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임실군에 BIES 발전소?, 누구를 위한 청정에너지인가

구윤철 기자 입력 : 2025.04.18 11:05 ㅣ 수정 : 2025.04.18 11:05

열은 공급하되, 삶은 빼앗는가
열은 농가로, 분진은 마을로?
아이들 숨 쉬는 공간에 산업 굴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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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군에 들어설 예정인 열병합발전소가 초등학교와 요양병원 인근에 위치해 주민 안전과 삶의 질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정에너지’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환경영향과 불균형한 수혜 구조에 대한 사회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진=구윤철 기자]

 

[전북/뉴스투데이=구윤철 기자] 임실군 현곡리. 이 한적한 야산에 '청정에너지'라는 이름으로 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자는 “친환경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역 에너지 자립모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청정'이라는 수식어와 달리, 이 발전소가 임실군에 어울리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아직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입지 논란의 본질은 ‘거리’가 아닌 ‘기준’이다

 

해당 부지는 임실초등학교와 요양병원에서 직선거리 1km 남짓 떨어진 곳이다. 대기흐름, 풍향, 기압 조건에 따라 분진과 연소 부산물이 충분히 생활권으로 흘러들 수 있는 거리지만 법에는 명확한 금지 조항이 없다. 

 

임실군에 들어설 예정인 열병합발전소는 산업단지도 아니고 공해시설도 아닌 탓에, ‘허용’이라는 틀 안에서 입지가 정당화되고 있다.

 

결국, 기준의 허점이 임실군을 찌르고 있는 셈이다. 산업입지로 적합한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검토되지 않았고 '공공성 검토'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임실초등학교 앞에는 이장단이 제작한 ‘열병합 발전소 유치는 결사반대!절대투쟁!’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주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생활권 한복판에 ‘산업 인프라’를 들이밀다

 

사업자는 연간 8만 9천 톤의 산림바이오매스를 연료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240톤의 자재가 트럭으로 이동하고 보관되고 소각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소음, 분진, 미세먼지, 휘발성 유기화합물, 그리고 이산화질소 같은 부산물의 일상적 유입이다. 기술적 저감장치와 실시간 공개 시스템이 있다고 하지만, 그 기술은 아이의 폐와 노인의 기관지를 지켜주지 않는다.

 

특히, ‘공기의 흐름’에 대한 언급은 사업계획서 어디에도 없다. 이는 환경영향평가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혜 구조’와 ‘부담 구조’의 비대칭성

 

이 사업이 실현되면, 일부 스마트팜 농가에 열을 공급하게 된다. 그러나 그 열의 수혜 반경은 2km 이내 농업용지에 한정된다. 

 

반면, 분진과 소음은 예외 없이 전방위적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은 면도 있고 소수의 농업주체가 혜택을 받고 다수의 주민이 생활환경의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이것이 과연 ‘지역 상생’이라 부를 수 있는가.

 

‘산업입지’가 아니라 ‘사람 삶터’다

 

임실은 아직 도시화되지 않은 지역이다. 그 말은 곧, 공업시설을 버틸 사회적 인프라와 대응 체계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만약 이 사업이 광역시 외곽에 들어선다면 환경감시단이나 인접 주민협의회가 구성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임실에는 그런 구조조차 없다.

 

아이들이 숨 쉬고, 노인이 창을 열고, 농민이 삶을 일구는 땅. 그곳에 굴뚝이 들어선다면, 그 굴뚝이 만드는 것은 에너지가 아니라 불균형일지도 모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청정에너지’라는 간판이 아니라, 삶의 질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이 사업은 분명한 법 절차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당성을 의미하진 않지만 ‘합법’이라는 행정 절차가, ‘적절’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대체할 수는 없다.

 

이제 임실군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에너지를 명분 삼아 삶의 터전을 무너뜨릴 것인가, 아니면 그 명분마저 삶의 질을 지키는 방식으로 다시 설계할 것인가.

 

임실은 발전소가 필요한 곳이 아닌 아이들이 자라고, 노인이 쉴 수 있는 그 자체로 ‘충분히 완성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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