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실록<3부>, 초현실 비상계엄 (45)] 헌법재판관의 송곳질문 vs 윤석열의 거짓말
민병두 입력 : 2025.04.24 15:52 ㅣ 수정 : 2025.04.26 06:26
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인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국회는 2024년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재적 의원 300명 중 204명 찬성으로 가결하고 사건을 헌법재판소에 접수했다. 헌재는 총 11차례 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2025년 1월 14일 첫 변론기일부터 2월 20일 10차 변론기일까지 국무총리, 군, 경찰, 전직 국정원 관계자 등 16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한 행위의 위헌성, 포고령 선포 절차의 불법성,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침탈한 행위, 선관위 침입 행위, 정치인 및 법관 체포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증인들의 진술을 들었다. 사실 여부와 그 사실의 위헌성이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위헌성이 있더라도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헌법 위배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가 재판의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2월 25일 마지막 변론기일에는 양측의 최후 진술을 들었다.
2024년 10월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인의 임기가 만료되었다. 22대 국회에서는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국무위원 탄핵 사건을 다룰 헌법재판관의 구성이 중요해졌다. 민주당은 의석 수에 비례하여 민주당이 2인, 국민의힘이 1인을 추천할 것을 주장하였다. 국민의힘은 여 1, 야 1, 여야 합의 1로 하자고 팽팽하게 맞섰다.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며 헌법재판소가 2024년 10월부터 재판관이 6인 밖에 남지 않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7인 이상의 심리를 규정한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탄핵 심판이 멈춰섰다.
12월 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여야의 합의 없이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했다. 한덕수는 국회에서 탄핵되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가 조한창(국민의힘 추천)과 정계선(민주당 추천)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은혁(민주당 추천) 후보자는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헌법재판소 마비 사태는 일단 피했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선거에서 승리한 이를 선관위에서 당선증을 주는 것과 매 한가지다. 그런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 중에 2인만 선택함으로써 형식적인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한 점이 문제가 되었다. 명백한 삼권분립 위배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보수 기득권자들의 내란 동조 행위는 정당 군 검찰 경찰 곳곳에서 계속되었다. 윤석열 하나만 사라진다고 나라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심지어 한덕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기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직에 복귀하자마자 임기 종료로 궐위가 된 문형배 이미선의 후임을 임명하는 권한 밖의 행동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의 행위가 파면사유에 해당되는지 쟁점을 다섯가지로 압축하고 심리와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1. 비상계엄 발동이 헌법상의 요건에 부합하는가
2. 계엄포고령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것인가
3. 계엄 해제 권한을 가진 국회 봉쇄, 계엄군의 국회 침입이 윤석열의 지시인가
4.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점거 및 서버 탈취는 적법한 행위인가
5. 정치인, 법관 체포 및 구금 지시는 누가 왜 했는가
위 쟁점들 중에서 단 하나라도 중대한 위헌 행위가 인정되어 6명 이상의 재판관이 탄핵소추를 인용하면 윤석열이 파면된다.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서 인용이 될 경우 만장일치를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근혜 탄핵 심판때도 8명 만장일치를 택했다.
헌법재판관은 16명의 증인들을 상대로 직접 질문을 했다.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이미선 재판관이 열심히 질문을 했다. 윤석열을 상대로도 질문을 했다. 질문은 직설적이거나 날카로왔고 답변은 어리석거나 우스꽝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 아니라 현문우답(賢問愚答)이었다. 정정미·김복형·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윤석열은 헌법재판소의 공간을 자신의 선전장으로 삼았다. 심지어 분장사까지 동원하여 얼굴 화장을 하고 나왔다. 1월 부터는 여론 지형도 바뀌었다. 보수 유권자들이 결집했다. 윤석열이 겉으로는 의기양양한 모습을 하고, 극우 장외집회가 경쟁적으로 늘어났다. 윤석열은 법원에 구속 취소를 신청했다. 그가 석방된 3월 8일부터 4월 4일 헙법재판소의 판결이 있기까지는 긴장의 시간이었다.
윤석열의 답변은 거짓말과 기만으로 가득찼다.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한 적이 없다, 최상목에게 쪽지를 준 적이 없다,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이 없다,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다 등등 모두 거짓말이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쉬지않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그것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어떻게 모든 책임을 하급자에게 돌리는지 통반장도 그러지 않는 일을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했다.
