전망에 대해 “금리 고점 인신에 따른 막판 수요로 증가했던 정기예금은 금리 인하 현실화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공존하면서 둔화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