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찔끔이라 죄송해요" 작은 마을서 시작된 온정…경남 산불 성금 55억 돌파

김태형 기자 입력 : 2025.04.30 17:29 ㅣ 수정 : 2025.05.01 10:20

쌈짓돈~수억 원…따뜻한 기부 행렬
산청·하동·창녕·영남권 4개 모금처
'합천 노곡2구 주민들' 큰 위로 전달
익명 기부자~종교단체 '의령 연대' 눈길
'같이 사는 마음' 성금 끝났지만 온정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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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이 한 달여 만에 55억 원을 돌파했다. [사진제공=사랑의열매]

 

[부산/뉴스투데이=김태형 기자] 경남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이 한 달여 만에 55억 원을 돌파했다. 거액을 기탁한 기업은 물론, 이웃의 아픔에 마음을 보탠 작은 마을 주민들과 익명의 기부자들까지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며 지역 사회에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다.

 

30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산불 피해를 돕기 위해 기탁된 성금은 총 55억8500만 원에 이른다. 지난 한 달간 접수된 건수만 2600여 건. 아파트 부녀회, 종교단체, 지역 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김정아 사랑의열매 경남공동모금회 대리는 "기부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이재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산불 성금은 크게 네 갈래로 분류돼 사용될 예정이다. 산청·하동 등 산불 피해 지역에는 이재민 생계 지원과 복구 작업에 사용되며, 창녕 지역은 산불 진화 도중 부상과 사망 사고를 당한 대원들 지원을 목적으로 별도 모금이 진행됐다. 또 하나는 중앙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운영되는 영남권 특별 모금으로, 경남·경북을 아우르는 피해 지원에 활용된다.

 

김정아 대리는 “현재 네 개의 모금처 모두 공식적인 모금 마감일이 오늘(30일)로 추후 산불 관련 모금되는 금액에 대해서는 지역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모금 종료 후 각 지역과 협의해 세부 지원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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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봉산면 노곡2구 주민들은 지난 24일 산불 피해를 본 산청군 이웃을 위해 20만 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사진제공=합첩군]

 

특히 도내 읍면 단위에서도 자발적인 모금이 활발히 이뤄졌다. 합천군 봉산면 노곡2구 주민들은 지난 24일 산불 피해를 본 산청군 이웃을 위해 20만 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주민들은 마을 방송을 듣고 자발적으로 성금에 참여했다. 마종진 노곡2구 이장은 "찔끔해가지고 죄송하지만, 피해를 입은 이웃에게 작은 위로라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의령군에서는 관음사 스님과 군 공무직노조, 새마을회, 종교단체 등이 잇따라 성금을 기탁했다. 익명의 군민이 쌀 두 포와 10만 원이 담긴 봉투를 조용히 군청 현관에 놓고 간 일화도 전해졌다. 의령군청 관계자는 “이처럼 익명 기부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면서도 "이번 산불을 계기로 많은 군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음을 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체들의 기부 행렬도 계속됐다. 국가품질명장협회는 570만 원, 창원회산라이온스클럽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110만 원을 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이들은 "작은 정성이 피해 주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공동모금회는 "이 같은 자발적 참여는 지역 공동체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기탁된 성금이 실제 피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투명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금은 지역 상황에 따라 생계비, 주거 지원, 피해 복구 등에 단계적으로 쓰일 예정이다.

 

성금이 본격적으로 집행되기 전이지만 지역 사회에는 이미 따뜻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김정아 대리는 "기부금이 전달되기 전이라 주민들의 반응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기부가 이어지는 분위기만으로도 지역 사회에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엔 잿더미만 남았지만, 도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뜨겁다. 대단한 돈이 아니어도, 유명한 이름이 아니어도 ‘같이 사는 마음’ 하나로 이어진 기부 행렬은 산불로 지친 이들에게 가장 큰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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