한 아이가 자라나서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어 검사가 되고 계엄령을 발동하는 괴물이 되었을지, 개인의 문제인지 사회의 문제인지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 재판을 보면서 관찰한 것처럼 정신분석학자나 심리학자들이 윤석열을 심도있게 연구를 해서 평전을 써주면 좋겠다고 국회 측 장순욱 변호사가 말했을 정도다.
헌법재판소에서 벌어진 국회 측과 운석열 측의 공방을 시간순이 아니라 쟁점순으로 재구성했다. 그러다 보니 직접적인 응답이 아닌 경우도 쟁점별로 이해하기 쉽도록 묶었다. 기술상의 장점을 취했지만 또 한계도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사진=MBN 캡처]
①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
윤석열 측은 전체 심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비상계엄 발포의 정당성을 방어하지 못했다. 방어할 수 없었다. 온갖 해괴한 논리를 들이대었다. 통치행위, 국민 계몽령, 야당 경고용 등등. 헌법 77조는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사후적으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계몽 경고 등은 사후적인 것이 아니라 사전적인 것이다. 헌법과 법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논리를 전개했다. 이에 가세한 보수 법조계와 학계, 보수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통치 행위냐
윤석열 변호인단측 조대현 변호사는 계엄령 발동은 통치행위라서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사법 심사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해괴한 논리로 변호를 했다. 그는 "국가원수로서 국민의 국익, 모든 정보를 제일 잘 아는 대통령이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고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는 그것을 심판할 정보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말했다.(2차변론에서) 민주화 이후에는 비상계엄의 선포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해진 경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판례가 있다.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 대놓고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부정하여 변론 전략의 부재를 보여주었다.
"야당은 박수 한 번 없었다"- 그 찬란한 계엄의 이유
윤석열 측에서 "대통령은 민주당의 권력남용을 막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4차 변론) 계엄 선포 이유를 야당의 줄탄핵 때문이라고 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김용현에게 "계엄의 목적은 거대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것인가"라며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용현은 "비상계엄 요건은 대통령님께서 판단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요건에 대한 것은 대통령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석열은 "제가 대통령으로서 야당이 아무리 절 공격하더라도 왜 대화와 타협을 안 하겠나. (여당의) 의석수도 100석 조금 넘는 의석 갖고 어떻게든 야당 설득해서 뭘 해보려고 한 건데 문명국가에서 현대사에서 볼 수 없는 줄탄핵을 하는 건 대단히 악의적이고 대화 타협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정권을 파괴시키는 게 우리 목표라고 하는 걸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 말했다. 윤석열은 자신이 야당과 타협 의지가 없었다는 국회 측의 지적에 "야당은 자신의 연설에서 박수 한 번 없었다"면서 비상계엄의 이유를 강변하였다. 박수 없음이 예시라고 하지만 참으로 찬란한 계엄 발동의 이유이다.
윤석열은 '경고성 계엄'이라는 사실을 국무회의에서 말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윤석열은 "(김용현) 장관에게 얘기할 때는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이고, 국회 해제 결의가 있으면 즉시 (해제)할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저 역시도 그런 내용은 해제하고 설명해야지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전에는 얘기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쇼를 했다는 구차한 변명이다.
국민을 계몽하기 위한 것이었다
윤석열 측은 "거대 야당의 독주를 경고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입장을 바꿔 증언했다.(4차 변론) 윤석열이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촛점을 바꾸자 변호인도 따랐다. 조대현 변호사는 "국민들은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반국가세력이 내란죄로 몰아 대통령까지 구속됐다"고 발언했다. '계몽령'은 극우 유튜버들과 윤석열 극렬 지지자들이 비상계엄 이후 어리석은 국민들이 깨어났다는 의미로 사용해온 용어이다.
김계리 변호사는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서 윤석열 측 종합변론 첫 주자로 나서 "비상계엄 후 담화문을 찬찬히 읽어보고, 임신 출산 육아를 하느라 몰랐던 민주당의 패악과 일당독재, 파쇼 행위를 확인하고 이 사건 변호에 참여하게 됐다...저는 계몽됐다"고 말했다. 윤석열을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김계리는 그 후 윤버지(윤석열+아버지)을 지지하는 윤어게인(Yoon Again) 정당 창당에 나서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회의, 실체적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은 계엄령 발동은 위법이다. 국무회의는 개의 선언, 안건 상정, 의결 정족수 확인, 폐회, 그리고 참여한 국무위원들의 부서로 성립된다. 그 어느 하나도 과정 상에 있지 않았다.
