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X’ 스타트업 (10)] ‘헤리터블 애그리컬처(Heritable agriculture)’, AI로 식물을 프로그래밍하다!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5.04.17 00:30 ㅣ 수정 : 2025.04.17 00:30
[기사요약] ‘헤리터블 애그리컬처’, 2025년 초 구글 문샷 프로젝트에서 분사하며 농업 혁신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 AI로 유전자 쇼핑, ‘우리 밭에 딱 맞는 농작물’ 생산 가능케 해.. 글로벌 농기업과 협력한 딸기, 소나무 품종 개량 프로젝트로 기술력 입증 당면과제 - AI 모델의 정확도 향상,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기존 농업 시스템과의 통합 등
최근, 인공지능(AI)이 제조, 의료, 금융, 교육, 농업,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X’로 불리는 이 융합을 선도하는 주역은 바로 AI 스타트업들이다. 이들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기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며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 시리즈에서는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AI 스타트업들의 혁신 사례와 프로젝트를 조명한다. <편집자 주>
[출처=newzchain]
[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인류 생존에 필수인 농업은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전통적인 농업 방식은 생산성 향상과 지속 가능한 발전 사이에서 끊임없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공지능(AI)과 유전자 분석 기술을 융합해 농업 혁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바로 구글의 사내 벤처 조직인 X에서 독립한 '헤리터블 애그리컬처(Heritable Agriculture)'다.
헤리터블 애그리컬처는 구글의 사내 벤처 조직인 X(문샷 팩토리)에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발전해 2025년 초 독립법인으로 분사하며 출범했다. X는 기존의 한계를 넘는 기술로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려는 조직으로, 헤리터블 애그리컬처는 그 철학을 농업에 적용하고 있다.
창업자이자 CEO인 브래드 잠프트(Brad Zamft)는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게이츠 재단과 생명공학 스타트업 TL Biolabs의 경력을 바탕으로 구글 X에서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그는 생산성 저하, 영양 불균형, 기후 변화 등 농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와 생명공학의 융합을 시도했다.
X, 즉 Moon shot Factory에서 시작한 헤리터블 애그리컬처는 작물을 개량하고 전 세계에 지속 가능한 식량을 공급한다. [출처=m.andnowuknow]
이 회사의 비전은 “식물을 프로그래밍 가능하게 만든다”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이들은 AI 기반 생명공학 플랫폼으로 작물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수확량 증대, 병충해 저항성, 기후 적응력 강화 등의 목표를 추구한다. 더 나아가 종자 개발 주기를 단축하고 농업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다양하며 영양가 높은 글로벌 식량 시스템 구축을 지향한다.
현재까지 약 1만4천개의 작물 데이터를 학습시켜 정밀한 작물 성능 예측이 가능한 AI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유전자 발견, 유전자 편집 설계, 환경 적응성 예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직원 수는 5명으로 소규모이지만, FTW Ventures와 구글 등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가진 혁신기술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아보자.
• 혁신기술 1 - AI 기반의 똑똑한 유전자 쇼핑
헤리터블 애그리컬처는 방대한 양의 식물 유전체 데이터를 AI를 활용해 분석한다. 이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원하는 특정 기능이나 성능을 가진 제품을 검색하는 것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특정 기후 조건에서 잘 자라는 능력, 특정 질병에 대한 저항성, 혹은 높은 영양 성분 함량과 같은 원하는 ‘능력’을 가진 유전자 조합을 AI가 찾아주는 것이다.
과거에는 육종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교배와 선발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헤리터블 애그리컬처의 AI는 어떤 유전자 조합이 최적의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해 육종 과정을 혁신적으로 단축하고 효율성을 높인다.
[출처=agrospectrumasia]
• 혁신기술 2 - 유전자 가위로 정교하게 디자인하는 농작물
AI가 찾아낸 ‘능력’ 있는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헤리터블 애그리컬처는 ‘크리스퍼(CRISPR)’와 같은 정밀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다.
이는 마치 디지털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에서 특정 부분을 섬세하게 수정하는 것과 같다. 식물의 DNA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정확하게 교체, 삽입 또는 제거해 특정 형질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형질을 부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해충에 약한 작물의 유전자를 편집해 해충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거나, 특정 비타민 함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영양가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이 기술은 기존의 무작위적인 유전자 변형 기술보다 훨씬 정교하고 예측 가능하며 안전하게 작물을 개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출처=n24]
• 혁신기술 3 - 우리 밭에 딱 맞는 작물을 키운다!
헤리터블 애그리컬처는 AI가 특정 지역의 기후 패턴, 토양 특성, 그리고 흔한 병충해 발생 정보와 같은 환경 데이터를 분석해 각 농장의 조건에 가장 적합한 농작물을 개발할 수 있다.
마치 맞춤형 옷을 제작하는 것처럼, 각 농장의 고유한 환경에 최적화된 씨앗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조한 지역에서는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 잘 자라는 옥수수 품종을 개발하거나, 특정 토양에서 영양분 흡수율이 높은 콩 품종을 개발해 농부들이 더욱 안정적으로 높은 수확량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농약이나 비료 사용을 줄여준다.
• 딸기, 소나무 품종 개량 등 실제 사례로 기술력 입증
헤리터블 애그리컬처의 혁신적인 기술은 이미 실제 농업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딸기 품종 개량 프로젝트이다. 헤리터블 애그리컬처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육종 회사인 Consorzio Italiano Vivaisti (CIV), 그리고 북미 최대 규모의 온실 채소 재배 기업 중 하나인 Paul J. Mastronardi와 파트너십을 맺고 온실 및 수직 농장 환경에 최적화된 딸기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이 협력으로 헤리터블 애그리컬처의 AI 기반 예측 모델은 딸기의 수확량 증가, 맛 개선, 저장 기간 연장 등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andnowuknow]
또 다른 사례로, 소나무 품종 개량 연구를 들 수 있다. 식량 작물뿐만 아니라, 헤리터블 애그리컬처는 세계적인 묘목 생산 기업인 ArborGen과 협력해 목재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로블로리 소나무의 품종을 개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초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헤리터블 애그리컬처의 AI 기술은 전통적인 육종 방식에 비해 소나무 품종 개량에 소요되는 시간을 약 50% 단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임업 분야의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AI 모델의 정확도 향상,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기존 농업 시스템과의 통합 등은 당면과제
헤리터블 애그리컬처는 AI와 생명공학 기술의 융합으로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직면한 기후 변화, 식량 안보 위협, 그리고 환경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이 농업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AI 모델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데이터 확보 및 실험,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및 규제 확립, 그리고 기존 농업 시스템과의 원활한 통합 및 농부들의 적극적인 수용 등이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도 필수적이다.
[출처=machingo]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리터블 애그리컬처는 AI와 생명공학의 융합이라는 혁신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농업이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식량 안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