김형두 재판관이 한덕수 총리에게 물었다.(10차 변론) 김형두는 "사법적 판단이 아니라 증인의 생각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한덕수는 ”통상의 국무회의와 달랐고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실체적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는 것은 팩트"라고 답했다. 기존에 진행해 오던 국무회의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윤석열은 이에앞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계엄=내란이라는 프레임으로 자꾸 누르니까 아마 일부 국무위원들이 그런 식으로 답변을 한 것 같은데,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실에 간담회를 하러 오거나 놀러 왔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면서 계엄 선포 전에 열린 회의가 국무회의가 맞다고 강조했다.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있어서 국무회의는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둘러대었다.
한덕수는 국회 측의 비상계엄에 찬성한 국무위원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제 기억에는 없다. 경제와 대외 신인도, 국가 핵심을 흔들 수 있다는 생각에 만류했다. 당시 국무위원들은 위헌 위법 여부보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우리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계엄 자체에 위헌이라고 얘기한 국무위원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정형식 재판관도 김용현에게 "비상계엄 선포문에 부서를 했나? 장관들이나 증인이 부서를 했나"라고 물었고(4차 변론) 김용현은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개의선언이 없었다고 했다.
실패가 아니라 빨리 끝났다
윤석열과 김용현은 12·3 비상계엄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석열은 포고령 1호 발표가 야당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위한 경고용이었다고 강변했다. 윤석열은 "실패한 계엄이 아니라 예상보다 빨리 끝난 것"이라며 "소추인(국회)은 실패한 계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실패한 계엄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빨리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좀 더 빨리 끝난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이 2024년 12월 12일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병력이 투입된 시간은 한두시간 정도에 불과하다”며 “도대체 두시간 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냐”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불법계엄은 규모가 작았든 컸든, 한두시간 짜리이든 한달 짜리이든 불법은 불법이다.
윤석열 측 미리 제출한 답변서에서 "안건 상정 등 절차 때문에 다수당인 민주당이 계엄을 해제하려고 해도 며칠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비상계엄 사유의 존부와 필요성 해소 여부를 조사 심의하지도 않고, 국회의장과 의원 190명이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라고 적어냈다. 윤석열은 당초 계엄해제 의결이 국회 국방위(위원장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를 거쳐 법사위와 본회의 표결까지 가는데 며칠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 듯하다. 그래서 충분히 국회를 제압할 수 있었다고 계산했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국회가 심의할 수 있도록 게엄령을 국회에 전달하지도 않았다. 민주당의 기민한 대응으로 두 시간만에 끝난 것이다. 윤석열을 두 시간만에 끝낼 생각이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②포고령 1호 발표
그냥 베껴왔다. 그냥 놔뒀다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계엄포고령 1호행위의 적법성도 큰 쟁점이었다. 민주화 이후 제정된 현행 헌법은 계엄령으로 국회 권한을 제한할 수 없도록 했다.
김형두 재판관이 물었다. “포고령 1항을 보면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 이렇게 돼 있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가장 주된 목표가 입법기구인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겠다고 하는 그런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윤석열의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 "포고령 1호는 김용현이 종전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을 당시 예문을 그대로 베껴온 것이다. 모든 절차를 평화적으로 신속히 진행하고 국회 해산 의결 시에 종료하려고 했던 것인데 문구의 잘못을 부주의로 간과한 것"이라고 변호했다.
윤석열은 포고령 1호 작성 책임을 김용현에게 돌렸다.(4차 변론) 윤석열은 “포고령 1호가 법규에도 위배되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집행 가능성도 없지만 놔뒀다”며 “이를 기억하느냐”고 김용현에게 직접 물었다. 헌법재판에서 가장 추한 장면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자 김용현은 “말씀하시니까 기억난다”고 답했다. 김용현은 본인이 직접 다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국회측에서 어떤 컴퓨터로 어떤 프로그램으로 작성했는가 물어보니 김용현은 말을 흐렸다.
전두환 국가보위입법회의 빼닮은 비상입법회의
국회를 대체하는 비상입법기구를 구상한 점이 논란이 되었다. 헌재에서 증거로 채택된 ‘비상입법기구 문건’에는 예비비 확보,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 내용이 담겼다. 이 문건은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고서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건네준 것이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윤석열에게 직접 신문을 했다,(3차 변론기일).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으십니까?” 윤석열은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 역시 가장 추한 장면 중의 하나이다.
이미선 재판관은 ”국가비상입법기구 아까 말씀하셨는데 입법 권한을 실행할 기구를 아마 생각을 하신 것 같다. 그게 그러면 5공화국 당시에 국가보위입법회의하고 같은 성격으로 보면 되겠는가?“라고 물었다. 윤석열 측은 아니라고 했으나, 그러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저 내용이 왜 필요했습니까? 가운데 거(둘째 줄)는 왜 쓰셨어요? 저거는 국회를 정지시키겠다는 뜻인 거잖아요.”라고 물었다. 김형두 재판관은 최상목 쪽지에 둘째 줄에 적힌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임금 등 자금을 차단하라는 지시는 "국회(기능)를 정지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냐"라고 물었다. 김형두 재판관은 특히 계엄포고령 1항에 적힌 '국회 등 정치 활동 금지' 조항과 '최상목 쪽지' 문건의 내용이 결합될 경우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답변 준비 안한 김용현의 자백
김용현은 쪽지와 관련된 참고 사항에 관해서 "기재부뿐만이 아닌 총리와 행안부, 외교부에도 문건을 만들었다"면서 대통령의 지침에 따랐다고 진술했다. 그런 문건을 준 적이 없다는 윤석열의 진술과 상반되는 김용현의 증언이었다. 최상목은 문건을 받은 경위와 관련해, 검찰에서 "대통령이 말씀을 하셨는데, 기재부 장관을 호칭하며 '참고하라'는 취지였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도 같은 증언을 했다.
김용현은 윤석열측의 전략자산이었다. 윤석열측은 매 변론 기일마다 김용현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짜고 치는 질문 답변이라는 판단이다. 그러자 김용현은 국회측 질문에 대해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그것은 증인의 자유이지만, 이 경우 대통령측 질문에 대한 증인의 답변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는 경고를 받았다. 결국 국회측 질문을 준비 없이 받다가 쪽지 관련 사실을 증언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③군·경 동원 국회 봉쇄
질서유지라는 궤변
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군, 경찰을 투입해 국회 활동을 방해하고, 국회를 무력화하고자 시도하는 부분이 있었는지 많은 질의 답변이 오갔다. 윤석열의 아무 말 대잔치는 끝이 없었다. 심지어 군이 부당한 명령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자신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등의 부당한 명령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 군대를 동원한 것도 질서유지 차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김용현과 주요 사령관의 진술로 무너졌다.
정형식 재판관은 "질서 유지 목적이면 굳이 거기를 군 병력이 왜 본청에 유리창을 깨고 진입을 했습니까? 군이 들어갔으니 충돌이 생긴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김용현은 "나머지 불필요한 인원은 들어오지 못하도록. 이렇게 딱딱 질서 정연하게..."라고 답을 했다. 국회 질서유지 차원이라는 것이다. 김용현은 담을 넘어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출입 통제가 없다시피했던 상황에서 봉쇄만 시행할 경우, 외부인들이 국회 내부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어 이를 막았다는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는 비판이 일었다. 계엄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몰려오게 되어있는데, 그들이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방해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반대로 계엄을 찬성하는 극우파가가 몰려오는 것을 막겠다는 얘기인데 그때 그 상황에서 그들은 집에서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었을 뿐이다.
김용현의 앞뒤 안 맞는 진술
김형두 재판관은 김용현에게 “실제로 보면 국회의장께서도 그 출입구로 못 들어가서 담을 넘어서 들어갔고 일부 국회의원들께서는 그 차단한 병력들이 그 진출로를 열어주지 않아서 국회에 못 들어간 그런 경우도 있었거든요. 출입구는 왜 막았을까요?”라고 물었다. 김형두 재판관은 김용현에게 "결국은 가장 주된 목표가 입법기구인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를 봉쇄할 계획이 없었다고 했는데, 출입구를 왜 막았나"고 물었다.
김용현은 "출입구 위주로 출입을 통제한 것이고 출입을 통제한다는 의미가, 출입을 전면 금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변병했다. 김용현은 ”국회의원들 통과를 중간에 다 시키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요."고 변명을 이어갔다. 김형두 재판관의 "그게 막았다가 통과 시켰다가 또 다시 막았죠"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건 제가 잘 모르겠는데…" 라고 얼버무렸다.
군인이 폭행당했다
윤석열의 답변은 압권이다.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에 대해 "(계엄 당일) 군인이 국민에게 억압이나 공격을 가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계엄 상황에서 경비 질서를 유지하러 간 군인이 시민에게 폭행 당하는 상황이었다"며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렸다. 있지도 않은 거짓 주장을 늘어놓았다. 온 국민이 TV로 실황 중계를 봤는데 후안무치한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놨다. 저런 거짓말이 한법재판관들에게 통할 것이라고 본 그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문형배 대행은 윤석열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나"라고 물었고 윤석열은 "없다"고 거짓 답을 내놓았다.
국회 의사당 본청에 병력을 투입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현장에서 판단했을 때는 명백히 국회의원 끌어내는 것은 위법사항이고 임무 수행 인원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저한테 부여된 명령이라서 항명이 될 줄 알았지만 그 임무를 지키지 않았다. 제가 (병력들에게)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했다"라고 했다. 양심적으로 독자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윤석열 김용현은 곽종근에게 "(국회)의원들을 빨리 데리고 나와라"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계엄군 쪽) 요원들을 데리고 나와라"라고 계엄군 철수를 지시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곽종근은 “전투통제실에서 화면을 보면서 지휘를 했는데, 마이크가 켜져 있는 상태였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과 장관의 지시를 받고 얘기한 내용이 전체 인원에게 생방송됐다"고 밝혔다. 수많은 특전사 요원이 그날 현장에서 대통령 지시가 중계되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거짓 증언을 해보았자 소용이 없다는 단적인 증거이다.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국회에 들어가서 훈련이라든가 정찰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가겠다고 말했고, 가서 보니 시민들이 너무 많았고 상황이 달랐다. 상황을 평가한 다음 장갑차를 출동하지 마라, 모든 장병들은 총을 차에다 내려놓고 국회로 이동해라 등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정작 이진우를 구한 것은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다. 조성현은 이진우로부터 국회에 진입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현장에 시민들이 막아선 상황을 고려해 특전사를 외곽에서 지원하는 수준으로 작전을 변경했다.
윤석열은 이진우의 진술이 끝나자 발언 기회를 요청하고 "이번 사건에서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초현실주의 그림을 보는 듯해서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망상계엄, 초현실 계엄이라고 부르게 됐다.
국방부 장관이 경찰 병력을 통제
윤석열은 2024년 12월 3일 계엄의 실질적인 지휘자인 김용현과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청장을 만나게 했다. 윤석열은 헌법재판소 진술에서 "김용현 전 장관은 국회 경비에 필요한 경찰 지원을 요청한 것이며, 그가 직접 경찰간부에게 설명하게 하기 위해 김봉식을 소개해 주려 안가에서 만났다. 김용현이 그림 그려가며 경력 배치를 설명했다. 국회 경내에 배치할 군인 숫자가 너무 적어 외곽에 배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김봉식은 윤석열로부터 체포 지시는 물론 '경찰 배치'도 지시받지 않았다고 증언했는데, 정작 윤석열이 "김용현 전 장관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는 것을 봤다"는 증언에 의해 뒤집히고 말았다. 윤석열의 이 발언은 국회 외곽에 군인이 아니라 경찰들이 배치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증언은 김용현의 '대통령은 작전을 몰랐다'는 증언과도 배치되며, 국방부장관이 지휘 계통이 다른 경찰청장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윤석열이 관여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진=KBS 캡처]
④군 동원 선관위 압수수색
윤석열은 선관위에 군 투입 지시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5차 변론) 윤석열이 계엄을 발동한 가장 큰 명분이 부정선거가 있었고, 중앙선관위를 들추면 그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고 시종일관 얘기해왔다. 그래서 이곳에 대해서는 병력을 투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 지시에도 불구하고 방첩사령부 법무실에서 영장없는 압수수색을 불법이라는 의견을 개진해 방첩사의 사보타지로 이어졌다.
부정선거음모론에 빠져있던 윤석열은 "내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엉터리 투표지가 많아서 출동을 지시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선관위 전산시스템이 어떤 게 있고, 어떻게 가동되는지 스크린 하라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또 "(출동한 군인들은) 서버를 압수하네 뭐네, 이런 식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가 내린 지시는 장비가 어떤 시스템으로 가동되는지 보라는 것이었다"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어떤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도 압수한 게 전혀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부연했다. 장비가 어떤 시스템으로 가동되는지 보기만 할 것이었다면 그 많은 군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 거짓말은 끊이지 않았다.
"제2 서부지원 난동 부추키려는 것"
국회 측은 계엄군의 선거관리위원회 습격 당시의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며 반박했다. 청구인 측 장순욱 변호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침입한 계엄군들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재생하며 "계엄군이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계엄 선포 후 4~5분 만에 바로 들어올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탄핵소추위원단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런 음모론 따위에 미쳐서 헌법재판소에서도 망상적인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이를 보아 (윤석열의) 헌법재판소 출석은 서부지법 폭동처럼 지지자를 선동하여 헌법재판소를 공격하기 위한 선동행위로 의심된다"고 했다. 그의 발언을 제2, 제3의 서부지원 난동을 부추키기 위한 것으로 본 것이다. 국회 측은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군·경을 투입하고 영장 없이 직원 압수수색한 것이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3차 변론)
윤석열 측 조대현 변호사는 선관위의 보안성이 지극히 취약해서 아무나 해킹하여 선거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국정원 보고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가능성이 전혀 없다. 선거 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단편적인 면만 부각해 투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거나 여론을 선동하는 건 선거제도의 근간을 흔든다”고 비판했다.
국정원 고위관계자들, "부정선거 발생 증거없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2023년 이뤄진 국정원의 선관위 점검에서 해킹 취약점을 발견한 건 맞지만, 이로 인해 선거부정이 발생했다는 대통령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22대 총선 이후 비상계엄 전까지 대통령에게 부정선거 의혹을 보고하거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없다고 진술했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국정원과의 합동 보안 점검과 관련해 "당시 모의 해킹환경을 구성한 것이고 실제 상황에선 데이터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은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부정선거 관련 부분은 점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만 가지고 부정선거를 같이 보면 안될 수 있다"고 말했으며, 또한 점검 당시에는 선관위 시스템에 외부인이 침투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사진=YTN 캡처]
⑤정치인·법조인 등 체포 지시
정치인·법조인 체포 명단이 적힌 이른바 홍장원 메모는 탄핵심판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윤석열은 곽종근과 홍장원이 만든 내란프레임으로 계엄의 본질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측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진술의 신빙성을 흔드는 데 주력했다. 홍장원은 16명 증인 중 유일하게 두 번 헌재에 출석했다. 홍 전 차장은 5차 10차 변론에서 계엄 당일 윤석열로부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받았고, “여인형 당시 국군방첩사령관에게서 이재명·우원식·한동훈 등 체포조 명단을 통화로 듣고 받아 적었다”고 밝혔다. (제33화 ‘홍장원 류혁 계엄의 고발자들’에서 상술하여 여기서 자세한 것은 생략)
홍장원은 10차 변론에선 자신이 받아적은 메모까지 들고 나와 “명단이 존재했던 건 사실”이라고 재확인했다. 건강상 이유로 두 차례 불출석했던 조지호 전 경찰청장도 윤석열로부터 직접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사실관계가 맞다”고 증언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명단을 불러주었는데, 기억은 일부 다르다고 말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김용현으로부터 체포 대상자 14명의 명단을 받은 적 있느냐는 물음에 "형사재판 관련 사항이라 자세히 진술할 수 없다"며 진술을 거부했으나, 조지호 경찰청장과 전화 통화에서 '특정 인물들의 이름이 담긴 명단'을 전달하며 위치 정보를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다.
김용현은 국회 측 변호사가 "그렇다면 정치인과 법조인이 포함된 명단을 여인형에게 알려준 적이 있느냐"라고 묻자, "체포 명단이 아니다.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대상자(명단)"라고 둘러댔다. 김용현은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를 몇 명 지목해 동정을 살피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체포 관련 윤석열의 지시를 전혀 받은 바 없다고 말했으나 이 역시 거짓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과 국회 진술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